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새로운 소비환경이 등장하면서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성장한 동대문 패션관광특구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동대문이 온라인 흐름에 발맞춰 세계적 경제특구로 다시 발돋움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지난 14일 오후 10시 서울 중구 마장로에 위치한 광희 패션몰 2, 3 층의 풍경은 마치 라이브 방송국을 방불케 했다. 동대문 패션 의류를 도매로 판매하는 점포가 즐비하게 모여있는 이곳은 이 시간대면 생방송 현장이 되곤 한다. 중국인 BJ들이 타오바오 생방송(直播, 즈보)을 켜고 옷을 입어 보며 제품을 즉석에서 홍보한다.

▲ 타오바오 라이브에서 한 BJ가 의류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타오바오 라이브 홈페이지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갈수록 옷을 설명하는 BJ의 손놀림도 바빠진다. 이들은 동대문 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중국인 바이어로 온라인을 통해 중국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즉석에서 온라인 구매를 유도한다.

옷 가게에서 직접 옷을 입어보는 시대가 지나고 온라인을 통해 '대리 체험'까지 해주는 홍보 방식이 등장한 것이다. 소비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동대문 시장의 도소매업과 생산업까지 지각변동을 겪고 있었다. 

"갈 때마다 다른 옷이 기다리고 있다" 패스트패션 경제특구

▲ 원자재 상가 앞, 배달 오토바이 건너편으로 헬로우 에이피엠 쇼핑몰이 보인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이소현 기자

퇴계로에서 창신동까지 58만㎡ 남짓한 공간에 기획-생산-유통에 이르는 산업의 핵심 구조가 집결된 동대문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패션경제특구다. 

그런 동대문 시장은 한때 "다양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말로 유명했다. 생산, 기획, 유통이 연결되어 있어 패스트 패션에 걸맞은 빠른 생산 속도와 더불어 저렴한 가격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했다. 

유통 과정에서 드는 시간과 비용이 지리상 특징으로 혁신적으로 단축되면서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해지고 이 같은 명성을 얻었다. 

동대문 위기론 "가격은 오르고 배후는 줄고"
 
▲ 지난해 기준 26개곳 1만 5000여 상가 가운데 20% 가량이 공실이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이소현 기자

시장 환경이 변화하면서 동대문 시장의 생산-유통-기획이라는 삼박자에도 영향을 끼치면서 저렴한 가격의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했던 강점이 흔들리고 있었다.

소매상인들이 밤차를 타고 올라와 새벽시장 사입을 다니며 밤도깨비 시장을 일반 소비자와 관광객들이 낮 시장을 방문하며 24시간 동대문 신화를 만들었으나, 이들은 현재 수도권에서 스마트폰을 클릭하며 온라인 세상에 거주하고 있었다.

통계청은 5일 발간한 '2019년 12월 및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온라인쇼핑 패션 거래액은 전년 동월대비 13.4% 증가한 42조6879억원을 기록했다.

오프라인 소비가 감소하는 가운데 상인들은 국내 제조 원가는 상승했다고 전했다. 국내 인건비와 재료비는 꾸준히 상승했다는 것이다. 아트프라자의 한 상인은 "중국에서 생산하는 대로 국내에서 생산하면 1.5배에서 1.7배까지 가격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대문 생산의 배후를 형성했던 봉제공장이 축소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동대문을 전문가들은 섣불리 비관하기 보다 전환기로 바라보고 있었다.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는 한편, ICT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과 원가 절감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서울클릭 고문을 맡은 조재경 중앙대학교 유통학과 명예교수는 “혹자들은 시장이 전성기를 지났다며 비관적으로 평하지만 지금 그곳은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온라인이 노크해도 문을 열어주지 않던 상인들이 변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며 "동대문이 온라인을 받아들인 동대문이 ICT 기술로 재도약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소비환경 결맞게 유통·과정기술 혁신 꿈꾼다

▲ 8시 개장하는 에이피엠 플레이스 . 관광객과 패션 제품을 옮기는 상인이 뒤섞여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이소현 기자

실제로 동대문 시장에는 이미 온라인 서비스가 자리 잡았다. 자생적으로 성장한 동대문 시장이 소비 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생산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지난해 정부는 동대문 시장에 ICT 기술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생산과 유통이 밀집된 동대문의 생태에 ICT 기술을 적용하여 24시간 안에 구매자가 원하는 옷을 디자인하여 제공하는 '워드인 24'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유통 과정을 다양화해 구매자를 모으고 가격은 낮추는 효과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은 상품 회전 속도가 빠른 동대문 시장의 특성을 활용해 온라인 서비스를 도입, 재고 관리가 어려운 소규모 쇼핑몰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했다. '링크샵스'는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동대문 시장을 온라인 환경에 구현했다.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후발주자로 등장한 '신상마켓'은 매해 성장하며 현재 누적 가입 도매매장 1만 7천 개, 하루신상 업로드 3만 개 등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브랜디는 소매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구매 대행 서비스 '헬피'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규모 쇼핑몰이 재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 시장의 풍경이 온라인으로 옮겨오면서 동대문의 유통과 생산 풍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위주의 상인들도 온라인을 받아들이고 있는 지금이 혁신의 전환점으로 작용하여 이로써 오프라인 시장에서 뜸해진 발걸음을 온라인 시장에서 부활시키고 ICT 기술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