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카카오가 지난해 매출 3조89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8% 성장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최초로 매출 3조원 시대를 열며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는 평가다. 매출도 높아졌지만 영업이익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지난해 2066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무려 183% 성장한 수치기 때문이다. 4분기 기준으로 보면 매출은 86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79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750% 수직상승했다. 영업이익률은 9.2%다.

여민수, 조수용 공동대표 체제의 탄탄한 로드맵이 시장에 안착하며 파괴적인 수준의 호실적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18년 1월 두 공동사장이 검은 셔츠를 입은 강렬한 이미지의 프로필 사진을 통해 등판했을 당시만 해도 비록 업계의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었으나, 단기간에 ‘연 매출 3조원 돌파 및 분기 영업이익 1750% 상승’을 기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압도적인 존재감이다.

▲ 여민수 조수용 대표. 출처=카카오

“이제, 돈을 제대로 만지고 있다”

카카오는 2017년 매출 1조9742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조원 벽을 넘었으며, 지난해 기어이 3조원 클럽에 가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당시부터 예견된 일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3분기 매출 7832억원, 영업이익 591억원을 기록했으며 매출의 경우 3분기 기준 정점을 찍었고 영업이익은 2015년 이래 가장 높은 성과를 올린 바 있다. 카카오톡 중심의 비즈니스 구조 안착과 신규 사업의 수익 모델 확대가 역대 최고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플랫폼 부문 매출은 톡보드의 질주가 이어진 가운데 전 분기 대비 27%, 전년 동기 대비 47% 성장한 4440억원을 기록했다. 여민수 대표는 컨퍼런스 콜을 통해 “톡보드 매출은 전망치인 일평균 5억원을 넘기고 있다”면서 “올해 1조원 매출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톡보드를 시작으로 채널과 비즈메시지, 페이까지 이어지는 경험을 극대화해 톡비즈 성장을 추진하겠다”면서 “신규 유입된 중소형 광고주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광고주만 3000개사 이상이다.

톡보드는 카카오 공동체의 핵심 자산 및 고도화 되고 있는 비즈니스 솔루션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카카오페이,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핀테크와 커머스 플랫폼은 상품의 발견을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며 다양한 비즈니스 솔루션과 접점이 넓다는 평가다. 최초 톡보드가 공개됐을 당시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고 카카오톡의 구동이 느려지는 한편, 지나친 광고성 메시지로 사용자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으나 결론적으로 이는 기우에 그치는 분위기다.

▲ 톡 보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톡보드가 광폭행보를 보이면서 커머스 실적도 동시에 질주하고 있다. 여민수 대표는 “이커머스 시장이 팽창하며 수익성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카톡 선물하기는 개인화된 상품 경험을 토대로 조 단위 거래규모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머스 분야에서는 지분스왑으로 동맹을 구축한 SK텔레콤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여민수 대표는 SK텔레콤과의 협력을 설명하며 인공지능 및 콘텐츠, 모빌리티 등 다양한 영역의 시너지를 논하면서도 “커머스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털비즈 매출은 계절적 광고 성수기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6% 증가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로는 광고 플랫폼 고도화를 통해 3% 성장한 1342억원을 기록했다.

신사업 매출은 전분기 대비 42%,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한 882억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 모빌리티 중심의 외형 확장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 가장 큰 택시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의 경쟁력에 시선이 집중된다.

페이의 경우 결제 거래액 성장과 금융 상품 출시로 수익이 증가함에 따라 신규 사업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최근 카카오의 증권업 진출, 보험업 진출 가능성에 시선이 집중된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전략실 부사장은 카카오 증권업 진출을 두고 “기존 증권사업에서 수익이 발생되고 있으며 금융 비즈니스 연계를 통한 수익창출로 재무적 부담이 크지는 않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머니 2.0 테크핀 전략을 가동하며 금융 상품 생산자의 지위도 가지겠다는 포부도 나왔다. 카카오페이를 중심에 두고 핀테크, 테크핀 전략을 힘있게 끌고 가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콘텐츠 매출은 픽코마 매출의 회계 기준 변경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2% 감소했으나, 전년 동기 대비로는 14% 성장한 4233억원을 기록했다. 게임의 경우 <달빛조각사>의 인기가 이어지며 전 분기 대비 7%, 전년 동기 대비 6% 성장한 1059억원을 기록했다. 뮤직 콘텐츠 부문은 전 분기 대비 1% 증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1533억원을 달성했으며 유료 콘텐츠 매출은 픽코마 매출을 4분기부터 J-GAAP 회계 기준에서 K-IFRS을 적용하게 됨에 따라 전 분기 대비 48% 감소,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한 478억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의 콘텐츠 생태계는 확장일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카카오페이지와 픽코마 거래액 기준 모두 분기 최대치를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13%, 전년 동기 대비 52% 성장한 거래액 1247억원을 달성했다. IP 비즈니스 기타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9% 성장,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한 1163억원이며 카카오M의 신규 매니지먼트 회사 편입 효과 및 음반 유통 매출 성장, 카카오IX의 프렌즈 IP를 활용한 글로벌 및 온라인 매출 성장이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출처=카카오

두 남자의 승부수, 통했다

카카오가 지난해 4분기는 물론 전체 실적 모두 ‘연타석 홈런’을 친 가운데 그 중심에서 활동하는 여민수, 조수용 공동대표의 존재감에 시선이 집중된다.

다음과 카카오의 결합과 동시에 등판한 최세훈, 이석우 전 대표 시절을 ‘카카오 1기’로 본다면 임지훈 단독대표 체제는 ‘카카오 2기’로 정의할 수 있고 현재의 여민수, 조수용 대표 체제는 일종의 ‘카카오 3기’로 정의할 수 있다. 1기가 다음과 카카오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냈다면 임 전 대표의 2기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의 방향성을 잡고 뚜렷한 성과를 내는 단계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진 현재의 단계는 1기와 비슷하게 다시 ‘화학적 결합’이 필요한 단계로 볼 수 있다. 임 전 대표가 일부 서비스의 종료, 인수합병, 계열사 분리 등을 통해 카카오의 생태계를 키운 상태에서 카카오 3기는 다시 한 번 조직을 추스르고 ‘수익’에 집중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다만 1기와 3기의 차이점도 있다. 3기의 투톱인 여민수, 조수용 공동대표가 각각 광고와 브랜드 전문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민수 대표는 광고사업총괄부사장으로 일했고, 조수용 대표는 공동체브랜드센터장을 역임했다. 이러한 차이는 ‘확실한 수익’을 올리는 카카오의 정체성 변화를 극적으로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톡보드의 성공과 콘텐츠 및 신사업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현재의 카카오는, 단기적으로 광고와 브랜드의 시너지이자 장기적으로 ‘카카오 1기’부터 이어진 로드맵의 연장선에 있다는 뜻이다.

▲ 여민수 조수용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여세를 몰아 카카오는 올해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는 강력한 비즈니스 솔루션을 가동할 방침이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를 기반으로 한 테크핀 분야의 모바일 혁신 등을 통해 국내 이용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금융앱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유료 콘텐츠의 글로벌 전략도 속도를 낸다. 픽코마는 지난해 연간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일본 시장 내 만화 플랫폼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며 카카오페이지는 지난해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올해는 대만, 태국, 중국까지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게임도 엑스엘게임즈 인수를 통해 하드코어 장르의 개발력을 내재화하며 플랫폼, 퍼블리싱, 개발까지 게임 사업을 키운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