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정욱 한국보험보장연구소 소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보험은 설득시키는 것이 아니라 납득돼야 한다.”

보험업계에 발을 들인지 햇수로 17년째 접어든 고정욱 한국보험보장연구소(이하 한보연) 소장의 영업 슬로건이다. 영업만 26년차, 이 세상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상품이 보험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보험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고 소장은 “보험 상품은 수시로 변하고 보장도 광범위하다. 17년을 업계에서 일하고 있어도 아직 보험에 대해 5%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며 “꾸준히 현장과 강의를 병행해온 나조차도 그런데 보험을 제대로 알고 가입하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잘못된 정보 바로잡는다

보험을 가입했어도 정작 필요할 때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하는 사례도 허다하다고 고 소장은 지적했다. 소비자는 물론 설계사, 보험사 보상팀 직원들조차 보장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셀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게 바로 고 소장이 한보연을 설립하게 된 이유다. 올바른 보험 정보를 제공해 보험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다.

고 소장은 “보험은 할부 금융이라서 소비자들이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 같은 의식으로 보험 소비자들의 적지 않은 재무적 손실이 발생하곤 한다. 주변에 전문가들을 만나다 보니 보험사가 의도적으로 보험금을 제대로 주지 않거나 잘못 주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보험사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분들이 관련 정보를 잘못 알고 있거나 혹은 애초에 잘못된 관행으로 배웠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약관 조항 등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할 수 없다고 하면 소비자들은 대부분 포기하기 마련이다. 이 때 훌륭한 설계사를 만나 제대로 케어를 받으면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겠지만, 많은 가입자들이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보험의 가장 큰 역할은 보상이다. 올바른 정보로 소비자들이 보장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한보연을 설립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보연은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보험 상품을 분석하고 관련 정보를 제공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고 소장은 “보험 상품을 1등부터 100등으로 나눌 순 없지만, 여러가지 기준을 통해 상위군, 하위군 등으로는 구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분석을 한다. 보상관련 경험들도 빅데이터로 쌓아 추후 알고리즘으로 만들 계획이다. 잘못된 정보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거르는 작업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 보상 정보 제공 앱 ‘실비야’… 경험기반 데이터로 보장 확인

▲ 고정욱 한국보험보장연구소 소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최근 출시된 ‘실비야’도 한보연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중 하나다. 실비야는 보상 정보 제공 앱이다. 경험 기반 데이터에 근거해 실손의료보험을 중심으로 보상 사례들을 보여준다. 고 소장은 “이름은 실비야로 지었지만 그렇다고 실손보험에만 국한된 앱은 아니다”며 “고령화 현상 등으로 인해 보험금을 청구하고 지급 받는데 있어서 분쟁들이 과거보다 더 많아질 것이다. 특히, 가입자 3800만 명에 달하는 실손보험은 소액부터 고액까지 가장 청구도 많은 상품이다. 그만큼 보험사와 가입자간 분쟁도 많이 일어나고 있으며, 지급거절이 많은 상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보험금을 못 받는 사례들이 많다. 실비야는 이런 사례들을 소비자가 바로 확인 할 수 있게 기준을 정리해 놓고 검색할 수 있도록 구성된 플랫폼이다. 물론 경험 기반의 리얼 데이터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추가적인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에게 질문할 수 있는 서비스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비야는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보험보장분석 플랫폼들과는 결이 다르다고 고 소장은 강조했다. 고 소장은 “대부분의 보장분석 플랫폼은 소비자가 본인 인증을 하면, 자신의 담보의 완성도를 예측하거나 분석해주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실비야의 경우 보험금 청구 시 처음에 거절당했지만 나중에 지급 받은 사례 등을 모아 놓은 경험기반 데이터라고 보면 된다. 보장분석과는 완전 별개의 개념”이라고 말했다.

◇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놓치고 있는 보상은?

그렇다면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놓치는 보상 사례들은 무엇이 있을까. 고 소장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사에게 가장 많이 당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임의비급여다. 실손보험은 실제 의료비에 대해 당국에서 상당부분 보험료 보상을 해주는 ‘급여’ 부분과 소비자가 온전히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를 보상해주는 상품이다. 그 중 비급여는 법정비급여와 임의비급여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임의비급여는 실손보험으로 보상이 안 된다. 이 점을 파고들어 보험사들이 임의비급여라고 취급을 하고 보상을 거절하는 사례가 굉장히 많다. 예를 들어, 진료비 영수증에 비급여만 100%로 찍힌 경우가 있다. 이건 비급여로만 이뤄졌기 때문에 대부분 보상을 안해주려고 하는데, 실제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치아 관련 보장엔 재밌는 사례가 있다. 구 실손보험(2009년 이전 가입 상품)은 일반적으로 치과질환 자체가 보상이 안 된다. 하지만 대학병원 치과에 가면 보상이 가능하다. 구 실손보험은 치과질환 관련 약관에 병원이 치과의원, 치과병원 등으로 애매하게 명시 돼있어 치과 대학병원의 경우 면책 사항에 해당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손보험이라고 면책기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 소장은 재입원 면책기간을 확인해 보장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실손보험 가입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실손보험은 동일한 질병으로 재입원하게 되면 보상을 못 받는 시기가 있다. 구실손으로 따져보면 최초 입원일을 기준으로 1년이 지난 다음날부터는 6개월 동안 보상을 못 받는다. 근데 이런 사항을 소비자들은 물론 설계사들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반적으로 실손보험이라고 하면 무조건 보장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꼭 체크해야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을 안내해 주는 것이 실비야의 기능”이라고 말했다.

▲ 고정욱 한국보험보장연구소 소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 “보험금 청구시장서 독보적 브랜딩 목표”

고 소장의 목표는 보험금 청구 시장에서 독보적인 브랜딩을 구축하는 것이다. 고령화‧저출산 등의 기조에 영업시장은 줄어가는 반면, 보험금 청구 시장은 급격하게 커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고 소장은 “가전제품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회사가 있고, 김치냉장고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회사가 있듯이, 보험금을 청구해야겠다고 생각하면 한보연을 떠올릴 수 있도록 브랜딩을 구축해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 올바른 정보 제공 등으로 고객들에게 먼저 베풀고 인정을 받은 후 플랫폼을 통해 그에 맞는 세일즈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 보험 시장은 커질 수 없다. 반대로 보험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면 시장은 자연히 커질 것이고, 우리 같은 업체들이나 보험설계사들이 제대로 일을 하면 그에 따른 인정도 더욱 받을 수 있는 시장도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