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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태산 서평] “연구 프로젝트? ‘원숭이 훈련’부터 시작하라”

<디스럽터 : 시장의 교란자들> 데이비드 로완 지음, 김문주 옮김, 쌤앤파커스 펴냄.

디스럽터(Disruptor)는 ‘교란시키는 자’를 말한다. 트렌드 분석가인 저자는 2020년 가장 핫한 기업들의 핵심전략을 이 단어로 압축한다. 기존의 사업을 고치는 수준이 아니라 경쟁자들을 교란하여 완전히 새로운 판을 짜는 전략이다. 혁신보다는 파괴에 가깝다.

책에는 소셜데이팅 앱 세계 1위 '틴더', 핀란드 금융그룹이 운영하는 포횰라 병원, 모바일게임사 슈퍼셀, 중국 농촌마을 잡화점에서 시작되어 세계 최대 실시간 판매 데이터베이스가 된 중국정부의 우체국서비스 ‘요우러’, 모든 세계인에게 단돈 100유로에 전자시민권을 발급해주고 회사설립을 허용하는 에스토니아 정부 등 다양한 전 세계 디스럽터들이 등장한다.

그 가운데 호주 콴타스 항공의 획기적인 포인트 전략과 디스럽터들이 유념해야 할 구글의 프로젝트내 위험 판단기술(멍키 퍼스트)을 소개한다.

타 항공사들이 ‘부채’로 여기는 고객 마일리지 활용해 수익 ‘급증’

◇호주 콴타스항공=2010년대 초반 항공연료비 폭등, 고정비 상승, 저가 항공사 등장에 따른 항공권 가격 인하 압력 등 항공사의 미래가 위협받게 되었을 때, 콴타스 경영자들은 항공사의 가치를 밑바탕부터 재평가했다. 그 결과 강력한 브랜드와 충성도 높은 고객기반을 자사의 핵심자산으로 판단하여 이를 토대로 포인트(마일리지)로 작동되는 로열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콴타스의 포인트는 엄청난 자산이 됐다. 콴타스 경영자들은 포인트 속에 고객의 행동과 관심사에 관한 막대한 양의 ‘현실 데이터’가 담긴 사실을 간파했다. 그들은 포인트를 ‘빚(부채)’으로만 여겨 하루빨리 떨쳐내고 싶어하는 여타 항공사 경영자들과는 달랐다.

현재 ‘콴타스 로열티’는 호주 인구의 절반인 124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회원들은 2017년 1200억 포인트를 적립했고, 이것을 비행좌석 500만 개로 교환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콴타스 고객은 여행 외에도 다양한 일상활동으로 포인트를 쌓는다. 옷을 드라이클리닝하거나 카페라테를 주문하거나 아기방에 가구를 채우고 개를 산책시켜도 콴타스 포인트를 얻는다. 포인트는 골프장 예약이나 보험가입 등 비행과 무관한 제품과 서비스에도 사용할 수 있다.

콴타스는 보험회사 ‘콴타스 인슈어런스’, 금융회사 ‘콴타스 머니’ 등을 설립했다. 해외에서 사용가능한 현금카드도 출시했고, 골프클럽을 개설하여 회원들이 골프경기에 참여하여 상금으로 포인트를 벌 수 있게 했다. 콴타스 인슈어런스는 건강보험시장에도 진출하여 가입자가 웨어러블기기를 통해 달리기, 개와 함께 산책 등 자신의 육체활동을 기록할 경우 포인트를 쌓아주고 있다. 2015년부터 2년간 보험가입자는 2250억 걸음을 걸었다. 2017년 콴타스 인슈어런스는 호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민간 건강보험 브랜드로 급부상했다.

‘로열티 연합’에 참여할 협력사들도 확충하고 있다. 콴타스는 협력사에 이익을 남기고 포인트를 판매한다.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 우버, 울워스 마트, 호이즈 영화관, 록풀 레스토랑 등은 콴타스 포인트를 구매하여 자사 고객들에게 보상해준다. 2017년 콴타스는 국제선 항공권을 파는 것보다 포인트를 팔아 더 많은 돈을 벌었다.

‘콴타스 로열티’는 2011년 온라인 쇼핑몰 ‘위시리스트(Wishlist)’를 인수하여 애플이나 아디다스 같은 브랜드에 돈을 쓰면 콴타스 포인트를 쌓아주고 있다. 그해 식음료 클럽 ‘에피큐어(epiQure)’도 열었다. 회원들이 일등석에서 제공하는 고급 샴페인을 구입하고 유명 셰프들과 개인맞춤형 저녁식사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목표는 고객 몰입도를 강화하고 더 충성도 높은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있다.

콴타스는 로열티프로그램으로 2018년 3억7200만 호주달러를 벌어들였다. 이익률은 무려 24.1%나 됐다. 회사 전체로는 그해 160억 호주달러라는 유례없는 세전이익 달성을 발표할 수 있었다.

가장 어려운 부분부터 작업해야 프로젝트 부실화 막아

◇멍키 퍼스트=’구글X’는 전혀 새로운 기술들을 사용하여 급진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알파벳(구글의 모기업)의 부서로 출발했다. 지금은 ‘X’라는 회사로 독립했다. 구글X에서 수행한 프로젝트들은 10%가 아니라 10배(x10)향상을 목표로 했다. 프로젝트들은 미국이 달 탐구를 위해 천체 망원경을 개선하는 대신에 달 탐사선을 만든 것처럼 과감하다는 뜻에서 ‘문샷(Moonshot, 달 탐사선 발사)’이라는 별칭이 붙는다.

문샷 프로젝트로 선정되면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맘껏 연구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 채택에 앞서 ‘킬(KILL) 판단법’에 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아무리 유망해 보이는 프로젝트일지라도 어떤 지점에서 미련없이 종결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기준이다. 신나게 만드는 일에만 몰두하다 보면 결점이 있으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하게 되는 편향성, 즉 ‘출시열(launch fever)’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킬 판단법의 원칙은 바로 “프로젝트의 가장 위험한 부분부터 가장 먼저 식별해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둥 위에 앉아 있는 원숭이에게 셰익스피어를 암송하도록 가르친다”라는 프로젝트라고 해보자. 대부분 기업의 주주나 상사들이 초기부터 프로젝트 진척 증거를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이에 대응하여 담당자들은 기둥부터 만든다. 이것은 잘못이다. 올바른 선택은 가장 어려운 부분, 즉 원숭이 훈련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이른바 ‘멍키 퍼스트(Monkey First)’ 개념이다.

문샷 프로젝트가 수행 도중에 치명적 부분을 발견하여 킬 판단법에 따라 포기하게 될 경우 구글은 최대한 사후조사를 하고 최대한 기록을 남긴다. 2년 만에 그만 둔 프로젝트일 경우 마지막 6개월은 원인을 조사하고 교훈을 찾아내 기록하는데 쓰였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성공한 프로젝트로는 기계학습 툴을 개발하는 구글브레인, 인터넷 연결성을 확장하기 위해 성층권에 풍선을 띄워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룬(Loon), 사이버안보회사 크로니클, 생체과학 부문의 베릴리, 시속 120km의 드론배달 프로젝트 윙(Wing), 우주엘리베이터, 저온핵융합, 자기부상 호버버드, 수상태양광발전소, 1인용 비행장치 제트팩 등이 있다.

그림설명=구글X를 이끌었고 현재 'X' 대표를 맡고 있는 아스트로 텔러는 '몽키 퍼스트' 원칙을 통해 프로젝트의 가장 어려운 부분부터 시작함으로써 가능성 없는 프로젝트에 몇 년간 매달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출처=아스트로 텔러의 블로그(blog.x.company)

주태산 주필  |  joots@econovill.com  |  승인 2020.02.15  10: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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