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 의회 연설에서 자신의 취임 이후 1만 2000개의 공장이 새로 증설됐고 50만 개 이상의 새로운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자찬했다.    출처= VOA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일이 가까워짐에 따라  유권자들이 미국 제조업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고 믿기를 원한다. 그것은 미국이 경제적 성공을 거두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 의회 연설에서 "내가 취임하면서 1만 2000개의 공장이 새로 증설됐다. 수많은 기업들이 새 공장을 계획하거나 건설하면서 우리는 50만 개 이상의 새로운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자찬했다.

그 수치는 대체로 정확하다. 미국의 공장 활동은 1월에도 확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 제조업은 쇠퇴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4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미국 제조업 성장은 제약, 컴퓨터, 반도체 같은 몇몇 특별한 산업들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 산업들은 전통적인 공장 노동자들 중 극히 일부만을 고용하면서도 생산량을 증대시킨다.

수많은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분명한 것은 그 일자리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CNN이 상세 보도했다.

사라진 일자리 다시 돌아오지 않아

백악관의 장미빛 수사에도 불구하고, 1960년대에 조립 라인을 가득 채우던 대량 고용을 다시 회복시킬 제조업은 없다. 새로운 제조업 현실은 적은 인력, 저임금, 비노동조합원의 일자리로 특징 지워지는 전문화된 첨단기술 산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하고 있는 일자리의 증가는 미국 셰일가스 같은 신흥 산업에서 비롯되었거나, 자동차 같이 이미 미국 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품목들의 경우, 금융 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 이후 되살아난 것들이다.

그 외의 다른 산업들은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mpany)의 스리 라마스와미 파트너는 지난 10년간의 미국 경기 호황과 세계 성장 둔화를 인용하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관망하며 분위기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새로운 공장을 열거나 새로운 제품 라인을 추가하는 것을 서두르지 않고 있습니다.”

美 제조업 수십 년간 쇠퇴

미국 제조업은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쇠퇴해 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달러화 강세는, 미국 제조업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수요를 위축시켰으며 전세계와의 경쟁으로 외국 상품을 더 싸게 만들었다. 국내 제조업체들은 비용을 절감해야 했고 그것은 종종 해외에서 값싼 노동력을 찾는 것을 의미했다.

고용조사기관 업존연구소(Upjohn Institute)의 수잔 하우스만 소장은 그 때부터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본격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이전에는 일시적인 하락이 발생해도 항상 반등했었지요. 20년 이상 꾸준히 하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로버트 스콧 경제정책연구원(EPI)의 로버트 스콧 무역제조정책 연구실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화려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미국 제조업의 하락세가 멈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솔직히 트럼프 정부는 제조업 개선에 기여하지 못했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상품수지 적자는 15% 늘어났습니다”

무역 적자는 한 나라가 판매하는 상품보다 더 많은 상품을 살 때 발생한다. 스콧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무역 협상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과 중국과의 '1단계' 협상은 장기적인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고 노동자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정책은 어떤 것도 바꾸는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현상만 유지할 뿐입니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 곳은

트럼프가 과시하는 지난 3년간 창출한 50만개의 새로운 제조업 일자리는 대부분 선벨트(sunbelt, ‘태양이 비치는 지대’라는 뜻으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태평양 연안의 남부 캘리포니아에 이르는 북위 37도 이남의 지역)나 실리콘밸리 주변에 있다. 반면 러스트 벨트의 일자리 감소는 가속화되고 있다. 그것은 2020년 대선 레이스의 핵심이 될 수 있다.

트럼프는 2016년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오하이오, 위스콘신 주에서 승리하며 미국 제조업 부활을 약속했다. 그러나 4개 주 모두 지난 한 해 동안만 1만 6000개가 넘는 공장 일자리를 잃었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이 지역에 새로 생긴 생산직들은 낮은 임금을 받는 비노동조합원들이다. 이것은, 대학 학위가 없는 미국인들의 좋은 임금 일자리가 대폭 사라진 것으로 해석되는데, 이들 중 대다수는 지난 선거에서 트럼프를 찍은 사람들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UC Berkeley)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9년에 생산직 근로자들은 전국 평균보다 소득이 20% 낮다. 생산직 근로자의 3분의 1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식권이나 기타 연방 보조 프로그램에 의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 그들을 위해 뭔가 다른 일을 하겠다고 약속했었지요. 실제로 그는 뭔가 다른 일(관세, 감세)을 했지만 효과는 없었습니다.”

희망은 어디에

맥킨지앤컴퍼니의 라마스와미 파트너는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국 제조업의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분명히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변화가 있다. 그것은 지난 20년 동안 방치해 온 것을 되살리고, 미래의 제조업 노동력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기업들은 노동자들이 새로운 환경과 기술에 적응할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에 돈을 써야 한다. 정부는 인프라에 투자하고, 중국 같은 나라들이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스콧 실장은 환율 조작과 싸우는 것이 미국 제품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미래의 미국 제조업을 보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침체의 가장자리에 매달려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과대평가된 달러화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제조업은 계속 쇠락해 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