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지난해 패시브펀드와 액티브펀드 간의 투자자 유치 게임은 패시브펀드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올해 들어서도 이 현상은 지속, 패시브펀드의 수신증가액이 액티브 펀드를 월등히 능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패시브펀드에 돈이 몰리면서 증시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주식시장이 큰 변동성에 노출되면서 저점 매수 찬스로 활용하려는 등 패시브펀드로의 자금유입이 활발해지고 있다. 저가매수 시장을 패시브펀드가 좌지우지하는 현상이다.

최근 주식 시장을 놓고 투자 적기라는 전문가 의견이 많다. 특히 돈을 벌려면 주식보다는 펀드가 유리하다는 전문가 시각이 늘고 있다. 마침 ETF(상장지수펀드) 상품의 경우 대표적인 패시브펀드로 투자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중이다.

ETF는 거래소에 상장시켜 주식처럼 투자자가 바로 사고 팔 수 있게 만든 인덱스 펀드다. 대표적인 패시브펀드로 여겨지고 있다.

▲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패시브펀드 VS 액티브펀드 

패시브펀드란 특정 주가지수에 속해 있는 주식들을 담아 지수와 같은 수익률을 내도록 운용하는 펀드다. 쉽게 말해 코스피200 지수, S&P500 지수 등을 목표로 한 특정 주가지수에 들어 있는 주식들을 편입해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즉 시장이 정보를 주가에 반영하며, 장기적으로 우상향 한다는 전제를 하고 있어 펀드매니저의 판단 또는 개입이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시장이나 종목 분석에 드는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에 액티브 펀드보다 수수료가 저렴하다. 또 투자수익률을 예측하기도 쉽다.

반면 액티브펀드는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펀드매니저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발굴한 뒤 적절한 시점에 매수하고 매도하는 등 적극적인 운용 전략을 펼쳐야 한다. 따라서 시장수익률을 따라가는 패시브펀드에 비해 운용 보수가 높다.

▲ 데이터=에프앤가이드

투자자들의 선택은 어디에?

투자자들은 패시브펀드와 액티브펀드 중 어떤 것에 투자를 해야 할 지 고민에 빠진다. 전문가들 또한 어느 하나를 콕 찍어 정답이라 말하지 못 한다. 결국 개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고르는 수밖에 없다.

그럼 현재 시장에서는 어떤 펀드가 투자자들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을까?

에프앤가이드의 국내주식형(공모) 액티브, 패시브펀드의 설정액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16년 국내주식형 전체 설정액은 총 46조3914억원가량이다. 이 중 액티브펀드에만 약 31조4691억원이 설정됐다. 패시브펀드에는 약 14조9222억원이 투자됐다.

다음해인 2017년에도 액티브펀드에 투자된 금액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내주식형 설정액 약 44조3524억원 중 약 25조4637억원은 액티브펀드에, 약 18조8887억원은 패시브펀드에 설정됐다.

그러나 지난 2018년부터는 패시브펀드가 액티브펀드를 역전하기 시작했다. 전체 국내주식형 설정액 약 54조8252억원 중 29조7564억원은 패시브펀드에 투자됐으며, 25조688억원은 액티브펀드에 투자됐다.

이어 지난해에도 전체 국내주식형 설정액 약 56조3387억원 중 약 34조4730억원은 패시브펀드에, 21조8657억원은 액티브펀드에 설정됐다.

기존에 투자자들로부터 액티브펀드가 더 관심을 받았다면, 2년 전부터는 그 관심이 패시브펀드로 옮겨간 것이다.

▲ 데이터=에프앤가이드

2년 전부터 뜨고 있는 패시브펀드

이를 월별로 살펴보면 액티브펀드의 경우 지난 2016년 1월 약 38조5861억원이던 설정액은 매달 꾸준히 줄어들더니 2017년 2월 약 29조7249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이후에도 매달 계속 줄었으며, 올해 1월에는 약 21조4642억원까지 내려갔다.

패시브펀드의 경우는 지난 2016년 1월 약 19조3397억원이던 설정액이 2018년 2월 들어서면서 약 20조4841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1월에는 약 30조3189억원으로 늘었으며, 올해 1월에는 33조1738억원까지 늘었다.

패시브펀드가 액티브펀드보다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여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액티브펀드에서 패시브펀드로 투자자들의 시선이 옮겨진 이유는 무엇일까?

한재영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지원부장은 “사실 그 동안 액티브 주식이 수익을 많이 못 냈기 때문에 패시브로 기울게 됐다”며 “국내 펀드 시장의 문제는 주식 시장과 연결되는데, 주식 시장이 10년간 박스권이라 결국 주식 시장이 점프하지 못 하니 펀드도 점프가 안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0년 간 수익이 시원찮으니 투자자들은 많은 수수료를 내면서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가치를 못 느끼게 된다”며 “ETF의 경우 투자자 본인이 주식처럼 직접 사고 팔 수 있는데다 펀드임에도 단타가 가능해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덱스펀드의 경우는 수수료가 일반 주식형 공모펀드보다 싸 매력적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즉 투자자들은 액티브에서 수익이 안 나기 때문에 높은 수수료를 낼 필요성을 못 느끼면서, 패시브를 통해 적은 수익률이라도 가져가려 한다는 것이다.

한 부장은 “액티브펀드가 코스피 수익률보다 못 한 게 5년이 넘었다”며 “시장 하락 과정에서 충격을 많이 받았고 액티브에 대한 신뢰는 낮아져 상대적으로 패시브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액티브가 안 좋을 땐 시장이 올라가도 수익률이 안 따라가기 때문에 시장만큼만 가자라는 생각을 많이들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이미지=이미지투데이

패시브, 시장 전체 고루 투자로 증시에 큰 영향 없어

이처럼 패시브펀드가 인기를 얻음에 따라 투자자들은 힘이 세진 패시브펀드로 인한 증시 현상에 궁금증을 품는다. 패시브펀드로 투자금이 몰리면 패시브펀드가 큰 손이 돼 패시브펀드가 투자하는 지수가 오르고 수익률이 오르는 등 치우침 현상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가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패시브펀드로 투자금이 몰리더라도 증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의견이다. 왜냐하면 패시브펀드의 경우 액티브펀드처럼 특정 종목이나 섹터, 스타일 등에 따라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닌 시장 전체에 고루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패시브펀드의 경우 시장 전체에 투자를 하기 때문에 특별한 섹터나 스타일을 골라서 투자하지 않는다”며 “특정 섹터에 투자하는 것은 해당 지수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관점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패시브 투자와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패시브 투자가 늘어나면 가격 발견 기능이 떨어지며, 액티브의 경우는 미리 특정 종목에 투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만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장해서 패시브펀드로 큰 자금이 몰렸어도 시장이 왜곡될 수 있어 종목을 한꺼번에 살 수 없는 등 제약이 있다”며 “자금이 몰림으로 인해 흔들릴 요인은 생길 수 있으나 한꺼번에 움직이지 못 해 시장이 크게 변하지 않고, 종목별 변동성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액티브의 경우엔 패시브와 달리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패시브펀드로 대표적인 ETF는 투자자들의 큰 관심에 따라 ‘액티브 ETF’의 모습으로 시장에 나타났다. ETF에 액티브 전략을 가미한 상품이다.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ETF처럼 정해진 기초지수를 추종하면서도 펀드매니저가 개입해 일부 편입 종목이나 매매 시점 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국내에는 지난 2017년 처음으로 ‘채권형 액티브 ETF’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