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쏘카의 100% 자회사인 VCNC 타다가 승부수를 던졌다. 쏘카가 렌터카 기반 서비스 타다를 독립시켜 아예 별도법인으로 만드는 카드를 뽑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추가 투자 유치를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단기적 관점의 해석과, 장기적으로는 강력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시도하겠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떤 방향이든, 쏘카와 타다는 판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을 시도하는 셈이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가 세차게 요동치고 있다.

독립하는 타다
쏘카는 12일 자회사 VCNC가 운영하는 서비스 타다가 라이드셰어링 사업을 담당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전담 독립기업으로 새롭게 출발한다고 밝혔다. 이사회에서 전격 결정됐으며, 타다는 오는 4월부터 쏘카에서 분할돼 국내 모빌리티 혁신과 성장을 선도할 독립기업으로 출범한다는 설명이다.

▲이용자 서비스 강화 ▲드라이버 사회안전망 지원 ▲기업의 사회적 기여와 책임 실천 ▲플랫폼 생태계 확대라는 4대 가치를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큰 그림이 나왔다. 타다는 라이드셰어링 사업을 전담하고 쏘카는 카셰어링 사업을 중심으로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며 기업 분할 방법은 인적 분할이다. 분할 이후 현 쏘카 주주들은 동일비율로 타다의 지분을 소유하게 된다.

박재욱 타다 대표는 “독립기업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 타다의 사업기회를 확대하고 투자를 적극 유치해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산업을 더 크게 확장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타다의 역동적인 성장과 쏘카의 안정적인 성장으로 한 개의 유니콘이 아니라 더 많은 유니콘을 꿈꿀 수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 생태계를 확장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오랜 고민 끝에 타다의 사업 경쟁력 제고와 더 큰 성장을 만들어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면서 "이 새로운 여정이 모빌리티 유니콘이 아니라 모빌리티 유니콘 목장이 만들어지는 시작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타다 서비스는 쏘카의 자회사 VCNC의 서비스며, VCNC는 비트윈이라는 커플앱을 운영하기도 한다. 쏘카 관계자는 "비트윈 등의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면서 "새로운 법인 출발이 라이드셰어링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난의 행군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카카오 모빌리티 '발' 카풀 전쟁이 기승을 부리던 2018년 10월, 쏘카 VCNC는 타다 서비스를 정식으로 출시했다. 11인승 택시의 시작이다.

타다의 꿈은 컸다. 당시 박재욱 대표는“서울에만 작년(2017년) 기준 310만대의 차량이 움직이고 있으나 이동의 사용자 경험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면서 “영국 왕립자동차클럽재단의 84개 도시 대상 조사 결과 평균 주차시간은 95.8%에 이른다. 자동차 운용 효율성이 낮다. 극단적으로 5%의 차량이 24시간 돌아간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IT 기술로 플랫폼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공유경제로 자동차 숫자를 줄이는 한편, 기존 산업과 협력해 양질의 모빌리티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며 타다의 비즈니스 비전을 설명했다.

타다는 초반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다. 오픈 베타 테스트 1개월만에 시작 대비 10배 급증한 이용건수를 기록했으며 이후 다양한 서비스를 공개하면서 확장일로를 거듭했다. 2019년 3월에는 쏘카가 일레클과 연합하며 마이크로 모빌리티 전략도 가동하는 영악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타다의 거침없는 기세가 이어졌으나, 지난해 3월부터 심상치않은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카풀을 두고 벌어지던 논란이 일단락되며 ICT 업계를 대표하는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사라지는 대신, 택시업계가 타다에 대한 압박을 키웠기 때문이다. 당초 택시업계는 카풀 논란을 거치며 쏘카 VCNC 타다를 두고 처음에는 '두고보자'는 입장이었으나, 타다 서비스가 빠르게 시장을 매료시키자 다시 전가의 보도인 '생존권 보장'을 꺼내들며 거세게 반발했다.

사태는 숨가쁘게 돌아갔다. 택시업계와 협력해야 제대로 된 모빌리티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정부의 노골적인 '표심을 위한 편들기'에 타다의 입지는 좁아졌으며 반대급부로 택시업계와 손을 잡은 ICT 업계에서도 타다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완벽하게 고립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 모빌리티와 같은 ICT 기업들이 타다를 압박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카카오 모빌리티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4단체가 지난해 5월 23일 성명서를 발표한 가운데 “정부 여당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합의 정신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으며, 불법적인 유사 택시업종의 여객운송 질서를 문란 시키는 행위는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되어 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는 택시업계가 타다를 압박할 때 쓰는 표현이며, 여기에 카카오 모빌리티가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업계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의 플랫폼 택시 로드맵이 발표되며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국토부가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 제도화, 택시산업 경쟁력 강화,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서비스 혁신이라는 3대 과제를 바탕으로 하는 택시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쏘카 VCNC는 존립을 걱정할 수준의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타다가 속한 혁신형 플랫폼 택시 조건은, 쏘카 VCNC가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타다는 지난해 10월 7일 쏘카 VCNC는 1만대 증차 카드를 빼들었다. 박재욱 VCNC 대표는 "이동의 기본이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더 정직하고 더 편안하며, 더 안전하게 이동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면서 "타다 서비스를 확장해달라는 목소리가 요청지역 기준 1000곳, 요청건수는 3만여 건이다. 적극적인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만들었고, 앞으로는 활발하게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까지 차량을 1만대 증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쏘카 VCNC는 1만대 증차가 가능하다고 말했으나, 국토부의 생각은 달랐다. 국토부는 플랫폼 택시 로드맵을 가동하며 택시감차에 기반을 둔 모빌리티 업체의 증차를 끌어낼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VCNC가 1만대 증차 카드를 꺼내자 펄쩍 뛰었다. 즉각 "타다의 사업 확장 계획 발표는 사회적 갈등을 재현시킬 수 있는 부적절한 조치"라면서 "타다 서비스의 근거가 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예외적인 허용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강경대응에 나섰다. 결국 쏘카 VCNC는 1만대 증차 카드를 하루만에 포기한다.

위기는 이어진다. 박홍근 의원실은 플랫폼 택시 법제화 내용을 담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사실상 타다 금지법을 꺼내들었고, 검찰은 불법 콜택시 운영 혐의로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에게 최근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타다 금지법은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이며, 만약 본회의를 통과하면 타다 서비스는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타다 금지법 자체가 플랫폼 택시 법제화의 의미도 있지만 타다의 서비스를 100% 막아버리는 강력한 제재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구형도 위기다. 이현주 ICT 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쏘카 VCNC의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투자 유치 소식이 알려지는 등 고무적인 분위기도 연출됐으나, 검찰의 기소로 상황은 다시 복잡해졌다”면서 “1심 판결에 따라 쏘카의 대응도 장기화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박재욱 대표. 사진=-임형택 기자

연속공격 나왔다...타다, 이겨낼까
쏘카는 최근 510억원의 투자 유치를 끌어내며 반등의 기회를 모색했다. 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PEF)인 LB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쏘카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기업 가치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기준에 살짝 미치지 못하는 9000억원 수준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독립하는 타다는 더욱 적극적인 투자 유치에 나설 전망이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상태에서, 타다는 홀로서기에 나서며 투자 유치에 대한 큰 꿈을 꿀 전망이다. 당초 510억원의 투자 유치를 하기 전, 수 천억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 가능성까지 나왔으나 불발된 상황에서 '독립 타다'는 당분간 홀로 모험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라이드셰어링 존재감을 키울 전망이다. 우버 트랜짓의 사례처럼, 대중교통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쏘카를 중심으로 '유니콘 목장'을 노리는 전략적 행보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