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4일 국내 O2O 시장 현황을 파악한 결과 관련 기업은 555개에 이르며 플랫폼 노동자는 52만1000여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및 야놀자, 여기어때, 다방 및 직방 등 O2O 기반 기업의 숫자가 정부 차원의 O2O 시장 집계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시장의 충돌 및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입체적인 접근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 출처=과기정통부

O2O 시장의 현황은
O2O는 기본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방식이며, 온라인이 오프라인으로 뻗어가거나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뻗어가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즉각적인 연결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각광을 받고 있으며 현실세계에 이미 존재하던 서비스의 시너지를 노리는 성격이 강하다. 

O2O는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라, 기존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던 사업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로 새롭게 변신시키는 개념이다.

상황에 따라 공유경제의 패러다임이 스며들 여지가 있으나 실상은 공유의 방식만 차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주로 온디맨드 플랫폼으로 활용된다. 여기서 O2O는 공유와 온디맨드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국내 O2O 시장은 거래에 따른 수수료, 광고 서비스 시장만 약 3조원에 달한다. 기존 오프라인 사업을 온라인과 연계했기 때문에 기존 서비스의 활성화에 방점이 찍히고,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전개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생활 분야에 종사하는 기업이 179개로 제일 많다. 이어 모빌리티 121개, 인력중개 100개, 숙박 및 레저 65개, 식품 및 음식 47개, 부동산이 43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 국내 O2O 기업의 거래액만 97조원이며 이는 전년 약 80조원 대비 22.3% 성장한 수치다. 서비스 매출액 총합은 3조원인 가운데 식품과 음식 분야가 8조4000억원, 모빌리티가 6조4000억원, 생활이 5조원, 인력중개가 4조2000억원 순서다. 기업의 매출 발생 형태는 수수료, 광고료, 이용료, 판매매출, 정기사용료, 가입비 등이 있고 대부분의 기업이 2개 이상의 매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

O2O 시장은 당분간 확장일로를 거듭할 전망이다. 모바일에서 시작된 O2O 시장의 스펙트럼이 점점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 O2O 시장은 온라인 기업이 주도했다. 온라인의 정체성을 가진 기업들이 기존 오프라인 영역에 파고들어 고객들에게 간편하고 확실한 사용자 경험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 및 요기요, 야놀자 등의 모델이다.

이 단계에서는 단순히 오프라인 사업을 온라인으로 확대한다는 취지에 머물렀다면, 다음 단계는 오프라인의 온라인 진격을 꼽을 수 있다. 이미 존재하던 오프라인 기업들이 온라인 기업 중심의 O2O 전략에 착안해 사업의 방향성만 180도 다른 상태에서 비슷한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이커머스의 O2O 전략에 놀란 롯데,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옴니채널 전략이 대표적이다. 다음 단계에서는 구독경제 등의 방법론이 더해지며 생태계가 풍성해지는 한편, 일종의 맞춤형 서비스가 등장한다. 온디맨드의 연장선에서 서비스나 재화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결 플랫폼에서 기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취향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들이 더해지면 O2O 시장은 더욱 고도화되고 다양한 매력을 가질 수 있다. 당분간 시장의 크기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관은 “이제는 O2O 서비스가 국민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해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급속도로 성장하는 혁신 산업”이라면서 "과기정통부는 O2O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서비스 공급자·플랫폼 기업·이용자 등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상생포럼을 운영할 계획이고, 관련 시장동향 파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O2O 혁신 산업의 성장을 촉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박재욱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그림자에도 주목해야
국내 O2O 시장이 커지는 것은 인터넷 시장에 있어서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 인수되는 '역대급 인수합병 대박'이 터질 수 있는 배경에는 O2O 트렌드가 있으며,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와 함께 글로벌 시장을 노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도 O2O 시장의 확산에 힌트가 있다는 것은 일종의 정설이다.

문제는 O2O 시장이 팽창되며 발생되는 필연적인 그림자다.

먼저 신사업과 구사업의 충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O2O 시장은 최근 온라인 기반, 오프라인 기반 등 모든 기업들이 전사적으로 뛰어들고 있으나 전자의 경우 인터넷 본능에 충실하다는 무기를 가지고 있고 후자의 경우는 막강한 자본력으로 무장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는 이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인터넷 본능에 취약하면서 자본이 적은 영세 사업자들도 있다. 

이들은 O2O 시장이 열려도 새로운 시장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한다. 배달앱 시장의 경우 영세 음식점이 수수료 문제로 고통을 호소하는 것과 숙박앱 시장에서 숙박시설 점주들이 불만을 터트리는 장면, 나아가 부동산 앱 시장에서 각 부동산 업체들이 비명을 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O2O 업계에서 인터넷 본능에 충실하지 못하고 자본도 낮은 이들과의 상생의지는 강한편이다. 당장 배달의민족이 배민아카데미를 통해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많은 O2O 기업들은 오프라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영세 사업자와의 연대가 곧 서비스의 연속성을 보장한다는 점에 집중하고 있고, 그 연장선에서 네이버의 경우 스몰 비즈니스 전략을 전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 역시 아직은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벌어지고 있다. O2O 기업들이 품어낼 수 있는 영세 사업자의 숫자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으며, 그 외 대부분의 영세 사업자들은 O2O 기업 자체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에 빠져있다. 이 과정에서 근거가 없는 괴소문이 돌며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는 장면도 우려스럽다.

정부가 자연스럽게 모든 업계가 O2O 트렌드를 체화하며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유일한 정답이다. O2O 기업도 수수료 일변도의 수익구조를 떠나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생태계 전략을 찾아야 한다. 배달의민족이 가동하는 푸드테크 로드맵이나, 여기어때가 추진하고 있는 액티비티 중심 사용자 경험 집중에 따른 특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영세 사업자들도 디지털 전략에 대한 열린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O2O 플랫폼에 서비스를 공급하는 업체가 약 34만2000개로 추정되는 가운데,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현안도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O2O 기업에서 플랫폼 노동자로 분류되는 외부 서비스 인력은 약 52만1000명으로 전체 인력의 97%며, 내부 고용 인력은 3%에 불과한 약 1만6000명이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으로 이어지는 플랫폼 전체에서 긱 이코노믹, 즉 플랫폼 노동자의 숫자가 절대다수라는 뜻이다.

▲ 출처=과기정통부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 문제가 대두되는 이유다. O2O 기업은 이들에게 자유로운 업무시간 등을 보장한다고 말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은 불안한 고용지위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배달 라이더를 중심으로 라이더유니온이 발족한 이유다.

관건은 플랫폼 노동자들에게 어떤 지위를 부여하느냐에 있다. 만약 플랫폼 노동자들이 정식 노동자로 인정받으면, O2O 기업은 이들과 함께할 이유가 사라진다. 긱 이코노미 자체가 일회성 고용을 전제로 하며 기업 입장에서는 이들과의 정식 고용계약을 맺는 것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부담스럽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O2O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서로 다른 지점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O2O 기업은 플랫폼 노동자와 계약을 맺으며 매 순간 성과에 대한 보상을 지원한다.

플랫폼 노동자의 수익적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는 구조다. 노동대가 자체로만 보면 다른 일자리와 비교해 보상이 결코 낮지 않은데다 자기가 원하는 시간대에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쏘카 VCNC 박재욱 대표는 지난해 간담회에서 타다 드라이버의 월급은 25일 기준 312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올해부터 사납금이 폐지됐지만 여전히 택시회사의 '꼼수'에 걸려 사실상 사납금을 납부하는 다수의 법인택시 기사들과 비교하면 높은 수익이다. 박 대표는 실제로“안정적인 수준”이라며 "상생 모델의 확장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플랫폼 노동은, 기업 입장에서 노동자를 정식으로 고용하는 것보다 비용은 적게 들어가면서 노동자에게 상대적으로 준수한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일부 플랫폼 노동자들은 여기에 반대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충돌이 격하게 벌어지는 셈이다.

관련된 논란은 이미 미국에서 시작됐다. AB5 법안이 대표적이다. 사실상 플랫폼 노동자를 정식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이지만 다르게 보면 각 기업들이 플랫폼 노동자에게 정식 고용을 선택할 것인지,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를 선택할 것인지 일종의 선택지를 줄 수 있는 여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도들이 벌어지면 플랫폼 노동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이뤄지고, 플랫폼 비즈니스 자체가 발전할 수 있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교수가 지난 1월 간담회에서 "국내에서도 AB5와 관련된 논의가 필요한 이유"라고 말한 이유다.

▲ 이재웅 대표, 박경신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국내 상황을 보면, 플랫폼 노동자는 프리랜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차량 공유 서비스 타다에 소속된 운전사들은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지노위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타다 근로자임을 인정해달라는 A씨의 신청을 각하했으며 A씨가 자신의 사정에 따라 타다 서비스 근무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근무 장소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회사의 지침도 고용인과 근로자 간 관계가 아니라 회사와 프리랜서 간 업무지침에 해당한다고 봤다. 검찰이 VCNC의 불법파견 혐의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나온 판단이라 특히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결국 플랫폼 노동자의 지위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전업 플랫폼 노동자와 말 그대로 긱 이코노믹에 충실한 플랫폼 노동자를 분리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긱 이코노믹 자체가 일종의 투잡 개념으로 플랫폼 노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업 플랫폼 노동자와 분류한 별도의 시장이 존재해야 한다는 뜻이다. 

▲ 배민라이더스. 출처=배달의민족

국회 기재위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통계청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부업을 가진 취업자는 총 47만3000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로 가장 많은 수치며, 불황에 따른 진짜 긱 이코노믹이 등장할 무대는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그러나 당초 전업 플랫폼 노동자 대상이 아니던 배민커넥트 등에 전업 플랫폼 노동자가 많은 이득을 바라고 몰리는 등, 두 시장을 나누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 이미 시장에 유입된 플랫폼 노동자들을 임의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