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롯데쇼핑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온라인 마켓의 가파른 성장, 소비심리의 위축 등으로 고전하던 오프라인 마켓들이 드디어 한계를 드러냈다. 국내를 대표하는 유통기업인 롯데와 신세계는 ‘운영 효율화’를 선언하며 수익성이 떨어진 점포 정리에 나섰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지난 2018년 미국의 대형 유통채널들이 점포 폐점을 감행한 ‘리테일 멜트다운(Retail Meltdown)’이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시작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리테일 멜트다운

리테일 멜트다운은 유통업을 뜻하는 영단어 리테일(Retail)과 핵연료의 과열로 ‘주변의 모든 것이 녹아내린다’는 원자력공학 용어 멜트다운(Meltdown)이 합쳐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이는 미국에서 온라인 마켓의 성장으로 인해 서서히 녹아내리듯 문을 닫는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의 모습을 묘사할 때 쓰였고, 현재까지도 계속 사용되고 있다.  

▲ 미국 리테일 멜트다운 현상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는 미국의 백화점 체인 시어스. 출처= 시어스

리테일 멜트다운의 대표적 사례로는 지난 2018년 16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백화점 체인 ‘카슨스(Carson’s)’의 백화점 전면 폐업, 12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백화점 체인 시어스(Sears)의 파산보호 신청, 그리고 지난해 아동복 브랜드 짐보리(Gymboree) 805개 점포의 폐점, 글로벌 이너웨어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의 53개 매장 폐점 등이 있었다. 

그 외에도 최근 3년 동안 미국의 수많은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은 수익성 악화로 점포를 줄이거나 아예 브랜드를 없애버렸다. 물론 월마트(Walmart)처럼 온라인 부문의 사업을 강화해 이를 자사 오프라인 채널 운영에 잘 접목시키는 등으로 위기를 벗어난 예외도 있었다. 그러나 오프라인 판매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미국의 수많은 대형 유통채널들은 멜트다운을 피하지 못했다. 

롯데·신세계의 결단, 이커머스의 ‘선방’   

롯데의 유통사업 부문 롯데쇼핑은 13일 공시를 통해 매출 17조6328억원, 영업이익 4279억원을 기록한 2019년 연간 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각각 지난해 대비 1.1%, 28.3% 줄어든 매우 부진한 실적이었다.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한 대형할인점(롯데마트, -25억원)과 슈퍼마켓(롯데슈퍼 –104억원)의 부진이 연간 실적에 반영됐다. 지난 한해 지속적으로 부진했던 오프라인 채널들의 추이를 지켜본 롯데쇼핑은 2019년 연간 실적 공시 직후 “전국 700여곳에 이르는 롯데쇼핑의 오프라인 점포들 중 특히 실적이 부진한 30%(약 200개)의 점포를 정리할 것”이라는 미래 계획을 발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 출처= 롯데쇼핑

이에 앞서 신세계 이마트도 비슷한 기조의 운영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이마트는 잡화점 삐에로쑈핑의 완전 철수와 가전양품점 일렉트로마트 헬스 앤 뷰티(H&B) 스토어 부츠 등 전문점 사업의 정리를 선언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이후 추가로 발표된 내용에서 이마트는 “올해 845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통해 현재 확장 중인 이커머스 사업 안정화와 이마트 기존 점포의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련의 운영방향은 오랜 기간 양 사의 성장을 이끈 오프라인 채널로 집중된 역량을 분산시킴으로 비용을 줄이면서 이를 통해 생긴 여유를 이커머스의 확장에 투입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플이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채널의 침체된 분위기와는 달리 이커머스 기업들의 최근 분위기는 계속 좋아지고 있다. 특히, 그간 장기 생존 관점에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수익성 측면의 약점들이 서서히 극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SK의 오픈마켓 11번가는 별도 법인으로 독립된 이후의 첫 1년의 실적에서 연간 영업이익(14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과 비교하면 11번가의 연간 영업이익은 692억원 늘어난 것으로 이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운영의 성공 사례로 업계에서 회자됐다. 그런가하면 오픈마켓 인터파크 역시 2019년 연간 영업이익 163억원으로 직전연도 대비 영업이익이 268% 성장하는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 출처= SSG.COM

이렇듯 대조된 분위기는 아마존의 가파른 성장과 반대로 시장 내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미국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리테일 멜트다운’과 점점 유사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유통학회장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아마존을 필두로 한 온라인 채널의 빠른 성장은 미국 내 유통시장의 판도가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했고 이러한 양상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라면서 “오프라인 매장들은 결국 온라인보다 낮은 초저가로 고객들을 유인해야 하는데 현재의 오프라인 채널의 운영에 드는 비용을 감안하면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오프라인 채널들은 각자의 생존을 위해 운영 효율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라고 말했다.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민정웅 교수는 “우리나라 온라인 유통채널들의 성장 속도와 국내 유통산업 내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오프라인 유통채널 운영주체들의 최근 대응은 상당히 늦은 편으로 볼 수 있다”라면서 “각 유통 대기업들의 오프라인 점포 정리 속도는 업계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것이고 동시에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투자도 더 과감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