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우울했던 유통업계가 영화 ‘기생충’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특히 영화 속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주목받으면서 농심이 수혜기업으로 떠올랐다. 이에 농심은 짜파구리 조리법을 11개 언어로 소개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3월에는 아예 짜파구리 제품을 해외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 짜파구리 조리법 영상 장면. 출처=농심

12일 업계에 따르면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 각본상 등을 수상하면서 영화에 투자한 CJ보다 ‘짜파구리’의 농심이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심지어 짜파구리는 영화 기생충의 PPL도 아니었다. 사전 영화 제작 당시 영화에 ‘짜파구리’ 명칭과 제품을 사용해도 되겠냐는 문의에 확인 답변만 해준 것이 전부였다. 

짜파구리는 농심의 ‘짜파게티’와 ‘너구리’ 제품을 섞어 조리한 라면을 말한다. 짜파구리는 지난 2009년 농심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에 한 네티즌이 자신만의 이색 레시피를 소개하며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익숙한 제품이 된 짜파구리가 영화를 통해 노출되자 해외에서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10일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축하하기 위해 대중들은 ‘짜파구리’를 먹고 인증을 하자는 글이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지기도 했다.

이에 농심도 짜파구리 해외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 11일 자사의 유튜브 채널에 짜파구리 조리법을 11개 언어로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영화에 나온 짜파구리를 누구나 손쉽게 조리해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언어로 조리법을 안내하는 영상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 영국 런던에 나눔되는 짜파구리 홍보 포스터. 출처=농심

또한 세계 각국에 기생충이 상영되는 영화관에 짜파게티와 너구리 제품을 나눠주며 짜파구리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7일부터 상영을 시작한 영국 런던에서는 기생충 영화 포스터 패러디와 조리법을 넣은 홍보물을 제작해 함께 제공 중이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 런던의 1554개의 기생충 상영관 중 3개의 상영관에서 제품 나눔을 하고 있다”면서 “영화 시작 전에 스크린 광고 중 제품을 제공하는 샘플링을 해봤는데 반응이 좋아서 행사 상영관을 더 확대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농심의 짜파구리 해외 마케팅은 국내에서도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농심은 이미 지난 1월 너구리 브랜드의 한정판 신제품 ‘앵그리 RtA’를 출시한 바 있다. ‘앵그리 RtA’ 제품 또한 온라인에서 먼저 화제가 된 제품이 실사판으로 출시 된 것이다.

▲ 기존 너구리 제품보다 3배는 맵게 출시된 '앵그리 RtA' 라면. 출처=농심

RtA는 너구리를 즐겨 먹지만 한글을 읽지 못하는 외국인들이 지어낸 별칭이다. 수년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서 유명한 RtA라면을 사달라고 했다. 처음 들어보는 라면이라 어리둥절했는데 사진을 받아보니 농심 너구리였다”는 사연이 올라오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 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RtA가 다시 화제가 되면서 재차 입소문을 탔다. 실제로 한 외국 온라인쇼핑 사이트에서는 농심 너구리를 ‘RTA Neoguri’라고 병행표기 되어 있을 정도다. 농심은 이를 놓치지 않고 바로 RtA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었다. 회사 측은 "소비자들이 붙여준 별칭을 실제 제품에 적용해 친근한 이미지를 줄 수 있겠다 싶어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 너구리 RtA ebay 판매 화면. 출처=농심

농심은 제품의 네이밍 뿐 아니라 내용물에도 변화를 줬다. 면은 더 굵어졌고 국물은 더 진한 해물맛을 살리면서 기존 너구리에 비해 약 3배 더 매워졌다. 특히 고추의 함량을 늘리고 후추를 더해 화끈하고 얼얼한 매운맛을 구현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최근 식품업계에서 극강의 매운맛 제품들이 성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기존보다 매운맛이라는 콘셉트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농심 관계자는 “기생충의 수상 이후 미국 등 해외 거래처에서 짜파구리 출시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면서 “현재 한국은 계획에 없고 3월 미국에서만 짜파구리 출시를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라면도 국내와는 다른 인식으로 끓여먹기보다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용기면이 익숙하다”면서 “국내에 익숙한 봉지라면 보다 컵라면 형태의 제품으로 출시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또한 ‘치맥’에 이은 새로운 바람에 긍정적인 시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문화 콘텐츠를 사용해 한국의 식문화를 알리는 방법 또한  K-푸드에 새로운 방안이 될 것이다”면서 “인위적인 홍보와 강요보다 오히려 이러한 자연스러운 노출이 외국인들에겐 친숙한 접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