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탄소배출규제 본격화...전기차 판매 호조 수혜 기대

선반영된 미래 성장 기대치...기대 이상의 실적 보여야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기차·2차전지 업황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석 달 간 세계 전기차 산업을 이끄는 미국 테슬라, 중국 니오(Nio) 등의 주가가 160~170% 가량 급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차전지 관련 주요 10개 종목의 연초 이후 평균 상승률(5일 종가 기준)은 11.2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 이후 주가 상승을 주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같은 기간 상승률인 6.63%, 3.83%를 훌쩍 뛰어넘는 모습이다.

이들 종목은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일진머티리얼즈·솔브레인·후성·엘앤에프·에코프로·파워로직스·대주전자재료다.

전문가들은 2차 전지 산업의 주가가 올해 현실화, 정상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유럽 전체 공식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1월 주요 국가들의 전기차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면서 “독일의 판매 대수는 1만6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138.4% 급증했고, 프랑스와 영국은 각각 160.1%, 145.5% 급증했다”고 평가했다.

유럽의 탄소배출 규제 본격화를 전기차 판매 증가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 연구원은 “1월 전기차 판매가 예상을 월등히 상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완성차 업체들이 탄소배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연초부터 판매를 의도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폭스바겐, PSA, 피아트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대량생산모델들이 아직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전이다. 따라서 하반기로 갈수록 유럽의 전기차 판매 시장의 확대 폭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전기차 대표업체인 테슬라의 주가 급등락이 국내업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국내 전기차 관련업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유럽 전기차 시장”이라며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은 최소 2022년까지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 출처=유진투자증권

대신증권에 따르면 테슬라의 경우 작년 3분기부터 2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주가가 상승했다.

이원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밸류 체인들의 올해 실적 대비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며 이미 미래 실적 성장에 대한 가치가 현재 시가총액에 반영된 상태”라며 “이제부턴 단순히 실적 성장만으로 주가 상승은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유럽 자동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경쟁에서도 시장점유율과 이익률이 지켜져야 주가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면서 “특히 경제적 해자가 있는 기업이 시장에서 더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란 시장 지배력이 높아서 경쟁사가 쉽게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진입장벽을 말한다.

아울러 “올해 여름 출시되는 폭스바겐의 ID3와의 경쟁이 중요할 것”이라며 “폭스바겐의 ID3 판매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 자동차 OEM들의 판매량이 늘어나 테슬라 주가가 하락한다고 해도 국내 종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국내 소재 업체들은 테슬라보다 유럽 자동차 OEM향 매출 비중이 크다”며 “테슬라와 국내 2차 전지 소재 업종 주가의 인과 관계는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향후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2차 전지 소재주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대 2차 전지 소재주 중에서 기대 이상의 실적 성장을 보여줄 종목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이원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제적 해자가 있는 기업으로 일진머티리얼즈와 천보를 꼽았다.

이 연구원은 “일진머티리얼즈는 동박 시장의 초과 수요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세계 탑 5 업체 정도만 전기차용 동박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일진머티리얼즈는 그 중 하나로, 기술 진입장벽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자금 확보로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 이상의 증설 계획을 발표하거나 인수합병(M&A)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보에 대해서는 “세계 탑 3 프리미엄 리튬염 업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관심주로는 에코프로비엠을 추천했다. 이 연구원은 “단기간에는 양극재시장의 공급 과잉이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도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과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장기적으로 유망하다고 판단하는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할 계획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적 해자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솔루스, 일진머티리얼즈, 신흥에스이씨, 상아프론테크, 천보, 후성, 에코프로비엠 등 소재·부품업체들의 투자매력도가 높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