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7일 –15.82% 마감ㆍ10일 +15.55% 마감

업계, 임상 발표마다 '일희일비' 유의해야

▲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가 HL036 미국 임상 3상과 관련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지난달 22일 한올바이오파마가 안구건조증 바이오신약 ‘HL036’과 관련해 추가 임상 3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올바이오파마 주가는 이후 급락과 폭등을 오갔다. 업계에서는 임상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임에도 발표 때마다 시장이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과 기업의 홍보 전략이 부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코스닥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이 구체적으로 공시할 것을 요구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한올바이오파마 임상 발표 문제 있나?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올바이오파마는 안구건조증 바이오신약 ‘HL036’ 임상 3상의 첫 번째 임상에서 품목허가에 필요한 1차 지표를 충족하지 못하고 추가 임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임상 3상 추가 진행과 성공 발표, 임상 결과 왜곡 등의 소식에 따라 한올바이오파마 주가는 요동치고 있다. 지난 7일 한올바이오파마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5.82% 하락한 2만 3150원에 장을 마쳤다. 10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15.77% 상승한 2만 6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는 앞서 임상 3상 탑라인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임상에서 객관적 지표(Sign)의 주평가변수로 설정했던 각막하부염색지수(ICSS)에서는 유의성 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으나 이보다 임상적으로나 상업적으로 더욱 의미가 있는 각막중앙부염색지수(CCSS)와 각막전체염색지수(TCSS)에서 유의성이 확인된 것은 HL036 점안액에 있어서 커다란 진전”이라고 발표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한올바이오파마의 발표가 ‘말장난’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올바이오파마가 최근 완료한 글로벌 임상 3상에서 결국 품목허가를 위한 데이터 확보에 실패했는데 임상 자체를 ‘성공적’이라고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개 임상에 성공했다고 표현할 때는 의약품 품목허가에 필요한 데이터가 해당 임상에서 확보됐을 때 활용하던 표현이었다는 설명이 따른다.

▲ 객관적 지표에 활용된 각막 구분.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통상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후속 임상을 위한 데이터 확보에 성공했을 때 해당 임상을 ‘성공적’이라고 표현한다. 

한올바이오파마 관계자는 “이번 임상 3상에서 객관적지표와 주관적지표(Symptom) 모두에서 각각 통계적 유의성이 입증됐다. 주평가변수는 아니지만 객관적지수에서는 CCSS와 TCSS에서 유의성이 확인됐고, 주관적지표에서도 안구건조감지수(EDS)에서 유의성이 입증됐다”면서 “이 결과로부터 한올바이오파마는 재현성 확인을 위한 후속 임상 3상에서 TCSS와 EDS를 주평가변수로 설정할 수 있는 근거가 확보됐다. 이러한 관점에서 회사에서는 이번 임상시험의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올바이오파마 관계자는 또 “안구건조증에서 주평가변수와 부평가변수들은들은 허가 관점에서 동등한 의미를 가지고 있어 이전 임상에서 부평가변수였던 것을 후속 임상에서 주평가변수로 설정해 유의성이 반복해서 입증될 시에도 승인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올바이오파마 임상 2상 데이터 왜곡 발표?

업계에서는 한올바이오파마가 임상 3상 탑라이 데이터 발표 간담회에서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임상 2상에 대한 내용도 왜곡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임상 2상 완료 후 “ODS 결과에 있어서도 HL036 점안액은 투약 1주 후부터 플라시보(Placebo) 대비 유의적인 개선이 확인됐고, 이러한 효과는 투약 종료시점인 8주까지 지속됐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HL036 0.1%만 해당한다는 얘기다.

점안액 0.25%에서는 통계적 유의미성을 볼 수 있는 P값이 0.1671을 나타내 위약 대비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는데 이를 섞어 홍보했다는 지적이다.

▲ 한올바이오파마가 개발 중인 안구건조증 바이오신약 'HL036' 임상 2상 ODS 데이터. 출처=한올바이오파마

일각에서는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이 임상 2상을 토대로 3상 계획을 허가할텐데 이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올바이오파마 측도 유사한 주장을 하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 관계자는 “임상 2상 결과는 애널리스트 리포트 및 당사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돼 있어 왜곡시킬 수 없다”면서 “미국 임상 2상 결과 도출 후 FDA와 관련 자료 리뷰를 통해 임상 3상에 진입했고 첫 번째 임상 3상의 탑라인 결과를 도출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상, 오랜 시간 걸려 완료되는 것

한올바이오파마의 글로벌 임상 3상 추가 진행과 관련,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임상 건마다 주가가 폭락과 폭등을 오가는 것은 안타깝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임상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데이터 확보에도 복잡한 부분이 있어 이를 모두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는 “임상 2상만 해도 2~3년, 3상은 4년은 걸린다”면서 “임상은 많은 지표를 확인해야 하고 품목허가를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샤이어 '자이드라' 임상 개발 과정. 출처=한올바이오파마

HL036의 적응증인 안구건조증 같은 경우 다인성질환이므로 발병에 여러 인자들이 작용해 평가지표 설정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올바이오파마 관계자는 “2016년에 FDA로부터 허가를 받은 샤이어의 ‘자이드라’는 한번의 임상 2상과 세 번의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종합해 허가를 받았다”면서 “안구건조증 치료제 허가에 있어서 FDA는 여러 번의 반복 임상을 통해 재현된 결과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올바이오파마의 추가 임상 진행은 충분히 개연성이 있지만 홍보 전략이 아쉽다는 평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성공과 실패를 단정하는 것은 다소 성급할 수 있다. 임상 3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면서 “기업들이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솔직하게 정확히 상황을 전달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전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제약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 적절?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의 정보 비대칭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약·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15일 범부처 바이오산업 혁신 TF의 ‘바이오산업 정책방향 및 핵심과제’ 후속조치의 일환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제약바이오 상장사가 다른 업종군과 마찬가지로 중요정보가 발생할 때 기업 스스로 판단해 공시를 하도록 했다”면서 “제약바이오 업종의 전문적이고 복잡다기한 경영 특성상 자율적으로 판단해 공시할 시 정보 제공의 충실도가 떨어질 우려가 제기되면서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제약바이오 공시 가이드라인' 중 카테고리별 공시항목. 출처=금융위원회

깜깜이 투자를 예방하기 위해 코스닥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이 공시를 더 구체화하라는 가이드라인이다. 회계 업계에서는 앞서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줘야 선의의 피해자가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이드라인이 너무 촘촘할 시 기업의 자율을 해칠 수도 있다”면서 “이는 전문성에 따른 자율성을 중시하는 IFRS(국제회계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제약바이오 업종 공시가 글로벌 기준에는 부합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임상 등과 관련한 부분은 세세하게 공시한다”면서 “해당 부분은 자율 공시긴하다. 한국에서는 논란이 많다. 투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한국 상황에 적합한 가이드라인 도입은 환영할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