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올해도 철저한 심사를 통해 다양한 신약들의 미국 진입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특히 위장관 기질종양(GIST)을 비롯해 철결핍성 빈혈, 갑상선 안구질환, 땅콩 알레르기 등 지금까지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었던 질환에 대해 처음으로 신약 품목허가를 승인했다. 약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환자들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다음은 FDA가 지난달 최초 승인한 신약들에 대한 설명이다.

▲ 올해 1월 FDA 신약 승인 현황. 출처=FDA
▲ 위장관 기질종양이라는 암의 변이를 가진 일부 환자를 치료하는 항암제 아이바키트. 출처=Global Biotech Investment
GIST 치료제 ‘아이바키트’

올해 FDA 첫 허가 제품은 블루프린트 메디슨의 ‘아이바키트’였다. 

아이바키트는 외과적 수술로 잘라낼 수 없거나 위장관 기질종양이라는 암의 변이를 가진 일부 환자를 치료하는 항암제로 지난달 9일 우선심사를 받아 승인을 획득했다.

GIST는 위선암 다음으로 흔한 암이다. 위 벽에서 다른 세포들을 둘러싸고 있는 조직인 간질 세포가 암세포로 변이를 일으켜 발생한다. 진단 당시 대부분의 기질종양이 양성이지만 20-30%는 악성 반응을 나타낸다. 아이바키트는 희귀의약품, 혁신의약품, 패스트트랙에 지정됐으며, 최초의 GIST 치료제로 승인됐다.

뇌전증 치료제 ‘발토코’

뉴레리스의 ‘발토코’가 비강 스프레이 최초로 뇌전증 치료제 승인을 획득했다.

발토코는 6세 이상의 뇌전증 환자에게 흔히 볼 수 있는 발작 유형과 전혀 다른 ‘급성 반복성 발작’ 치료에 사용될 예정이다.

비강용 스프레이 형태로 개발된 발토코는 항불안제인 디아제팜 성분을 코 점막을 통해 뇌로 빠르게 전달한다. 급성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에게 신속하게 약물을 주입해 심각한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아제팜은 벤조디아제핀 계열에 속하는 약물로 뇌에서 신경흥분을 억제해 불안 및 긴장을 감소시킨다. 약물 의존성과 오남용 위험이 존재해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발토코는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와 함께 사용할 경우 호흡 억제, 혼수 상태, 사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개발사 뉴레리스는 발토코를 5일 1회 이상, 월 5회 이하 사용할 때 치료 효과가 높다고 주장했다.

▲ 철결핍성 빈혈 환자를 치료하는 모노페릭. 출처=derricktam
철결핍성 빈혈 치료제 ‘모노페릭’

모노페릭은 철결핍성 빈혈(iron deficiency anemia)환자를 치료하는 정맥주사용 약물이다.

철분은 혈액의 혈색소(헤모글로빈)를 구성하는 성분이다. 일반적으로 철분이 부족하면 혈색소를 만들 수 없다. 이 혈색소가 없으면 적혈구를 만들 수 없어 빈혈이 발생한다.

철결핍성 빈혈은 체내 저장된 철분의 양이 정상적인 적혈구 생성에 필요한 양보다 적을 때 발생한다. 빈혈로 인해 전신의 조직이나 장기에 산소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피로, 무기력, 운동능력 저하 등 다양한 증세가 유발될 수 있다.

모노페릭은 경구복용 철분에 대해 불만족스러운 성인 환자의 철결핍성 빈혈을 치료하기 위해 정맥에 주입해 사용한다. 마이클 라이드 파마코스모스 테라퓨틱스 CEO는 “모노페릭은 단일 용량으로 1000mg를 주입하는 정맥주사용 철결핍성 빈혈 치료제로 미국에서 처음 승인됐다“고 설명했다. 

갑상선 안구질환 치료제 ‘테페자’

갑상선 안구질환을 치료하는 약물도 처음으로 FDA 허가관문을 통과했다. 호라이즌 테라퓨틱스의 ‘테페자’는 지난 21일 미국에서 성인 갑상선 안병증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갑상선 안병증은 눈 뒤에 근육과 지방 조직에 생긴 염증으로 안구가 돌출되는 증상이 나타나는 희귀 질환이다. 안구 통증, 이중 시력, 감광성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 이 병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페자는 3주 간격으로 총 8회 투여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임상시험 결과 환자의 82.9%가 2mm 이상 안구 돌출 감소를 경험했다. 이 제품의 가격은 바이알 당 1만4900달러로 책정됐다.

▲ 상피모양육종이라는 희귀질환에 사용되는 항암제 ‘타즈베릭’. 출처=에피자임
상피모양육종 치료제 ‘타즈베릭’

상피모양육종이라는 희귀질환에 사용되는 에피자임의 ‘타즈베릭’이 미국에서 신속승인을 받았다. 상피모양육종은 주로 젊은 성인에서 발생하는 연부조직 종양의 일종이다.

타즈베릭은 암세포 성장을 돕는 EZH2 메틸전달효소를 억제하는 항암제다. 16세 이상 환자에게 퍼져서 수술로 제거할 수 없는 상피모양육종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된다. 아직 16세 미만 환자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아울러 타즈베릭은 골수이형성증후군, 급성골수성백혈병 등 또다른 암 발생 위험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치료를 받기 전에 의사와의 상담이 필수다. 이에 타즈베릭은 치료제의 효용성을 입증하고 설명하기 위한 추가적인 임상결과가 필요하다.

땅콩 알레르기 치료제 ‘팔포지아’

에이뮨 테라퓨틱스의 땅콩 알레르기 치료제 ‘팔포지아’는 FDA 품목허가와 더불어 차세대 블록버스터로 거론되고 있다.

지금까지 땅콩 알레르기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팔포지아도 근본적인 치료제가 아닌 알레르기 완화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예상치 못한 땅콩 노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알레르기 반응을 최소한으로 줄여준다.

팔포지아의 성분은 땅콩 파우더다. 환자들이 땅콩에 대한 내성이 생길 때까지 일정량을 복용하는 방법으로 치료효과를 얻는다. 6개월 복용 시 땅콩 2개 정도 분량은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땅콩 알레르기는 우리나라에서 흔한 질병이 아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160만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땅콩 알레르기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땅콩 섭취 시 과면역반응이 발현돼 저혈압, 쇼크, 기도 수축의 증상을 보이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팔포지아는 임상시험에서 많은 부작용을 보였다. 하지만 FDA는 땅콩 노출을 두려워하는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최종 승인을 허가했다. 이밸류에이트파마는 오는 2024년 팔포지아가 12억 8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