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의 상용차 중국 법인 쓰촨현대를 홍보하는 내용의 영상. 출처= 현대자동차 상용차 공식 홈페이지 캡처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전세계 상용차 시장 ‘톱 5’ 진입을 내세웠지만 목표실현이 쉽지 않아 보인다. 목표 달성에 대한 자신감의 근거였던 중국 상용차 시장 성적이 썩 좋지 않아서다. 물론 이를 100% 현대차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소위 사드 여파로 인해 대외적인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이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최근 쓰촨현대 인수 등 공격적 행보로 상황반전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3년 중국 진출 당시 7년 뒤인 올해까지 전세계 상용차 시장에서 5위 안에 드는 기업이 되겠다고 선포했다.

앞서 2012년 8월 중국 상용차 시장에 합작법인을 성공적으로 설립한 점을 바탕으로 이 같은 공격적 목표를 제시했다. 거대한 상용차 시장인 중국에 안착한 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 상용차 업체 쓰촨난쥔자동차와 50 대 50 지분 비율로 쓰촨현대를 설립했다.

중국은 최근까지도 여전히 성장성 높은 상용차 시장으로 여겨진다. 글로벌 자동차산업 정보 사이트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중국 상용차 시장의 규모는 생산량 기준, 작년 432만4000대에 달한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승용·상용차 내수 판매량 178만대보다 2.4배 많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중국 상용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에 자양트럭공장, 성도버스공장 등 생산기지 2곳을 지었다. 두 공장에 트럭 16만대, 버스 1만대, 대형엔진 2만대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

현대차그룹의 목표 달성 기한이 10일 기준, 연말까지 9개월여 남짓 남았지만 목표 달성은 어려워졌다. 글로벌 상용차 시장의 전통 강자들을 무너뜨리기 쉽지 않아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 등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자동차 판매량 상용차 상위 브랜드 5곳은 다임러 AG, 둥펑, 포드, 도요타, 스카니아 AB다. 이 가운데 스카니아 AB가 해당 기간 36만3676대를 기록한 점을 미뤄볼 때, 같은 해 19만8563대를 기록한 현대차그룹은 순위권에서 멀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시장의 발판으로 삼아 설립한 쓰촨현대가 유럽 브랜드 득세, 시장 성장 둔화 등 요인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점은 현대차그룹의 사업 동력을 더욱 약화시키는 요소가 됐다. 현대차그룹 자료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쓰촨현대의 상용차 판매량은 2016년 3만8560대를 기록한 뒤 3년 째 급락세를 보였다. 2018년 1만2228대, 2019년 5515대를 각각 기록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 관련 저서를 집필한 김현철 군산대 교수는 “한국 기업이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사업을 전개하는데 있어 가장 큰 난제는 신속한 의사결정의 어려움”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가격경쟁력과 품질을 앞세운 중국 등 각국의 유수업체들과 경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고품질을 구현하는 등 차별화한 제품을 경쟁력으로 앞세워 유망한 극소수 시장을 공략하는 등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각종 위협 요소에도 현지 상용차 시장을 글로벌 사업의 교두보로 여기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달 7일 중국 합작법인인 쓰촨(四川)현대의 지분을 100% 확보한 게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인수 결정은 외국자본에 대한 중국의 규제 완화 기조에 편승한 조치다. 중국은 경제 성장세의 둔화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자본의 출자제한 규제를 제품별로 순차 철폐해오고 있다. 오는 2022년에는 모든 상용차에 대한 외자 제한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쓰촨현대 인수를 통해 글로벌 상용차 시장을 공략하는데 다시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쓰촨현대를 수소연료전지 상용차의 생산 거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현지에 있는 두 공장을 수소트럭 생산공장으로 전환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경형 및 수소트럭을 현지 출시할 예정이다. 이어 향후 2000억원 수준의 투자를 단행해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2022년까지 신차, 후속모델 등 5개 차종을 출시하고 2023년에는 1톤급 이상 수소 화물 트럭을 개발한 뒤 2025년부터 양산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미국, 영국, 스위스 등지에서 상용차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다만 현지 협력사와 친환경 상용차 개발에 활용되는 연료전지시스템을 공급하는 등 기술을 지원하는 수준의 교류를 진행한다.

이에 비해 쓰촨현대에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국내 연구개발(R&D) 역량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친환경 상용차 사업의 전진기지 역할을 맡길 계획이다. 우선 쓰촨현대의 경영 정상화를 달성한 뒤,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친환경 상용차 시장을 공략하는데 법인 역량을 활용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쓰촨현대 지분 인수를 통해 가깝게는 기업 경영을 본 궤도에 올려놓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쓰촨현대의 역량을 함께 활용해 글로벌 친환경·자율주행 상용차 시장을 노릴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