▲ 14일 용산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 적혀있는 일회용 컵 공지 내용.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우려로 한동안 유통업계에 불었던 ‘친환경’ 바람이 잠시 중단된 모습이다. 일부 프랜차이즈 카페업계는 머그잔 대신 일회용 컵을 제공하고, 베이커리 업계는 모든 빵에 비닐포장을 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1일부터 국제공항과 항만과 KTX, 기차역(공항·항만과 연계된 지하철 포함)에 위치한 식품접객업소에 대해 일회용품을 한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발송했다. 이에 현재 서울역과 용산역, 강남구 일대 등 사람이 많이 몰리거나 국내외 출입이 빈번한 지역에 위치한 일부 커피 전문점에서는 일회용 컵을 사용 중이다.

커피전문점의 일회용 컵 사용은 지난 2018년 환경부가 실시한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매장 내에서는 제한된다. 머그컵을 사용하다가 매장에서 나갈 때 일회용 컵으로 교체해야 벌금을 피할 수 있다. 내년부터는 테이크아웃 잔도 유상으로 제공하고 회수·재활용 컵 보증금 제도도 도입되는 등 친환경 정책이 더욱 강화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 우려가 커피업계의 친환경 바람을 막은 것이다. 머그컵 사용하는 것을 기피하는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일회용 컵을 요구하자 정부도 이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위주로는 롯데GRS의 엔제리너스와 커피빈이 유동인구가 많은 공항이나 기차역 매장에 일회용 컵으로 대체하고 있다. 스타벅스도 현재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정부의 지침이 내려오는 대로 적극적으로 동참할 계획이다”면서 “현재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이 많이 몰리는 매장은 영업시간도 한 시간씩 단축해 운영하고 있고, 연장 근무도 중지한 상태”라고 말했다.

▲ 14일 서울역 내 위치한 한 카페는 공지가 따로 적혀있지 않지만 매장 내 모두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실제로 기자가 14일 서울역과 용산역 주변에 위치한 카페 10곳을 돌아본 결과, 매장 계산대에 아예 일회용 컵만을 제공한다고 공지를 해놓은 곳은 2곳, 공지 없이 일회용 컵과 머그잔 모두를 사용하는 곳은 3곳, 나머지 5곳은 여전히 머그잔을 사용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일회용 컵을 제공하는 매장에서는 머그잔이나 유리잔으로 변경을 요청하면 변경도 가능했다.

용산역 근처 한 카페에서 토익 공부를 하고 있던 한모 씨(여·24)는 “처음부터 일회용 컵에 음료를 주길래 매장 직원이 테이크아웃으로 잘못 이해한줄 알았다”면서 “카페에서도 따로 안내해주지 않아서 잘 몰랐다. 매장에서 길게 시간을 보낼 생각이어서 다시 머그잔에 담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 서울역 내 위치한 파리크라상 매장 내 모든 제품이 비닐포장돼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베이커리 업계도 한동안 사라졌던 비닐 포장이 다시 등장했다. 손님들이 대화 중 빵에 직접 바이러스가 노출될 수 있는 우려로 모든 제품에 개별 비닐을 사용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파리크라상 등 SPC그룹 프랜차이즈 일부는 지난 7일부터 제과 제품에 비닐 포장을 시작했다. 불특정 다수가 방문해 진열 상품에 손을 대는 만큼 감염으로부터 식품 위생을 지키기 위함이다. 매장 입구에는 손 세정제도 비치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도 모든 직영점과 일부 가맹점들은 모든 제품에 비닐 포장을 하고 있다. 

한 베이커리 매장에서 빵을 고르고 있던 강 씨(남·28)씨는 “원래는 제품을 쟁반에 골라서 가면 그때 포장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코로나 때문에 하나씩 제품을 포장해 놓은 것인지 몰랐다. 하나씩 낱개로 포장되어 있어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원래 빵이 갓 구워져 나와 식히는 시간과 정도는 빵의 질감과 맛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진열대에 놓고 식혔다”면서 “다만 지금 코로나 때문에 최대한 식히는 시간을 단축하고 제품을 일일이 비닐포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뚜레쥬르 서울역점 내 빵은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 모두 비닐포장돼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자연기자

머그잔 기피 현상으로 공항이나 기차역이 아닌 일반 커피 전문점에서도 일회용 컵 사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원재활용법에는 어긋나지만 최근 민감한 사안인 만큼 손님들의 일회용 컵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지자체에 직접 권한을 주다 보니 지역에 따라 기준이 난해해져 혼란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대학로에 위치한 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은 “우리 카페는 정부가 일회용 컵 사용을 허락하는 지역이 아니지만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학로 같은 경우는 일회용 컵을 요청하는 분들이 많아 희망 고객에 한 해 제공하고 있다”면서 “머그컵을 이용하려던 고객도 손님 중 한명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 일회용 컵으로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들의 이러한 심리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국내외 출입이 빈번한 지역의 근처로는 아예 외출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자는 3명의 무리가 서울역에 위치한 한 카페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 무리 중 한 명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기 위해 카페를 찾았는데, 들어가자마자 중국인 10명이 무리로 앉아있는 것을 보고 그러면 안됐지만 불안감에 그냥 나왔다”면서 “요즘 같은 상황에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에 같은 컵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걱정인데, 중국인들과 함께 사용한다는 것은 더 무섭다. 그래서 일회용 컵 사용이 더 안심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