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바이오 기술의 응용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1차 산업인 농림수산업을 비롯해 2차산업인 화학, 의약품, 3차 산업인 환경정화, 의료서비스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바이오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바이오 분야는 1970년대 개발된 세포 융합기술, 유전자 조작기술 등이 핵심 기술로 주목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유전자해석기술을 미생물 생태계까지 확대해 혼합미생물의 구조해석도 가능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올해도 다양한 바이오 기술이 산업의 경계를 허물며 미래 사회의 변화를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기대되는 바이오 기술은?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올해 바이오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7개의 기술 및 연구를 소개했다.

지난달 21일 네이처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바이오 분야 전문가들은 올해 다수의 바이오 기술들이 산업 전반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는 ▲극저온 전자현미경(cryo-EM) 시료 제작기술 ▲RNA 분석기술 개선 ▲암 컴퓨팅/가상 종양 ▲단일세포 시퀀싱 플랫폼 ▲마이크로바이옴 해독 ▲유전자 치료기술 진보 ▲유전체 구조와 기능 연계 등이다.

▲ 지카 바이러스의 cryo-EM 구조. 출처=NCBI

1. 더 좋은 cryo-EM 시료 확보

극저온 전자현미경(cryo-EM)은 2∼3년 이내 거대분자 구조를 해독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활용될 전망이다. 샘플 및 시료 제작이 상대적으로 더딘 상태지만,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준비하는 방법과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단백질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그래핀과 같은 2차원 물질에 단백질을 고정시키는 접근법이 개발됐다.

일부 실험실에서는 나노리터 크기의 샘플을 표면에 직접 배치하거나 이온 빔을 사용해 동결된 세포를 100나노미터보다 얇은 층으로 잘라내 세포 내 분자를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시료 준비를 통해 질병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약물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2. RNA 분석기술 개선

RNA 분석기술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짧은 가닥 RNA 염기서열분석(시퀀싱)이 RNA 생물학 분야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퍼시픽 바이오사이언스(Pacific Bioscience)와 옥스퍼드 나노포어(Oxford Nanopore)의 기계장치를 사용한 긴 가닥 RNA 시퀀싱은 RNA 구조 변화를 좀 더 정확하게 분석하는데 기여했다.

최근에는 RNA-단백질 응집구조를 효과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긴 가닥 RNA 시퀀싱과 형광물질을 부착한 앱타머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압타머는 안정된 삼차구조를 유지하면서도 특정 분자에 특이적으로 강하게 결합할 수 있는 핵산을 말한다. 이 같은 기술은 세포사멸과 질병세포의 RNA 분자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밝히는데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3. 마이크로바이옴 해독

최근 마이크로바이옴의 대사체 연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대사체는 세포, 조직, 체액과 같은 생물학적 시료 내에 존재하는 대사물질의 총체를 의미한다.

숙주와 마이크로바이옴 간 상호작용에서 대사체가 미치는 영향이 연구의 핵심이다. 하지만 마이크로바이옴의 대사체 연구는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과학자들은 마이크로바이옴과 대사체 연구를 위해 단순 연관분석부터 복잡한 기계학습까지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향후 유전체 및 대사체 정보에 기초해 특정 대사물질을 생산하거나 흡수하는 각 미생물의 능력과 실제 대사산물 데이터를 비교하는 연구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유해 대사산물을 지나치게 적거나 많이 생성하는 특정 미생물을 확인하고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법을 한층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말로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를 일컫는다. 출처=nytimes

4. 암 컴퓨팅/가상 종양

흔히 암이 발견되면 종양을 채취해 단순히 악성 여부를 확인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종양 내에서 어떠한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어떻게 암으로 발전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미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은 종양 진행의 역학을 탐구하는 컴퓨팅 모델을 제작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 종양'을 생성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시뮬레이션된 데이터와 실제 유전체 데이터를 비교하면 환자의 종양을 유발한 매개변수를 유추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이를 통해 암 계통 및 종양 형성 과정을 추적하고 세포 적합성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돌연변이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

5. 유전자 치료기술 진보

모든 생물은 세포핵 속에 존재하는 유전자를 전사한 RNA를 번역해 단백질을 만듦으로써 생명을 영위한다. 지난해 10월 열린 신경과학 연례 회의에서는 인접한 유전자의 전사를 촉진하는 DNA상의 조절영역인 인핸서(enhancer)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인핸서는 유전자 속에 존재하며 DNA 주형의 구조적 변화를 유발해 전사를 촉진시킨다. 과학자들은 인핸서 서열 식별을 통해 특정 세포에서 CRISPR-Cas9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유전자의 활성화를 유도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쥐 실험에서 비만과 레트증후군, 드라베 증후군 등 유전자 발현 부족 현상을 교정하는 연구결과를 도출했다.

6. 단일세포 시퀀싱 플랫폼

단일세포 RNA 시퀀싱이 훨씬 빠르고 간편해질 전망이다. 휴대용의 저렴한 플랫폼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 플랫폼은 단일세포 유전체 시퀀싱 방법을 향상시켜 저발현 전사체(low-expression transcripts)를 효율적으로 검출한다. T세포의 유전자 발현 프로파일을 고유 항원 수용체의 서열과 연결하는 방법으로 설계됐다.

최근 설립된 허니콤 바이오테크놀로지스는 이러한 단일세포 RNA 시퀀싱 플랫폼의 상용화에 성공했다. USB 크기의 튜브에 세포를 넣어 액체질소로 고정시킨 다음 세계 어디에서나 단일세포를 저장하고 시퀀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 유전체는 한 생물이 가지는 모든 유전 정보를 말한다.출처=National Human Genome Research Institute

7. 유전체 구조와 기능 연계

단일세포의 DNA를 끝까지 펼치면 길이는 약 2미터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유전체 관련 이미징 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이 같은 결과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유전체와 염색체 등이 어떠한 구조로 이뤄졌는지 다양한 툴을 이용해 초고해상도 맵으로 제작할 수 있다.

예를 들면 CRISPR-GO 기술은 DNA 조절을 통해 유전자 기능을 분석할 수 있다. 또 '광 활성화 다이나믹 루핑' 기술은 많은 질병과 연관된 표적 유전자 발현을 시공간적으로 정확하게 제어할 수 있다. 현재 개발 중인 '3D 게놈 엔지니어링'은 세포에서 실시간으로 유전체를 엔지니어링하고 관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