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회 개인전 2006 월전미술관 전시전경/Full Scene of 10th Solo Exhibition-2006 Woljeon Museum, Seoul

허진에 있어서 익명인간은 정체성을 상실한 현실의 인간군상을 재현하는데 효과적인 주제이면서 현대적인 삶의 단면을 상징하는 주제이다. 현실은 다종다양하며 이질적이고 역설적인 상황이 수시로 전개되고 문명과 자연, 일상과 사물들이 뒤섞여 있으며 다양한 기호와 욕망이 자아를 압도한다.

압정과 핸드폰, 전구, 스크루, 도로표지판 등 일상의 사물과 기호들이 자연 및 인간군상과 함께 병렬적으로 뒤섞이면서 자연과 문명의 대립항과 다중적 의미가 몽타주처럼 겹쳐진다. 이 몽타주는 맥락적 의미를 상실한 무작위적이고 가상적 현실조건을 중첩시켜 의미의 아이러니와 역설을 형성해 내는데 이러한 의미의 아이러니가 곧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허진(ARTIST HUR JIN,許塡,허진 작가,한국화가 허진,HUR JIN,허진 교수,허진 화백,A Painter HUR JIN)의 인간탐구는 상황적 조건에 처한 인간의 양태를 관찰한 뒤 부유하는 사물의 기호와 자연을 복합적으로 연출한다. 문명과 욕망의 구조 속에서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 인간은 정체를 상실한 자아의 초상으로서 역설적이고 아이러니한 익명인간이다.

<익명인간-구몽(狗夢)> 시리즈는 인간군상을 도사견과 세퍼트, 불독과 진도개 등의 다양한 표정과 시선을 통해 형상화하고 횡단하고 부유하는 인간군상의 다면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진돗개와 다양한 동물 등을 음각 혹은 양각으로 보여주면서 인간과 동물의 유대와 시간의 축적, 일상의 이야기를 서술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다른 화면에서는 날렵한 포인터의 몸매를 부각시키면서 화려한 꽃술과 대비시키고 있는데 현대생활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부각시킨다.

△류철하(월전미술관 학예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