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지난해 지방 부동산 시장을 달궜던 광역시의 상승세가 다소 꺾인 모습이다. 다만 대전의 상승세는 올해 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상승 견인의 배경에는 대전의 시장특성과 함께 세종시의 부동산 시장 변동에 따른 반사이익이 있었다는 해석이다. 세종시로 인한 ‘반사이익’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정시 위주 교육제도 개편이 예고되면서 세종시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학군을 보유한 대전 시장에는 큰 호재가 될 수 있다는 현지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의 분석도 나온다.

광역시 상승세 둔화에도 대전 홀로 승승장구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을 기준으로 대전, 대구, 광주 등 광역시의 매매가격 상승률은 크게 상승했다. 대전은 21.84%, 대구는 9.32%, 광주는 16.97% 각각 상승했다. 분양가 상승폭 역시 광주가 388만원, 대전이 345만원 대구가 321만원을 기록하면서 전국 분양가 상승폭인 218만원을 크게 웃돌았다.

▲ 2019년 광역시별 1순위 청약경쟁률. 출처=부동간인포

반면 올해 들어 대전을 제외한 나머지 광역시의 상승세는 둔화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올해 ‘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6대 광역시 중 매매가격 변동률 중 가장 높았던 지역은 대전광역시로 1.2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른 광역시인 인천(0.20%), 대구(0.41%), 울산(0.33%), 부산(0.18%), 광주(0.11%)의 상승률보다 높다. 특히 같은 한국감정원의 지난해 ‘12월 전국주택가격동향’과 비교하면 대전과 대구만 1월에 각각 0.12%포인트, 0.11%포인트로 매매가격 변동률이 상승했고, 나머지 광역시는 모두 12월 대비 1월의 매매가격 변동률이 하락했다.

▲ 2020년 1월 지역별 매매가격 변동률. 출처=한국감정원

외지인의 아파트 매입건수도 대구와 광주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의하면 대구의 전년대비 2019년 외지인 아파트 매입건수는 –1536건을 기록했다. 광주는 –552건, 대전은 122건이었다.

이런 대전의 상승세 유지는 대전 자체의 시장 특성과 세종시로 인한 반사이익이 겹쳤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인포 권일 팀장은 “전체적으로 지난해 대전의 아파트 시장은 공급이 적었고 규제도 적다. 또 세종시로 인해 침체됐던 상황이 변해 일종의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통 강자 대전 학군, 세종 맹모들 흡수?

세종보다 학군이 오래된 점과 대전 학군에 대한 수요가 향후 대전 시장의 상승을 유지시키는 한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것이 중개업자와 전문가의 견해다.

해당 지역의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학원가가 자리한 둔산동과 일부 명문학교가 위치한 단지들이 서구 일대의 가격 상승과 수요를 이끌었다. 해당 업자들은 세종시 등 외부 수요도 많지는 않지만 꾸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중개업자는 학원가와 한밭초등학교, 문정중학교 등 학교가 유명하고 지하철역과 상권이 붙어있는 둔산동은 대전의 ‘대치동’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해당 지역의 아파트 단지들은 꾸준한 학군수요를 통해 매매가격뿐만 아니라 전세가격도 상승시키고 있다.

▲ 대전 크로바 아파트. 출처=네이버 거리뷰

실제 둔산동의 학원과와 인접한 ‘크로바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1월 84㎡(12층)의 매매가격은 5억3000만원이었지만 올해 1월에는 같은 층이 7억원에 실거래됐다. 전세가격 역시 1년새 급격히 상승해 올해 1월 84㎡의 전세보증금은 5억원으로 지난해 1월 같은 평형의 전세보증금은 3억5000만원보다 1억5000여만원 가까이 상승했다.

중개업자는 “둔산동의 경우 학교와 학원가를 모두 갖춘 곳이라 전통적으로 학군을 형성했다. 유성구와 중구 등 대전 수요 뿐만 아니라 세종시 등 외부에서 방학기간에는 계속해서 찾는 수요도 꾸준하다. 현재 대전의 외부수요는 크게 학군수요와 투자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 서구 지역의 경우 외부매입자는 실제 학군 수요로 인한 계절적 요인이 큰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감정원의 월별 매입자 통계를 보면 대전 서구의 10월 외부지역 매입자는 266명, 11월은 257명이었다가 방학시즌인 12월에는 395명으로 다시 대폭 증가했다.

이런 전통 학군에 세종시 등 인근의 외부 수요까지 붙게 된 데에는 지난해 교육부의 정시 위주 제도 개편이라는 변수가 있었다는 것이 해당 지역 중개업자들의 설명이다.

▲ 대전 일대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DB

둔산동의 한 중개업자는 “세종에서 학군 수요로 유입되는 사람은 대전 사람이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교육 시스템이 약간 다르다는 걸 체감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입시제도도 예전의 정시체제로 바뀌고 둔산동의 경우 문정중학교같은 워낙 유명한 학교와 학원가가 형성된지 오래라 다시 대전으로 고개를 돌리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의 다른 중개업자 역시 “기존의 수능 중심의 교육에 적합한 곳이 대전의 학군과 학원가이다. 정시위주 시스템이 다시 돌아오니까 불안해하는 일부 학부모들이 ‘구식’인 대전 학군의 교육방식을 신뢰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아직까지 외부에서 큰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해당업자는 덧붙였다. 그는 “내부 수요가 아직은 훨씬 많고 외부 수요는 한정적이다. 다만 외부 수요가 점차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권일 팀장은 “세종시는 조성된지 얼마되지 않아 학군 형성 기간이 짧다. 세종시도 학권은 있고 선호도 있지만 대전의 경우, 워낙 서구나 유성구 등 전통적으로 형성된 학군의 역사가 길기 때문에 선호에서 앞설 수 있다. 정부에서 수시가 아닌 정시확대를 천명하면서 그런 측면에서 영향을 주는 부분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