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년 6월 경영 전면에 나섰으나 초반에는 별다른 외부행보를 보여주지 않았다. 취임과 동시에 LG유플러스 CEO를 맡고있던 권영수 부회장을 그룹으로 불러들이는 한편 지금까지 오너가 일원이 이사장을 맡아온 LG 재단 이사장 자리에 외부인사로는 처음으로 이문호 전 연암대학교 총장을 선임하는 것에 머물렀다.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구 회장은 2018년 9월 주요 경영진과 함께 그룹의 미래기술발전을 상징하는 서울 강서구 마곡 사이언스 파크를 찾으며 본격적인 대외행보를 시작했고, 이후 LG의 그룹 문화를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스타일로 변화시키는데 성공했다.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을 타파하기 위해 적극적인 파트너 발굴 및 오픈 이노베이션을 가동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외부와의 신경전도 피하지 않았다. 실제 LG는 구 회장의 등판 후 LG화학의 SK이노베이션 소송, LG전자의 삼성전자 8K TV 분쟁, 계열사 매각 등 인상적인 행보를 보였으며 재계에서 이를 두고 “인화(人和)의 LG가 변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모범생에서 모험가로의 변신이다.

LG의 돌격 스타일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회장은 ‘선택과 집중’ 큰 틀 아래 인적 쇄신과 함께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시도할 전망이다.


주요 계열사 부진… 위축되지 않는 신성장 동력 발굴


▲ LG전자 2018-2019 실적. 출처=LG전자

LG는 지난해 혹한기에 비견될 정도로 실적 악화에 시달렸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에서 부진한 실적이 이어졌다.

LG전자는 지난해 연결 기준 실적이 매출 62조3062억원, 영업이익 2조436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1.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9.9% 줄었다. LG화학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8956억원으로 전년(2조2460억원) 대비 60.1% 감소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영업손실만 1조3593억원을 기록했다.

LG의 주요 계열사 실적 부진은 국내외 경기 불황과 지정학적 요인, 주요 사업 변화로 인한 투자 증가, 일회성 비용 증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장 큰 손실을 기록한 LG디스플레이는 OLED로 생산 라인 변화와 LCD 패널 가격 하락, 일회성 비용 등이 반영된 결과다.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LG는 움츠러들지 않고 더 공격적인 투자와 확장을 시도 중이다. LG는 주요 계열사의 실적 개선 여력이 충분히 남아있다. LG전자는 MC 사업본부, LG화학은 배터리, LG디스플레이는 OLED 분야에서 개선 및 확장 드라이브를 건다. 또 지난해 일회성 비용 증가 부분은 미래가 불확실한 사업 부문 철수로 ‘악성 사업’으로 변질되기 전에 선제적인 조치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빠른 제품 믹스와 수익성 확보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선택과 집중’이다.


2020년 LG 키워드 ‘OLED·배터리·생활가전’


구광모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 중심에는 ‘OLED’ ‘배터리’ ‘생활가전’이 있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주요 계열사가 영향권이자 LG그룹 전반적인 성장의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좋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중국 광저우 LG디스플레이 하이테크차이나의 8.5세대 OLED 패널 공장을 신설한 바 있으며, 2분기에는 파주 P10 공장 내부의 10.5세대 OLED에 3조원을 투자해 OLED 대세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중국 8.5세대 OLED 패널과 파주 10.5세대 OLED 패널 이원화를 통해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해 LG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에서 영업이익 턴어라운드 전망이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매출 21조5155억원, 영업이익 1조9962억원 등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H&A 사업본부에 보다 힘을 싣는다. 신성장 및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을 확대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지속적인 원가 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또 HE 사업본부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OLED TV 대세화를 주도해 LG디스플레이와 동반성장을 제고한다.

LG화학은 수년간 투자를 지속해온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점차 결실을 바라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전기차 배터리 부문 실적이 손익분기점(BEP)에 근접했다. 완성차 업체와 합작사 설립 등 공격적인 수주로 전기차 배터리 수주 물량을 크게 늘린 LG화학은 올해 영업이익 전환을 바라보고 있다. 친환경 연료 및 미래 모빌리티 산업이 성장하는 만큼 LG화학은 올해 배터리 사업 매출 목표액 15조원 중 10조원을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창출할 계획이다.


출범 3년 차 구광모號, ‘선택과 집중’으로 디지털 전환


▲ 구광모 LG 회장(가운데). 출처=LG

잘라낼 곳은 과감히 잘라내고, 비전이 보이는 곳에는 공격적인 투자를 시도하는 LG의 움직임은 구광모 회장의 대표적인 경영 스타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LG는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 성장 플랜을 ‘선택과 집중’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주요 계열사도 보다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임원인사에서도 이런 의중은 십분 반영돼 파격과 혁신으로 대변됐다.

LG전자는 43년 2개월 재직한 ‘가전신화’ 조성진 부회장이 은퇴하고 권봉석 MC·HE사업본부장 사장이 새로운 사령탑으로 올라섰다. 전격 세대교체를 진행한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라인 이전 및 차세대 TV 사업에서 OLED 집중하는 한편, 향후 LG전자의 중대한 분기점이 될 디지털 전환을 통해 고객 가치 창출에 나선다.

LG화학은 신학철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하며, LG디스플레이는 정호영 LG화학 사장이 새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또 신학철 부회장과 함께 구 대표의 옆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권영수 LG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그대로 유지하며 주요 의사결정을 수행한다.

조직개편으로 LG전자에서만 변동이 있을 뿐, 계열사에서는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내면에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LG는 계열사 신규 임원을 106명을 발탁하며 실무 책임자 부분에서 세대교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신규 임원 가운데 45세 이하가 21명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LG생활건강과 LG전자에서는 30대 임원이 3명이나 발탁돼 경직된 구조를 탈피하고 유연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이를 통해 보다 젊어진 LG는 출범 3년 차를 맞이한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