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코노믹리뷰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축으로 한진가(家)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양측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면서 국민연금과 소액주주가 한진가 경영권 향방의 키로 떠올랐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 측과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다음달 예정된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일반주주들의 표를 얻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양측의 표차가 크지 않은 만큼 한 표가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선 조원태 회장은 한진칼 우호지분을 33.45% 확보하고 있다. 자신이 보유한 지분 6.52%에 가족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기타 특수관계인(4.15%) 등의 지지가 더해진 영향이다. 델타항공(10.0%)과 카카오(1.0%) 역시 조원태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분류됐다.

반면, 조현아 전 부사장 연합군이 들고 있는 한진칼 지분은 31.98%다. 조 전 부사장이 6.49%, 행동주의 사모펀드 KGCI가 17.29%, 반도건설이 8.20%를 각각 보유했다.   

이에 따라 양측의 표차는 1.47%p 밖에 나지 않는다. 국민연금(4.11%)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의 향방에 따라 한진가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얘기다. 이에 양측은 소액주주들의 표심 잡기에 집중하고 있다.  

선공을 날린 건 조원태 회장이다. 조 회장은 지난 6일 대한항공, 7일 한진칼 이사회를 열고 송현동 부지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안과 주주친화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이사회는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한 한진칼 이사회에서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의 분리, 거버넌스위원회 설치, ESG(환경,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경쟁력 강화 등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이사회에서 일반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관련 정책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앞서 한진그룹이 KCGI의 주주가치 제고 요구에 맞서 지난해 2월 한진칼 배당성향을 확대하는 ‘비전2023’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179억원을 배당한 적이 있는 만큼 차후 이사회에서 배당 확대와 관련한 주주가치 제고방안이 나올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 출처=한진그룹

이에 맞서는 반(反) 조원태 동맹이 어떤 카드를 내놓을 지도 관심거리다.  

우선 KCGI는 지난 4일 ‘한진칼 이사후보 주주추천 공모 공고’를 내고 한진칼 주식 1주 이상을 보유한 주주라면 누구나 이사 후보를 제안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했다.

KCGI는 해당 공고문을 통해 주주들에게 “KCGI는 한진칼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2020년 한진칼의 제7기 정기주주총회에 이사 후보를 제안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KCGI측에서 선정한 이사 후보 뿐 아니라 동료 주주들이 추천하는 이사 후보를 주주제안 대상 후보로서 함께 검토하려 한다”고 밝혔다. 

또한, KCGI는 한진칼 이사회에 전자투표제 도입도 공식 요청한 상황이다. 전자투표제 도입으로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석률을 높이고 이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KCGI는 2년 연속 한진그룹에 전자투표 도입을 제안했으나, 한진그룹은 이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이밖에 전문경영인체제 도입 및 배당확대, 자사주 매각 등 주주친화정책을 골자로 한 주주제안도 할 것으로 알려진다. 

공식적인 표심잡기 행보 외에 양측은 여론전에도 집중하고 있다. 수많은 소액주주들을 만나 일일이 마음을 얻기 어려운 만큼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여론전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조 회장 측은 최근 자신의 경영철학과 리더십을 강조하며 이미지 메이킹에 나섰다.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관련,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교민을 실어 나르는 전세기에 탑승하는가 하면, 해외 여행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행사를 돕기 위해 전국 800여개 여행사에 일본 노선 판매액의 3%를 매월 지급키로 하는 등 CEO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 전 부회장의 경우 사익을 얻고자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뺏으려는 것이 아닌 한진그룹의 올바른 지배구조 확립을 위함이라는 대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와 관련, 일반주주들의 이익 증진과 함께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도 약속한 상황이다. 다만,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등의 이미지가 있는 만큼 이미지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진칼 주총 참가 지분을 감안할 때 과반 이상의 표를 얻으려면 양측 모두 적게는 5~6%, 많게는 10~11%대의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는 물론 소액주주의 마음을 누가 얻느냐에 따라 경영권 향배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