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및 4차산업의 중심도시로 꼽히는 인도 남부 벵갈루루에 가면 요즘 주목받고 있는 외식기업이 있다. 한국 청년이 혈혈단신 인도로 날아가 업무용 차량 케어 서비스 등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다가 그 경험을 토대로 2018년 말에 창업한 ‘Daily Sushi’이다. 이 한국분식의 퓨전레스토랑은 개업 14개월만인 올해 2월에 벌써 4호점을 열었다. 5호점 오픈을 목전에 두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청년사업가의 고군분투 결과이지만 연 8~10% 성장하고 있는 인도 외식산업의 전반적인 성장세와 인도인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서 오는 외식산업 가능성의 결과이기도 하다.

동북부 콜카타에는 ‘King’s Bakery’라는 한식 및 제빵 퓨전레스토랑이 있다. 2018년에 창업해 최근 2호점을 오픈했다. 오가는 한국인이 많지 않은 콜카타에서 외식업에 도전한 것은 로컬 사회에 충분한 수요가 있다는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인 수요를 우선하는 기존 한국식당과 비교되는 한인 비즈니스의 변화이다.

K-Food 트렌드가 현지호응을 받고 있다는 사례는 여러 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개인이라는 점이 안타깝다. 자본과 인력을 갖춘 한국 외식기업들은 국내시장의 한계를 벗어나려고 하면서도 인도에 대한 무지로 적극적인 탐색조차 미루고 있다. 그나마 1인 화덕피자(GoPizza)가 첫 발을 내딛어 귀추가 주목된다.

식품시장에서도 K-Food 바람이 시작되었다. 한국의 이마트와 같은 현대화된 유통시스템이 Tier2(중견도시)까지 들어섰고 Tier1(대도시)에는 ‘Food Hall’과 같은 프리미엄 식품점까지 생기는 등으로 현대화가 구축되었다. 이런 구조에서 2018년부터 ‘BTN-Insulo’ 한국식품전문유통기업을 통하여 한국식품이 판매되었다. K-Food 바람이 시작된 것인데 ‘오뚜기 식품’이 인도시장용(用) 베지테리언 라면을 2018년 출시한 것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농심의 러시아 수출용 할랄 채식라면이 뒤따랐고 넌베지(Non-Veg)의 삼양 볶음면도 가세하여 인도에서 한국라면 붐이 시작되었다.

▲ 인도항공사 에어인디아의 승무원이 인천-델리 구간에서 기내식으로 서비스되는 오뚜기 진 컵라면에 물을 붓고 있다. 사진=김응기

그렇지만 한인마트를 벗어나 로컬에 진열된 한국식품이 라면과 김 등 제한된 제품뿐인 것이 안타깝다. 한류가 활발한 인구 4000만 명의 동북부 7개 자매주에서 한국식품을 환영하는 수요가 확인되고 있지만 아직은 통관규정을 준수한 수출제품이 제대로 없다. 이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인도시장에 대한 혜안으로 지원을 나선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 대중화를 위해 가격과 유통경쟁력 확보를 도모할 현지화를 염두에 두는 등의 기업의 적극적인 자세이다. 그리고 홍삼과 같은 건강기능·보조식품과 바쁜 인도인을 위한 가정간편식(HMR)과 같은 니치마켓 개발이 요구된다. 또 HORECA(호텔·레스토랑·카페)분야가 있다. ‘에어인디아’기내식으로 채택된 ‘오뚜기’ 베지테리언 컵라면이 인도호텔 조식메뉴로 공급하는 등 이 분야를 개척되고 있다.

K-Food를 살리기 위한 자정노력도 필요하다. 벌써부터 허가되지 않은 식품들을 이삿짐이나 기업화물로 위장 수입하여 정상보다 싼 가격으로 유통하는 암거래가 횡행하고 있다. 불법을 인지한 인도 당국은 정상제품에도 의심의 눈초리 던지고 있어 통관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현지 한국정부 관계기관에서 선도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