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코로나 19 확진자 방문으로 휴점하고 영업을 재개한지 이틀째인 지난 11일 롯데백화점 본점은 아직 유입인구가 회복되지 않아 다소 한산했다. 유통업계의 대목으로 꼽히는 밸런타인 시즌이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현장 직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한 시간 동안 매장을 찾는 손님은 서넛 팀에 불과했다.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잘나가는 품목인 향수와 화장품을 취급하는 매장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니치 향수(소수의 취향에 맞춰 만들어진 프리미엄 향수)로 유명한 바이레도는 한때 매장의 한 달 매출만 1억원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가장 핫한 향수 브랜드였으나, 요즘은 그 기세가 한풀 꺾였다.

바이레도 매장의 판매원은 "요즘 하루 판매건수는 많아야 15건? 평균 10건 될까 말까 한다. 작년 이맘때는 지금보다 2~3배 가까이는 됐다"고 말하며,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사람이 한창 없는 이때 밸런타인데이 앞두고서도 판매량 증가가 딱히 없다고 전했다. 밸런타인 대목을 기대하느냐는 물음에도 "올해는 글쎄요…"라며 대답을 흐렸다.

대목 인기 품목 향수, 코로나 19 영향 판매 3분의 1수준 추락

대표적인 인기 향수 브랜드 중 하나인 딥티크 매장에서는 "보통 이맘때 여성고객이 남성에게 줄 선물을 많이 찾는다"고 설명하는 한편 코로나19로 판매량이 평소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밸런타인데이 선물세트 같은 특별 프로모션은 따로 진행하는 바 없지만, 매출 감소에 대한 대응으로 선물용 향수를 찾는 고객에게 '커플 향수'를 추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 밸런타인시즌에 대한 매출 기대를 묻자, 그는 "휴... 그냥 (장사가) 조금이라도 잘 됐으면 좋겠다"며 체념 섞인 한숨을 쉬었다.

▲ 11일 오후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1층에 위치한 조말론 매장은 온라인 판매 상품의 포장·배송 작업으로 바쁜 모습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또 다른 향수 브랜드 조말론 매장은 온라인 판매 상품의 포장·배송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매장 매니저는 "롯데백화점 본점 자체에서 유입고객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해 어쩔 도리가 없다"며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찾는 손님이 전년 동기 대비 3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체감한다고 전했다. 대신 온라인 주문이 증가하면서 매출도 그쪽으로 집중되는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조말론 홈페이지는 현재 주문량 급증에 따라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는 공지를 띄우고 있다.  

조말론은 앞서 제시한 향수 브랜드들 중 유일하게 밸런타이데이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코롱 100ml 포함 두 가지 이상 제품 구매 시 참(열쇠고리 등에 다는 장식물)과 미니초콜릿을 증정하는 행사와 한정판 하트박스 포장 서비스 등이다.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높은 코스메틱 브랜드 샤넬은 특히 향수 품목이 여성은 물론, 남성 대상으로도 꾸준한 판매 추세를 보이고 있다. 샤넬 매장 매니저는 판매건수에 대해 "백화점 문 닫기 전(코로나19로 인한 임시휴업 전)까지는 평균적으로 하루 200건 정도"라고만 언급, 코로나19 발발 전후의 추이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오프라인 매장에서 진행하는 밸런타인 기념 프로모션이나 신종코로나로 인한 판매감소 대응책 등은 딱히 없다고 말했다.

속옷매장은 공격적 마케팅 불구 판매량 작년비 20~30%수준

젊은 층에게 '커플 속옷'으로도 인기가 많은 캘빈클라인 언더웨어는 현장 판매에 있어 향수·코스메틱 브랜드들보다 공격적인 판매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매장 직원은 “저렴한 제품을 찾는 고객들은 물론 온라인으로 구입하지만 아직은 (해당 브랜드가) 온라인보다 매장 판매에 더 초점을 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에 의하면 보통 10~15건인 하루 판매건수가 밸런타인데이를 앞둔 며칠 동안은 40~50건씩으로 4배 이상 뛰는 등 이 시즌은 2월 절정의 대목이다. 매장 직원은 현재 판매량의 흐름에 대해 "작년 이맘때의 20~30% 밖에 안 된다"고 전했으나 "대신 객단가는 올라갔다. 할인행사때문에 그나마 고객들이 (속옷) 1매 살 걸 3매 산다"고 덧붙였다.

밸런타인데이가 전통적인 성수기인 만큼 캘빈클라인 언더웨어의 이 시즌 매출에 대한 기대는 아직 크다. 캘빈클라인 언더웨어 매장은 백화점 2층에도 따로 팝업스토어를 마련했고, 밸런타인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프로모션은 아니지만 2월 신제품 출시에 따라 2개 구입 시 1만원을 할인해주는 등 구매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티파니앤코 같은 쥬얼리 브랜드들은 2~3월이 웨딩시즌인데다 밸런타인데이까지 끼어있어 이 시기에 대한 매출상승 기대가 높다. 그러나 티파니앤코 매장 직원은 밸런타인데이를 며칠 앞둔 지금도 꾸준히 잘나가던 제품이 판매되는 흐름으로, 판매량에서 평소와 다른 추이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원래 해당 매장은 주말에 고객 대기만 30분에서 1시간 가량 소요될 정도였는데 지금은 지난해에 비해 고객이 절반 이상 급감했다.

쥬얼리, 웨딩시즌까지 겹대목 불구 고객 절반 넘게 줄어  

티파니앤코 역시 밸런타인데이을 맞아 시행하는 특별 기획은 없다. 온라인 주문 역시 미국 외에서는 불가해 국내 경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롯데백화점 본점,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주축으로 매장 운영에 주력하고 있다. 티파니앤코 롯데백화점 본점 매장은 백화점 집중방역 후 재개장 소식을 회원 등록된 고객들에게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긴 했지만, 그 외 매출 회복을 위한 다른 타개책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 11일 오후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 자리한 고디바 매장은 1층보다는 비교적 손님이 많았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밸런타인데이가 초콜릿을 주고 받는 관습으로 잘 알려진 만큼 초콜릿 판매업체의 입장도 빠질 수 없다.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 매장의 매니저는 "작년 경우 2월 매출 절반이 밸런타인시즌 매출"이라는 말로 이 시즌의 중대성을 함축했다. 그러나 그에 따르면 해당 매장의 요즘 판매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30% 가량 감소했다.

밸런타인데이는 2월의 매출을 좌우하는 대목이기 때문에 그 역시 기대감은 있다고 언급하다가, 매출회복에 대해서는 "주변에 입점한 다른 매장들도 그렇고(경기가 좋지 않고), 백화점 자체의 유동인구가 심각하게 줄어서 현재로서는 감을 못 잡겠다"며 다소 회의적인 관점을 표했다.

그는 "분수효과(고객이 백화점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올라오도록 유인하는 전략)도 옛말"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건너편 카페구역을 가리키며 "저기 보면 답 나온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보통 카페구역은 쇼핑하던 사람들이 쉬어가는 곳으로 여기 백화점 전체의 유동인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 11일 오후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카페구역은 손님이 한두 테이블에 불과해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밸런타인시즌을 맞아 롯데백화점 본점에 팝업스토어로 입점한 초콜릿 브랜드 중 하나인 레더라의 현장 판매원은 "(해당 브랜드가) 가장 높은 가격대에 속하고, 최소 30대 이상 여성이 주 고객층"이라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릿을 찾는 손님들은 보통 시즌 첫 날(당일 3일 전)에 가장 적고 당일에 가장 많다. 레더라는 작년에도 여기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레더라 초콜릿 판매원은 "그때는 일 평균 매출 1000만원이었는데 오늘은 아직(오후 3시 경 기준) 60~70만원"이라고 밝히면서 오늘 일일 매출은 500만원 쯤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레스토랑도 황금시간대 여전히 예약 풀, 점심 공석 많고 고령자 취소 늘어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인기 레스토랑의 예약 현황에는 특이 동향이 없을까. 롯데호텔 뷔페 라세느는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2월 초부터 평일 점심 공석이 늘었다. 주중 저녁이나 주말은 아직 공석이 거의 없다. 취소된 자리는 대기인원에게 차례가 돌아가는데, 요즘도 황금시간대 인기가 건재한 모습이다. 롯데호텔 관계자에 따르면 젊은 층에서는 취소 움직임이 읽혀지지 않지만 60대 이상 노년층의 취소 증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노년층은 라세느 주중 점심 시간대의 주 고객층이기도 하다. 그는 이를 코로나19 확산으로 건강을 우려한 결정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롯데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응책으로 롯데호텔 서울 본점과 제주도점의 출입문 앞 열 감지기 설치와 손 세정제 구비를 제시하는 한편, 패키지 숙박객에게 건강차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추가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