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충돌이 격화되는 가운데, 조 전 부사장이 김신배 전 SK 부회장(현 포스코 이사회 의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4명(기타 비상무이사 1명 포함)과 사외이사 4명 후보를 추천했다. KCGI가 지난 4일 ‘한진칼 이사후보 주주추천 공모 공고’를 내고 한진칼 주식 1주 이상을 보유한 주주라면 누구나 이사 후보를 제안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한 가운데 나온 후속조치다.

최근 조 회장이 호텔사업 매각 등 ‘조현아 전 부사장 지우기’에 나선 가운데, KCGI 및 반도건설과 손잡은 조 전 부사장이 역습을 시도하는 셈이다.

▲ 출처=한진

김신배 전 SK 부회장부터 구본무 변호사까지

조현아 전 부사장 및 KCGI, 반도건설이 주축이 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주주연합)은 내달 27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문경영인과 외부전문가들로 한진칼의 이사진 을 구성해야 한다며 추천 명단을 13일 공개했다.

사내이사 및 기타 비상무이사 후보로는 김신배 전 SK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주주연합은 김신배 후보를 두고 “SK 그룹 부회장, SK C&C의 대표이사 부회장, SK텔레콤의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한 능력과 경륜을 모두 갖춘 전문경영인”이라고 말했으며 배경태 후보는 “삼성전자의 국내 및 해외 경영현장에서 탁월한 조직관리 및 영업 역량을 발휘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전문경영인”이라고 설명했다.

김치훈 후보는 한국공항 상무, 통제본부장의 직책으로 국내 14개 공항을 총괄하는 업무를 수행하며 오랜 기간 항공 운송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았다고 밝혔으며 함철호 후보는 티웨이항공의 대표이사 직을 역임하며 티웨이항공을 흑자 전환시킨 항공산업 분야의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사외이사로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와 여은정 중앙대 교수, 이형석 수원대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 사람 변호사 등 4명을 추천했다. 주주연합은 서윤석 후보를 두고 “한국관리회계학회 회장을 역임한 회계전문가”라면서 “2004년 포스코 사외이사로 선임된 뒤 이사회 산하 주요 위원회를 이끌면서 포스코의 투명경영에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고, 2008년 포스코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한 바 있다”고 말했다.

여은정 후보는 공학도 출신 금융산업의 전문가라고 설명했으며 이형석 후보는 경영 현장과 학계에서 모두 전문성을 쌓은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구본주 후보는 기업 및 금융, 법무 전문가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주주연합은 “참신하고 능력있는 전문경영인과 외부전문가들로 한진칼의 이사진이 구성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이번 주주제안을 통해 한진칼이 대주주 중심의 경영에서 벗어나 이사회 중심의 경영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를 위해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와 분리하여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는 것으로 하는 한편 회사의 ESG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 말했다. 

또 거버넌스위원회, 준법감시 및 윤리경영위원회, 환경 및 사회공헌 위원회 등 위원회들을 추가로 신설하는 규정을 정관에 둘 것이며 여성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 성별 다양성을 확보할 것이라 말했다. 여기에 한진칼의 정관 변경안에 전자투표제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사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 등을 정관에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보상위원회의 의무적 설치 규정을 정관에 두어 주주들이 경영진의 보수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주주연합은 “이번 주주제안이 다가오는 한진칼의 주주총회에서 통과되는 경우 한진그룹은 전문경영인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경전 ‘뜨겁다’...결론은?

조 전 부사장이 연일 경영복귀를 시도하고 있으나 조원태 회장도 물러날 기세가 아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KCGI 및 반도건설과 손잡으며 압박의 강도를 올렸으나, 조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지를 끌어내며 반격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호텔사업을 사실상 정리한다는 방침을 발표하며 조현아 전 부사장을 강하게 몰아치고 있다. 내달 2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운이 감도는 이유다.

다만 두 진영의 지분율을 보면 1.4%p차이로 조원태 회장 진영이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그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주총에서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공은 국민연금 및 소액주주의 손에 달렸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 지분이 최근 2.9%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 주총에서의 영향력이 낮아졌다는 말도 나오지만 세계 3대 연기금 중 하나인 국민연금의 행보에 따라 기관 투자자들의 마음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누가 사로잡느냐에 따라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진영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