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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 화재 주범 몰린 배터리 업체...글로벌 시장 어쩌나정부 “ESS 화재 원인은 배터리” vs 기업 “아니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ESS 화재사고 조사단이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논란의 ESS(에너지 저장장치) 화재 원인이 배터리에 있다고 발표했다.

조사단은 ESS 화재 사건이 벌어진 후 논란이 커지자 지난해 6월 발표에서 ESS 배터리 문제를 지목하기는 했으나 보관 및 관리, 운영의 문제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배터리 자체의 문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에 사안의 심각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당장 LG화학 등 배터리 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ESS 화재 현장. 출처=뉴시스

“배터리 문제” “사실 아니다”

조사단은 지난해 6월 1차 발표 후 벌어진 5건의 ESS 화재 사건(지난해 8월 이후)을 조사한 결과 개별 사업장마다 차이는 있으나 주로 배터리 결함이 화재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ESS의 경우 화재가 발생하면 발화지점의 배터리가 모두 소실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화재 원인을 밝히기 어렵지만, 조사단의 조사 결과 배터리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공식 확인된 셈이다.

실제로 5건의 ESS 화재 사건을 조사한 조사단의 문건을 살펴보면, 파손된 ESS에는 일부 파편이 양극판에 붙어 있거나 내부 발화시 발생하는 용융 흔적이 발견된다. 또 강원 평창 사업장은 화재 사건이 발생하기 전 전력 범위를 넘기는 충방전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 운영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이 이에도 화재 사건 현장의 CCTV, ESS 배터리 수거 및 분석에 따르면 화재의 원인은 배터리에 있다는 것이 조사단의 결론이다. 5건의 화재 중 최소 4건은 배터리 결함 자체에 원인이 있고, 나머지 1건은 가압 충전부와 외부 이물질의 접촉이 원인으로 잠정 결론이 나왔다.

조사단의 이번 발표는 ESS 화재의 핵심 원인을 배터리로 지목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된다. 지난해 1차 조사 단계에서는 배터리의 보관이나 운영의 문제가 있었다는 선에 머물렀으나, 이번에는 배터리 자체에 원인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조사단의 발표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는 ESS 추가 안전 대책도 발표했다. 옥내 80%, 옥외 90% 충전율 제한 의무화와 철거 및 이전 등 긴급 명령 제도 신설, 옥내 설비 재사용을 통한 옥외 이전 추진, 블랙박스 설치를 통한 ESS 설비 운영 데이터 별도 보관 등이다. 배터리 결함으로 인한 ESS 화재 사건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강력한 대비책을 마련한다는 의지다.

▲ 산자부는 ESS 대책을 발표했다. 출처=뉴시스

배터리 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 “지난 4개월 동안 가혹한 환경에서 실시한 자체 실증실험에선 화재가 재현되지 않았으며 조사단에서 발견한 양극 파편, 리튬 석출물, 음극 활물질 돌기, 용융 흔적 등은 일반적인 현상 또는 실험을 통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융용 흔적이 발견됐다는 조사단의 보고를 두고는 “배터리 외 다른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화재가 배터리로 전이됨으로써 배터리 내 용융 흔적이 생길 수 있다”면서 “단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 SDI도 비슷한 입장이다. 같은 날 즉각 입장자료는 내고 “조사단이 분석한 내용은 화재가 발생한 사이트가 아닌 동일한 시기에 제조되어 다른 현장에 설치 및 운영중인 배터리를 분석하여 나온 결과”라면서 “조사단이 주장하는 큰 전압편차는 충전율이 낮은 상태의 데이터며, 이는 에너지가 없는 상태에서의 차이이므로 화재가 발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배터리 보호장치가 가동되지 않았다는 조사단의 지적에는 “화재 발생 3개월 전 데이터이며 잘못 해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반박했다.

삼성SDI는 마지막으로 “ESS에서 배터리는 유일하게 에너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연물로써 화재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점화원은 아니다”고 말했다.

▲ 김홍필 소방청 차장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설을 돌아보고 있다. 출처=뉴시스

국내 배터리 업체, 발 묶이나

정부 조사단의 2차 결과 발표에 따라 ESS 화재의 원인이 배터리로 지목된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정부와 즉각 협조해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ESS 화재대응에 따른 일회성 비용을 3000억원 편성했고 삼성SDI도 2000억원으로 반영한 상태다.

문제는 조사단의 발표가 올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현재 국내 배터리 업계는 사실상 ESS의 덫에 빠져 있다. 지난해 고무적인 성과를 거뒀으나 ESS 화재대응에 따른 대규모 일회성 비용을 책정하는 등 타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글로벌 시장 3위 LG화학은 지난해 전체 매출이 28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한 사상 최대치를 찍었으나 영업이익은 895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무려 60.1% 하락했고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 10조원 돌파라는 금자탑을 쌓았으나 4분기 영업이익 201억원의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ESS 악재에 고민을 거듭하는 가운데 일본의 파나소닉과 중국의 CATL은 광폭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미국 자동차 전지 사업이 첫 흑자를 기록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9억24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CATL은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순이익이 6억7300만달러를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만약 ESS 논란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 국내 배터리 업체의 성장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 입지가 좁아지는 대목이다.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는 ESS 화재사건이 한 건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ESS 화재 사건을 조사해 발표하며 그 원인이 배터리에 있다고 결론을 내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의 성장세가 크게 꺾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20.02.06  16: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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