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얼마전 어떤 이슈를 가지고 취재하던 기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기자가 질문하길래 열심히 해명했더니, 그건 우리측 주장일 뿐이고, 팩트를 제시하라 하더군요. 저희가 그와 관련한 고소 고발 기록도 있고 해서 해명 한 건데, 더 이상 어떤 팩트가 필요 한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상 홍보를 하건, 이슈나 위기관리를 위해 기업의 창구 역할을 하건 모든 커뮤니케이터는 항상 자신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팩트인지, 주장인지 또는 더 나아가 의견인지를 정확하게 구별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보면 자사 메시지 속에서 팩트와 주장을 헷갈려 하거나, 의견을 포함한 주장을 팩트라 여기는 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미성년자가 들어오면 안되는 술집에서 경찰이 다가와 한 손님에게 질문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시죠. “혹시 미성년자 아니십니까?” 이런 질문에 답변자는 “보면 몰라요? 제가 동안이지만, 나이 서른입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경우 이 답변자의 메시지는 단순 ‘주장’입니다. 자신은 그게 ‘팩트’라 생각하겠지만, 그 메시지 자체는 당시 상황에서 주장일 뿐입니다.

경찰이 다시 묻습니다. “그래도 신분증을 보여주시죠.” 일부 답변자는 “내가 서른살인데 왜 신분증을 보여주어야 하는가”며 다툽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여기 제 주민증 보시죠. 맞지요?”하며 근거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이 경우 비로소 답변자의 주장은 근거를 기반으로 하는 팩트가 됩니다.

기자가 묻습니다. “회사가 이런이런 나쁜 짓을 했지요?” 홍보담당자가 답변 합니다. “김기자님, 저희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저희는 그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저런저런 활동을 해 왔습니다. 그런 문제가 발생될 수 없습니다.” 보시죠. 이 답변에서 팩트는 어느 부분일까요? 팩트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 답은 주장과 의견이 혼합된 답일 뿐입니다. 물론 답변한 홍보담당자는 사실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분통이 터지겠지요.

기자가 묻습니다. “OOO씨 아시죠? 이분이 회사로부터 이런이런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회사 공식입장은 무엇입니까?” 홍보담당자는 이렇게 답변 합니다. “그분은 저희 회사로부터 이미 소송이 걸려 있는 분입니다. 소송 과정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그런 억지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소송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런 적이 없습니다.” 이 답변은 어떨까요? 소송이라는 것도 팩트고 소송 내용을 보면 전후 배후 설명이 잘 되어 있으니 팩트에 기반한 메시지 같지요? 하지만, 아닙니다. 이 또한 소송을 둘러 싼 양측의 다른 주장일 뿐입니다. 질문에 대응한 팩트는 메시지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왜 기업은 기자의 질문에 종종 정확한 팩트를 제시하지 못할까요? 달리 생각 해 보면 정확하게 팩트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이기 때문에 그것이 이슈이고 위기 상황이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하게 팩트를 제시해 기자의 의혹이 풀려 버린다면, 그건 이슈도 위기도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팩트를 제시하지 못할 상황이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전략이 필요한 것입니다.

문제는 자사 메시지 속에서 주장과 의견 그리고 팩트를 제대로 분별 못하는 경우입니다. 이슈나 위기 발생 시 CEO는 물론 경영진 모두에게 그런 엄격한 분별이 있어야, 겨우 전략적 메시징이 가능해집니다. 팩트는 매우 귀합니다. 이슈나 위기 시 팩트를 풍부하게 가진 쪽 승산이 훨씬 큽니다. 주장과 의견만으로는 싸움에서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팩트를 보다 소중하게 여겨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