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리뷰=이가영 기자] 한진그룹의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소액주주가 캐스팅보트로 떠올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의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은 가운데 나머지 주주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그룹의 미래가 갈릴 수 있어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33.45%, 델타항공·카카오 지분 포함)측과 조현아 전 부사장(31.98%)측의 표차가 1.47%p에 불과한 상황에서 한 표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현재 공시 의무가 없는 지분율 5% 미만으로 보유한 기관·개인 투자자들의 비율은 전체의 약 30% 정도로 추산된다. 

양 측은 캐스팅보트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한 경영개선, 주주가치 제고 등 주주 친화 정책을 한목소리로 피력하고 있다. 여기에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여론전도 심화되고 있다. 

2017년 말 섀도보팅(Shadow Voting·의결권 대리 행사)이 폐지되면서 소액주주를 등한시 하던 분위기가 상당수 희석되긴 했지만 여전히 이 같은 분위기는 남아있다. 소액주주들은 평소에는 홀대받지만 경영권 쟁탈전이 치열할 때만은 한 주(株)가 금값이라 귀한 몸이 된다. 

비단 한진그룹만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 상당수가 그러하다. 일례로 과거 삼성물산은 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주요 일간지 등에 ‘삼성물산 주주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는 광고를 내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호소에 나서기도 했다 

문제는 기업들이 경영권 수호에 성공하고 나서다. 기업 상당수가 언제 그랬냐는 듯 소액주주를 나몰라라 한다. 필요할 땐 ‘주주님’인데 그 후엔 일개 ‘개미’ 취급이다. 표심을 얻기 위해 앞 다퉈 내놓는 주주친화책의 실현 여부도 불투명해 진정성이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기업들은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잡기위해 말로만 공약을 내세우는 대신 이들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소액주주들은 결코 총수일가와 경영진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는 들러리가 아니며, 이들은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주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받아들일대 진정한 기업의 변화와 혁신도 가능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