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 INSIDE > 전문가 칼럼
[주총시즌 곧 개막②] 지켜? 말아? 올해도 뜨거운 감자가 된 ‘감사선임 3% 룰’

상법상 감사는 주총에서 선임한다(제409조 제1항). 주총의 감사선임권은 이사회나 대표이사에게 위임할 수 없고, 이들의 승인을 요구할 수도 없다. 즉, 감사를 선임하는 것은 주총 고유의 권한인 셈이다. 감사가 주주를 대신하여 이사회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감사의 제도적 취지만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실무상의 문제와 충돌을 일으킨다. 감사는 이사회 등 경영진뿐만 아니라 회사 운영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하는 다수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로부터도 독립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이사 선임의 경우와 달리 감사 선임 시에는 의결권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상법은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서는 그 초과하는 주식에 관하여 감사의 선임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제409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으며, 정관으로 이 비율보다 낮은 비율을 정할 수는 있지만, 그 비율을 올리지는 못하게 하고 있다(제409조 제3항). 제 아무리 대주주라도 감사 선임에 있어서는 의결권 있는 주식 전체 지분의 3% 이상은 행사하지 못한다는 이른바 ‘3% 룰’이다.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 상법 상 상장회사는 감사 선임 결의 시 최대주주,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가 소유하는 상장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의 합계가 그 회사의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 주식총수의 100분의 3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에 관하여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제542조의 12 제3항). 따라서 상장회사의 감사 선임 결의에서는 최대주주의 영향력이 극도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이는 최대주주의 독단을 견제하고 감사제도의 긍정적인 취지를 살리기 위한 우리나라 특유의 제도라 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실무상으로는 상장회사로 주주의 구성이 다양할수록 이 같은 제도적 취지가 구현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주주 구성이 단순한 상장사의 경우에는 전 직원들이 나서 가가호호 주주명부 상 기재된 주주들의 집을 방문하여 의결권 행사 권유를 하거나 의결권 권유 대행업체를 통해 의결정족수를 확보하고 있다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의결권 권유 대행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부 의결권 권유 대행업체의 경우에는 성수기인 주총 시즌에 맞추어 의결권 대행에 아무런 전문성이 없는 단기 근로직원을 고용해 주주들에게 민폐를 끼치거나 평소의 2~3배에 해당하는 1억 가까운 비용을 불러 ‘바가지 요금’을 씌우고 있어 기업들의 경제적 부담과 불편을 유발하고 있다. 결국 상황이 이렇고 보니 기업들 입장에서는 감사 선임을 위해 어렵고 힘든 길을 선택하느니 차라리 포기하고 기존 감사를 그대로 두어 ‘등기업무를 게을리 함’으로 인한 과태료(제635조 제1항)를 맞는 편이 낫겠다는 위법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 지난해 서울 종로구 SK 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열린 SK 그룹 제28차 정기주주총회 모습. 뉴시스

상법상 감사의 임기는 ‘취임 후 3년 내의 최종의 결산기에 관한 정기총회의 종결시까지’로 3년이며, 이사와 달리 연임이 불가능하지만, 사실 감사 선임이 부결될 경우 새로운 감사가 선임될 때까지 기존 감사가 감사업무를 지속할 수 있어 설령 감사 선임이 부결된다고 하여 감사 업무나 회사 조직상의 공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같은 ‘장수’감사, ‘종신’감사가 늘어나게 되면, 경영진과 감사 간의 유착 관계가 발생하기 쉬워 감사 제도를 두고, 감사 임기를 제한하는 한편 ‘3% 룰’을 통해 그 누구로부터도 독립된 감사를 선임하려던 당초의 노력은 무용한 것이 된다. 상장사협의회 발표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2019년 주총에서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 중 약 9.4%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선임 등의 안건이 부결 되었으며, 부결된 안건 238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안건은 감사(위원)선임 건(149건, 62.6%)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이른바 섀도우 보팅(shadow voting)제도가 2017년 말로 폐지됨에 따라 가속화되었고, 전자투표 확대가 그 대안으로 제시되었지만,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9년 정기 주총에서 전자투표 이용 상장사는 삼성전자를 포함한 총 564개사(유가 180개 코스닥·기타시장 376개)에 불과해 실효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 되고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현실에 맞지 않는 지금의 감사 선임 ‘3% 룰’을 개정 또는 폐지하자는 견해도 있으며, 이를 반영한 상법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된 상태지만, 국회의원 임기 만료를 앞둔 현재 해당 법안은 사실상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헌법 제51조).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20.02.09  17:30:00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의 다른기사 보기

[태그]

#이코노믹리뷰,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코스닥, #코스피, #삼성전자, #감사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SPONSORED
여백
여백
전문가 칼럼
동영상
PREV NEXT
여백
포토뉴스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