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직장문화 중에 어떤 것이 힘드세요?”

“부서원들과 자주 함께 식사하러 가야 하는 거요.” 

일전에 비즈니스 모임에서 한국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해온 영국인 친구와의 대화입니다. 기대하지 못한 대답에 당시는 약간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 지인의 뒤이은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가더군요. 

“An Englishman’s home is his castle.” (영국인의 집은 그 만의 성이다.) 라는 영국속담이 있습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영국인들은 누구든지 자신의 집에서는 성주(城主)로서 자신만의 삶을 살며, 외부로부터 어떤 간섭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들만의 고유한 불가침 영역을 설정하고, 이 영역을 서로 침범하지 않는 것이 사회적 인식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집과 건물 곳곳에서는 심심찮게 ‘Private (개인사유의)’ 라는 표지판을 접할 수 있습니다.

한국도 영-미식 개인주의 문화가 상당히 정착되어 예전과 같은 공동체 의식은 많이 희석되고 있음을 체감합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기업에서는 같은 사업부서와 팀 내에서는 가족주의적, 공동체주의적 문화가 분명히 존재하고 이따금씩 발현됩니다.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앵글로색슨 국가 출신의 동료를 홀로 남겨놓고 점심식사를 가는 것은 대부분의 한국 비즈니스맨들에게는 심적 부담인 것이죠. 왠지 상대를 소외시키는 것 같아 꺼림직하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동료는 가족과 같은데..”라는 한국식 공동체 의식이 깔려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보다는 ‘우리’라는 표현이 더 발달한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해온 한국인들에게는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최근 혼밥문화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만, 한국과 같은 ‘관계지향적인 문화’에서는 혼자 식사하는 것, 아니 동료를 “혼자 식사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여전히 마음 불편한 상황임에 틀림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인과 달리, 영-미 비즈니스맨들은 대체로 개인주의적 성향이 매우 강해서, 조직 내에서도 개인의 사생활을 중시하며, 비즈니스 인맥 형성과 관리를 위해 개인적 노력과 시간 투자하는 것을 우리 한국인처럼 그리 선호하지 않습니다.

명심하세요! 영-미 비즈니스맨들에게는 홀로 식사를 하는 상황이 우리만큼 불편한 상황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들은 혼자 간단한 샌드위치로 점심을 하고, 중요한 개인시간을 방해 받지 않고 즐기는 것을 시간 효율성 측면에서 훨씬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영-미 비즈니스 동료들에게 지나치게 한국식 관계주의적, 공동체 방식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그래도 불편하시다구요? 그렇다면 앞선 칼럼에서 제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우회적으로 말하지 마시고, 이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세요. “한국식 문화는 이러한데, 당신은 같이 식사하기를 원하세요, 아니면 혼자 식사하시기를 원하세요?”라구요.

“자, 이제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들의 문화를 고려하여, 품격있게 비즈니스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