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종료에 따른 업황 악화,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다소 주춤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삼성전자를 누르고 반도채 구매 점유율 1위를 기록한 점이 눈길을 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6일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지출 규모가 전년 대비 11.9%p 줄었다고 밝혔다. 가트너의 수석연구원인 마사츠네 야마지(Masatsune Yamaji)는 “지난해 반도체 상위 5대 기업에는 변동이 없었지만, 반도체 구매 지출 규모는 모두 줄었다”며, “지출 감소의 주요 원인은 메모리 가격의 급락”이라고 밝혔다.

▲ 출처=가트너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를 비롯해 미중 무역전쟁이 심해지며 반도체 시장도 주춤거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브렉시트, 한일 갈등, 홍콩 시위 등의 정치적 마찰이 심해지며 글로벌 경제가 둔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전자업계 전체의 위기가 심해졌다는 뜻이다.

야마지 수석연구원은 “거시경제 상황은 다양한 전자 장비에 대한 수요를 냉각시켰다”면서 지난해 총 전자기기 매출 규모는 2018년 대비 0.2% 감소한 47억 달러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업황 악화, 나아가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불황이 이어지며 삼성전자의 구매력은 크게 줄었다. 전체 구매 시장에서 8.0%의 점유율에 그치며 전년 대비 21.4%p 하락했다. 야마지 수석연구원은 “단순히 메모리 가격의 급락만의 영향이 아니다”면서 “삼성이 대부분의 전자기기 시장, 특히 스마트폰과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시장에서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1위로 올라섰다. 올해 반도체 구매 점유율 8.6%를 차지했으며 전년 대비 12.7%p 하락했으나 3년 만에 정상을 차지했다. 애플워치와 에어팟을 통해 웨어러블 시장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뒀으며, 새로운 아이폰 모델에 트리플 카메라 모듈을 채택하는데 지출을 늘렸다는 설명이다. 메모리 반도체가 아닌 시스템 반도체 중심의 구매율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야마지 수석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한 덕분에 애플은 새로운 아이폰 모델의 가격을 크게 높이지 않고도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화웨이는 미중 무역분쟁의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3위 자리를 지켰다. 화웨이는 2019년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며 반도체 지출 규모를 1.8%p 줄였다. 지난해 8위를 기록한 샤오미는 상위 10대 업체 중 반도체 지출을 늘린 유일한 기업으로, 전년 대비 약 1.4%가량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