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일부 예비 창업자들은 창업을 집에서 라면을 조리해 먹는 수준으로 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말이다. 그는 국내 외식업 예비 창업자들이 안일함을 버리고 그 누구보다 치밀한 준비를 통해 창업이라는 승부수를 던져야 하며, 일단 창업의 길로 들어서면  박리다매부터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연장선에서 ‘업’을 즐기는 자가 성공의 언덕을 오를 수 있다는 것이 백 대표의 지론이다.

▲ 출처= 더본코리아

“어려운 외식업계, 예비 창업자의 각오 필요해”

외식업계가 위축된 소비심리와 각종 비용의 상승으로 인한 사업 부담 때문에 시름에 잠겼다. 이에 더해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중국에서 발생한 뒤 우리나라에 확진 사례가 나타나면서 외식업계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외식 사업가로 잘 알려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5일 논현동 본사 집무실에서 만나 외식업계의 실태와 전망에 대해 질문한 이유다. 백 대표는 줄곧 ‘음식 탐구가’로 불리길 원해왔지만 이날 <이코노믹리뷰>와의 인터뷰에선 외식업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소신을 적극 밝혔다.

백 대표는 외식업 생산자들이 최근 사업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로 상품·서비스 생산자가 너무 많은 점을 꼽았다. 쉽게 말해 공급 시장의 포화상태다. 여기에 인생 이모작을 예기치 않게 시작한 조기 은퇴자가 창업 전선으로 대거 몰리는 현상까지 벌어지며 공급 시장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맹본부 수는 3861개로, 7년 전인 2012년 1810개 대비 2.1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가맹점도 7만2903개에서 12만2574개로 7년 새 68.1% 늘어났다.

최근에는 저출산, 고령화 등 추세에 맞닥뜨리는 등 인구 감소 문제까지 심각해지고 있다. 공급 시장의 포화에서 외식을 즐길 ‘입’이 줄어드는 수요 시장의 축소라는 이중고가 더해지는 순간이다. 

결국 공급자들의 어려움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확장되는 외식 시장 규모에 비례해 폐업자 수도 늘어나고 있다. 경쟁 격화, 부실 창업 등이 폐업자 수 증가세의 요인으로 꼽힌다. 

국세청 자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국세청이 부가가치세 항목을 기준으로 지난해 음식업종 폐업자 수를 조사한 결과 간이사업자 5만8566명, 일반사업자 9만9409명으로 각각 집계된 가운데(편집자 주-사업자별 연간 매출액이 4800만원 미만일 경우 간이사업자, 4800만원 이상일 경우 일반사업자로 분류된다) 작년 음식업 폐업 사유로 ‘사업 부진’을 든 인원은 간이사업자 2만8388명(48.5%), 일반사업자 4만5333명(45.6%)으로 같은 기간 매출 규모별 폐업자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는 외식업 시장, 백 대표는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을까. 예비 창업자들은 어떤 전략으로 이 비정한 전투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질문에 대한 백 대표의 답은, 너무나 간단하면서도 명료했다.

백 대표는 일부 예비 사업가들이 시장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외식 창업에 쉽게 뛰어드는 것을 문제 삼았다. 시장 분석, 실전 경험 축적 등 사전 준비 과정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백 대표는 “일부 예비 창업자들은 집에서 밥, 라면 등을 조리해 먹는 등 수준으로 외식업 창업을 생각한다”며 “창업 아이템으로 생각하는 메뉴를 취급하는 식당에 취직해 일을 해보고 여러 경영주들에게 사업에 관해 문의해봐야 한다. 이 같은 방법으로 사업을 배우고 시장을 분석한 뒤에 창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유로, 백 대표는 최근 정계, 가맹업계 등 각계의 주체들이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1+1 제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1+1 제도는 직영점 1곳 이상을 1년 이상 운영한 실적을 갖춘 사업자에게만 가맹점을 출점할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인 제도다. 백 대표는 가맹업의 대다수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업에 1+1 제도가 도입될 경우 무분별한 창업을 막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백 대표는 “1+1 제도나 2+1 제도 모두 유사 브랜드로 인한 생산자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제도라고 본다”며 “최소 기간을 두고 사업을 시험 운영함으로써 시장의 무수한 변수를 겪어봐야만 노하우를 전수받을 예비 가맹점주들을 원격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더본코리아

“생존을 위해 달려라”

백 대표는 현재 외식업 생산자들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영위하려면, 즉 생존하려면 가격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업의 지속적인 영위, 생존에 대한 비법은 없다.

듣고 보면 허탈하기 이를데 없는 답변이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탁월하고 대중적인, 그러면서 현실적인 대답이다. 모든 매장이 유명맛집이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반적인 매장이 최대한 생존의 확률을 높이려면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확실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인건비, 고정비 등 각종 고정비용이 상승하고 있는 업황에서 박리다매 전략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다.

백 대표는 “생산자가 수익성 약화를 감수하고 원가율을 업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하는데 남들 따라 25%, 30% 등 수준으로 고수하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며 “생산자는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노력해야하는 것은 물론,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사업을 지속하고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외식업 실패 사례가 늘어날수록 현장 경험을 축적한 창업자가 시장에서 더 많이 활동하는 점을 미뤄볼 때, 현재 외식업계는 과거에 비해 성숙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외식 사업을 생계 수단으로만 여겨선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육체적·경제적으로 당장 고달프더라도 업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외식업 창업을 성공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