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케미칼 여수 화학공장 전경

[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시황 악화와 공급 과잉 요인으로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0%대 이하로 떨어졌지만 신규투자와 공장증설을 확대하고 있어 주목된다.

롯데케미칼이 진행하고 있는 화학사업은 공급과잉에 대한 이슈가 따라오고 있기 때문에 신규투자·증설 과정에서 수익성이 더 나빠질 우려감이 존재한다. 롯데케미칼은 중·장기적 실적 강화 차원에서 국내 정유사와 대규모 합작을 진행하거나 기존 공장을 증설했지만 공급과잉 국면이 더 심화되고 올해처럼 시황이 급격하게 안좋을 경우 실적 부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률은 7.3%로 2018년 12.1% 대비 4.8%포인트 하락했다. 화학사업 호황기였던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19.24%, 18.2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매년 큰폭의 하락세를 이어갔고 지난해는 10% 이하로 떨어졌다.

영업이익률이 크게 하락한 원인은 4분기 대산공장 정기보수에 따른 일회성 비용도 있지만 원재료 가격 강세로 제품 스프레드(원료와 최종제품의 가격차이) 악화와 글로벌 공급과잉 요인이 컸다.

세부적으로 기초소재 부문인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은 지난해 국내외 신증설 물량 확대 영향으로 수익성이 하락했고, 중간 원료인 모도에틸렌글리콜(MEG)도 중국의 가동률 증대로 가격이 약세 국면으로 돌입했다. 합성고무 원료인 부타디엔(BD)도 지난해 3분기까지 수급상황이 좋았지만 4분기에 신규 생산능력(CAPA) 증설 이슈로 약보합으로 전환됐다.

이와 함께 자동차부품, 가전제품, 완구 등에 사용되는 스타이렌 모너머(SM)는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전방산업 수요 부진으로 가격 스프레드가 축소됐다. 주요 화학제품이 증설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결산 영업이익은 1조1076억원으로 2018년 1조9462억원 대비 43% 감소했다.

영업이익 감소로 순이익도 1조원 아래로 축소됐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758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결과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현금배당도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롯데케미칼 이사회는 1주당 6700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주당 1만500원 대비 36.2% 축소된 금액이다. 순이익 감소로 배당성향은 58.2% 늘었지만 주주가 실질적으로 받는 금액은 크게 줄었다.

최근 화학산업은 중국과 북미 지역의 공장 증설 영향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의 대규모 신규투자와 증설계획이 중장기적으로 수익성을 가져올 지 이목이 쏠린다.

특히 최근 진행중인 국내 기업들과의 합작 사업은 투자규모가 크기 때문에 자금조달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롯데케미칼은 여수 EOA증설에 960억원을 투입해 올해 하반기 증설작업이 완료되고 대산 HPC프로젝트는 총 2조7300억원이 투입돼 내년 하반기에 공장이 착공된다. 인도네시아 LINE 프로젝트는 총 44억달러(약 5조원)의 자금이 들어가 2023년 완공되고 2024년 상업 생산되는 만큼 투자가 장기적으로 진행돼 실질적인 수익이 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다.

▲ 출처=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은 2018년 현대오일뱅크와 2조7000억원 규모 석유화학(HPC)사업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을 신설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15만평 부지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케미칼 측은 “현대오일뱅크가 기존에는 납사를 화학사에 정제해서 팔거나 외국에 재판매했지만 양사간 제휴로 롯데케미칼은 원재료를 낮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고 현대오일뱅크는 제휴를 통해 중간원료를 주고 받을 수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 롯데케미칼은 GS에너지와 8000억원 규모 석유화학 사업 합작을 진행했는데 해당 투자도 폴리카보네이트 제품의 안정적인 원료 확보 차원에서 진행됐다. 증설 이슈와 경기동향에 따라 원재료 가격이 등락하는 것을 막고자 정유사와 제휴를 진행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또한 인도네시아 신규투자와 여수, 울산 공장 증설 이유에 관해 다가올 수요를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합작사는 원료공급을 위해서 신규로 투자했고 인도네이사 신규투자와 국내 공장 증설은 수요가 증가할 경우를 대비해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황이 안좋아서 투자를 보류할 경우 나중에 시장이 좋아질때 피해를 볼 수 있다”면서 “올해처럼 시황이 극도로 안좋으면 회사가 매물로 나오기도 하지만 꾸준히 투자를 해왔다가 호황이 올 경우 규모의 경제로 밀어 붙이면 돌아오는 수익이 훨씬 커 전략적으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한편 롯데케미칼 측은 이달 진행된 실적 발표에서 올해 1분기 사업전망에 대해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신규 크래커 증설에 따른 공급 부담 확대와 대외 불확실성으로 시황 약세를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