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디즈니의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가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11일 기준 서비스 출시 3개월 만에 구독자 3000만명 돌파를 앞두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은 디즈니 플러스와 협력해 자사 유료방송 가입자 늘리기에 나서는 한편, 관련된 콘텐츠 전략도 빠르게 전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디즈니 플러스의 등장으로 전체 OTT 시장의 확대가 벌어지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OTT 시장 치킨게임, 출혈경쟁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 디즈니 플러스. 출처=갈무리

3000만 돌파 디즈니 플러스
AP에 따르면 현재 디즈니 플러스의 가입자는 2800만명을 넘겼다. 지난해 12월 2600만명 구독자를 넘은 상태에서 빠르게 생태계가 커지는 분위기다. 미국을 중심으로 캐나다 및 네덜란드 등 일부 지역에서만 출시되어 거둔 성과라 특히 고무적이다.

디즈니 플러스의 흥행 비결 중 하나는 강력한 콘텐츠 라인업이다. 주로 키즈 콘텐츠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축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스타워즈 시리즈인 ‘만달로리안’을 바탕으로 흥행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디즈니는 키즈 IP를 중심으로 탄탄한 콘텐츠 노하우를 쌓아온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OTT에서 무리없이 풀어내는 분위기다.

디즈니 플러스의 콘텐츠 강화, 즉 IP 경쟁력은 다른 OTT에도 통용된다. 국내 기준으로 넷플릭스는 미국 드라마 및 영화를 주 타깃으로 하며 웨이브는 지상파 방송사가 핵심인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결국 OTT의 핵심은 기술보다 콘텐츠에 있으며, 이 지점에서 디즈니 플러스는 키즈 콘텐츠 및 IP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가격 경쟁력도 디즈니 플러스의 초반 흥행가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낮은 가격은 물론, 미국 버라이즌이 가입자를 대상으로 디즈니 플러스 1년 무료 프로모션에 들어가며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 국내 OTT인 웨이브가 지난해 출시와 함께 간단한 요금제 개편은 물론 다양한 프로모션에 돌입해 단기간에 가입자를 끌어모은 것과 비슷하다.

플랫폼 시너지도 큰 역할을 수행했다. 디즈니는 현재 디즈니 플러스라는 OTT에 스포츠 채널인 ESPN 플러스도 가동하고 있다. 또 디즈니에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온 별도 OTT 훌루도 시장에서 순항하는 중이다. ESPN 플러스는 미국에서 76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디즈니가 경영권을 가져온 훌루는 무려 3070만명이 가입한 상태다.

시장 분위기 어떨까
OTT의 등장으로 미국 미디어 시장은 큰 변화에 휘말린 바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케이블 방송이 강세를 보였으나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OTT가 태동하며 미디어 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많은 가입자들이 가격이 높은 케이블 방송을 차단하는 코드컷팅 현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코드컷팅의 원조인 넷플릭스가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서며 미국 미디어 시장에는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났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사업 비중이 높아지며 ‘본진’인 미국 시장에서 격렬한 경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매출 중심이 글로벌 시장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미국 시장에서는 디즈니 플러스라는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다.

넷플릭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는 전년 동기 대비 30.6% 증가한 54억67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4억5900만달러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글로벌 가입자도 876만명 늘어나며 고무적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 지역 신규 가입자 수는 55만명에 그쳐 시장 성숙 현상이 벌어지는 분위기다.

넷플릭스가 미국 미디어, 특히 OTT 시장에서 다소 주춤하는 가운데 그 자리를 디즈니 플러스가 메우고 있다. 유튜브 및 훌루,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의 최근 점유율이 크게 변하지 않는 가운데 디즈니 플러스가 존재감을 보이고 넷플릭스의 존재감이 다소 희미해지는 현상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Sensor Tower)에 따르면 미국 SVOD 시장에서 지난해 4분기 디즈니 플러스는 무려 34%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넷플릭스는 11%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1분기 넷플릭스는 점유율 21%를 기록하고 있었으나 1년 만에 점유율이 반토막났고, 디즈니 플러스는 등장과 동시에 34%의 경이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업계에서 미국 미디어 시장의 추이를 분석하며 ‘다수의 OTT들이 출혈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미국 미디어 시장의 현상을 두고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등 OTT가 출혈경쟁을 벌이며 업계가 축소될 것이라 보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시장이 확대되는 윈윈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센서타워의 보고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센서타워의 데이터를 보면 미국 미디어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존재감이 흐려지고 디즈니 플러스의 존재감이 강해지고 있으나, 이는 글로벌 시장 전체로의 OTT 확장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미국 시장 입지는 다소 줄어들고 있으나 글로벌 시장 개척 속도는 빨라지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시장을 노리기 시작한 넷플릭스의 행보를 고려할 때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미디어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성장 동력이 둔화되는 것은 새로운 글로벌 시장 확대에 따른 ‘결과’라는 뜻이다.

디즈니 플러스가 넷플릭스의 점유율을 대부분 가져가는 장면도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각각의 OTT들은 키즈 콘텐츠, 성인 콘텐츠 등 고유의 DNA가 뚜렷하지만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는 교집합이 다소 넓은 편이다. 키즈 콘텐츠를 주력으로 하는 디즈니 플러스와, 역시 키즈 콘텐츠에‘도’ 집중하는 넷플릭스의 행보는 유독 겹치는 장면이 많기 때문이다.

교집합이 많은 두 OTT가 서로 동일한 시장에서 점유율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결국 시장의 여백이 넓다는 것을 상징한다. 만약 디즈니 플러스의 등장으로 넷플릭스를 비롯해 모든 OTT 점유율이 일제히 하락했다면 치킨게임 우려가 커질 수 있지만, 디즈니 플러스와 교집합이 존재하는 넷플릭스만 점유율 하락이 이뤄졌다는 것은 결국 시장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센서타워의 미국 SVOD 시장 수익 점유율을 보면 넷플릭스의 1분기 점유율은 32%에서 4분기 15%로 하락했으며 디즈니 플러스는 지난해 4분기 16%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그 외 OTT 점유율 추이는 대동소이하다.

무엇보다 센서타워의 보고서를 보면 미국 SVOD 시장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년 대비 4.7% 증가했다. 디즈니 플러스의 등장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정확한 증거다. 여기에 최근에는 콘텐츠의 종류에 따라 OTT를 하나 이상 가입하는 사례도 다수발견되고 있으며, 이 역시 OTT 시장의 치킨게임보다 확대를 의미한다.

▲ 사진=임형택 기자

디즈니 플러스, 국내 시장은 언제?
디즈니 플러스가 파괴적인 영향을 보여주며 글로벌 OTT 시장을 확장시키는 가운데, 국내 미디어 시장에도 다양한 행보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5G 시대가 열리며 IPTV 중심의 통신3사는 디즈니 플러스의 국내 시장 진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G 킬러 콘텐츠의 핵심 중 하나가 미디어로 수렴되는 상황에서 디즈니 플러스와의 적극적은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상파와 협력한 웨이브를 간판으로 세운 SK텔레콤은 강력한 자본력으로 디즈니 플러스와의 합종연횡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또 시즌을 통해 전체 유료방송 1위 노하우를 활용하려는 KT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넷플릭스와의 협력으로 가능성을 체감한 LG유플러스의 행보가 역시 빠르다. 최창국 LG유플러스 컨슈머사업그룹장은 지난 7일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을 통해 디즈니 플러스와의 협력 등을 두고 “오픈된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즈니 플러스 입장에서는 통신사들의 구애에 아쉬울 것이 없다. 당분간 통신사들의 제안서를 확인하며 국내 시장 진출 시기를 조유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디즈니 플러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디어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