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경제성장률은 2.0%로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광공업 생산지수는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생산능력은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1년 이후 각기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고, 민간 소비 성장률 역시 연 1.9%로 2013년 이후 가장 낮았다. 그러한 가운데에도 한국경제가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성장률 연 2%를 사수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 소비 성장률이 연 6.5%로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덕분인데, 이 같은 정부 재정 주도 경제성장은 지속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지금의 상황은 어느 모로 보나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규정지을 수밖에 없다.

이제 두 달째를 맞고 있는 새해도 예감은 좋지 않다. 우선은 지난 1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전후하여 걷잡을 수 없이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이하 우한 코르나 사태)가 한국 경제의 최대 복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일 국제신용평가사 S&P는 우한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은 연 5.0%에 머물 것이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연 4.4%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을 내어 놓았다. 만약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심각한 마비 증상을 보일 경우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내수 부진과 그로 인한 대중(對中) 수출 감소는 불 보듯 뻔 한일이다. 실제로 당초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연 2.5% 내외로 전망했던 대부분의 해외 경제연구기관 및 주요 투자은행들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를 고려한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 1.5%부터 연 2.2%까지로 하향조정 하였다.

‘중국이 2년 간 2000억달러 상당의 미국 제품을 추가 구매하면 미국이 당초 계획한 대중(對中) 추가 관세부과를 철회하고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는 조건’으로 지난달 15일 미중 양국이 최종 서명한 무역합의가 파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역시 한국 경제에는 부담이다. 약속은 물론 지켜져야 하지만 이번 사태로 중국은 합의 이행이 부담스러운 반면,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을 통해 6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對中) 무역적자 개선에 성공한 미국은 중국의 합의 이행을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최근 미 상원에서 탄핵안이 부결되어 11월 재선 가도에 탄력이 붙은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서는 중국과의 기 싸움에서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 어떻게든 유권자들에게 ‘강한 미국’의 이미지를 보여주려 할 것이다. 일시적으로 봉합되었다고는 하나 미중 무역 갈등 문제는 언제든 다시 촉발할 수 있다.

국내로 눈을 돌려도 상황이 어지럽기는 매 한가지다. 편 가르기 정치로 국론은 이미 수습하기도 어려울 만큼 분열되었고, 4월 총선에서는 그 결과가 어떠하든 정치 사회적 혼란상은 정점을 찍을 것이다. 그 사이 누구도 돌보지 않는 경제는 각자 살아남기 위한 위법과 편법에 몸살을 앓을 것이고, 최근 불거진 ‘DLF 불완전판매’와 같은 폰지 사기는 암암리에 더욱 횡행하여 그나마도 근근이 버티던 서민경제는 마침내 파탄을 맞을 것이다. 아무리 ‘희망 고문’을 하려 해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다. 다만, 큰 욕심 부리지 않고, 허리띠 졸라매며 폭풍이 지나가기를 바라야 한다. 각자도생(各自圖生)만이 유일한 살 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