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12·16 대책 이후 경기 남부권 부동산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의 집값 규제로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서 '수용성(수원·용인·성남)'으로 관심의 축이 옮겨간 '풍선효과'가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매매시장 뿐만 아니라 분양시장도 마찬가지다. 신축 공급이 부족했던 수원은 팔달구 재개발 단지들이 분양에 나서자 수요자 쏠림 현상이 더 강해졌다.  

한국감정원 '월별 행정별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을 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서울 경기 아파트 매매 거래는 꾸준히 늘었다. 다만 지난해 11·6대책과 12·16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상승폭보다 경기지역이 월등히 높았다.

2019년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거래는 11월 1만955호에서 12월 1만4117호가 거래돼 3162호가 늘어났고, 경기 전체 아파트 매매거래는 11월 1만8601호에서 12월 2만5095호가 거래돼 6494호가 늘어나며 서울보다 경기가 아파트 매매 거래 상승폭이 컸다. 

▲ 지난해 서울과 경기 아파트 매매 거래는 꾸준히 늘었다. 출처 = 한국감정원

경기에서 수원·용인·성남이 개별 호재로 거래 증가세가 이어졌다. 구별로 들어가보면 수원은 광교신도시를 등에 업은 영통구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이 지나가는 팔달구가, 용인은 테크노밸리 조성을 이어가는 처인구, 성남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된 중원구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 연일 신고가 경신...서울 집값 넘보나 

수원 영통구 망포동 신축 아파트들의 호가는 치솟는 중이다. 망포동 인근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0월 이후로 영통쪽을 찾는 고객들이 늘었다"며 "망포동이 '망포 지구'로 미니 신도시급으로 태어나는 호재가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한국감정원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망포동에 위치한 '영통아이파크캐슬 1단지'는 지난해 12월 25평(전용 59.98㎡)이 4억9900만~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1월 중순에 같은 평수가 5억9900만원으로 손바뀜됐다. 네이버 부동산 매물 정보에 따르면 같은 평수는 현재 호가가 6억6000만원까지 나온 상황이다. 

다른 단지들도 마찬가지다. '영통 SKVIEW'도 호가가 나날이 치솟고 있다. 이 단지 34평(전용 84.46㎡)은 지난달 29일 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현재 호가는 8억1000만원에 이르렀다. '한양수자인에듀파크'는 하루 새 호가가 3000만원이 올라갔다. B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얼마 전 84㎡이 6억3000만원에 나갔는데 이제 6억6000만원에 나온다"고 전했다.  

▲ '힐스테이트 영통역' 출처 = 네이버 거리뷰

용인시는 처인구 일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등 개발 호재가 있다. 처인구 성복동에 위치한 '롯데캐슬 골드타운' 84.9㎡ 매매가는 끊임없지 신고가를 경신한다. 지난달에 11억7200만원에 실거래가 됐다. 9~10월에는 최고 8억7000만원 선이었던 것을 비교할 때, 불과 세 달 만에 3억원 이상이 올랐다.  

성남시에서는 현재 중원구와 수정구 일대 구도심 주변으로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에 위치한 C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조합원 매물도 바로 거래가 된다"며 "조합원 매물 30평대는 보름 전에 5억원에 거래 됐다. 지금은 5억6000만원~5억8000만원 대에 나와 있다"고 말했다. 2주 만에 몇 천 만원씩 뛴 것이다. 

◆ 분양 시장도 수요 쏠림...'줍줍(무순위 청약)'에서 7만명이 몰려 

지난해 12월 수원시 팔달구 재개발 6구역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은 1순위 평균 경쟁률 78.3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평균 분양가는 3.3㎡ 당 1720만원으로 다소 '비싼' 가격에 나왔지만 1순위 청약 마감을 한 것이다. 시장 관계자는 미계약자가 나온 이유를 팔달구 재개발 분양 첫 단지이기도 하고 비싼 분양가로 분석했다. 

지난 4일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의 무순위 청약이 진행됐다. 해당 단지 홈페이지에서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접수가 예정됐다. 그러나 신청자들이 한때 너무 몰려 홈페이지가 마비가 됐다. 청약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PC방에 갔는데도 실패했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현대건설은 신청시간을 3시간 연장했지만 끝내 신청자들을 모두 받을 수 없었다.  

오는 14일 수원 팔달구에선 재개발 8구역의 분양 단지가 대기 중이다. 평균 분양가는 3.3㎡당 1810만원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대 최고 경쟁률을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원 매교역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팔달 재개발 지역은 본격적인 분양 전에도 조합원 웃돈이 크게 붙었다"고 전했다. 

▲ 지난해 12월, 수원 팔달 6구역 재개발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 견본주택.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부동산 칼럼니스트인 삼토시(필명)씨는 최근 경기 남부권의 부동산 열기와 관련, "풍선효과가 길게 갈 거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수원을 비롯해 동탄 등 10억원이 넘는 거래가 이어지고 있지만 서울과 '갭'이 굉장히 좁혀지고 있다"며 "정부의 잇단 규제로 9억원 이하 아파트가 빠르게 올라갔지만 10억원을 넘어가면서 서서히 멈추는 단계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