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집값 상승의 공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 교통망 완공까지 걸리는 착수기간과 공정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따라서 과거와 달리 개통 시점 역시 사업 착공이나 발표 이상의 호재로 작용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교통호재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교통 인프라가 열악한 곳에 교통망이 완공될 시 중심지역의 상승만큼 상승폭을 확대하는 경향도 수원시 등의 사례에서 확인되고 있다.

12.16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아파트 값의 상승은 멈췄지만, 비규제지역이면서 교통호재가 가시화된 지역은 당분간 상승세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7호선 연장에 청약 경쟁률 모두 역대치 갱신

▲ 7호선 연장선 공사 중인 부평구 일대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서울7호선의 부평구청역과 인천2호선 석남역을 잇는 이른바 석남연장 구간은 2020년 개통할 예정이었지만 사업지연으로 2021년 초까지 사업이 지연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호선 연장선의 한복판에 위치한 산곡역 인근의 신축아파트는 호가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올해 1월 분양 1년을 맞이한 ‘쌍용 더플레티넘 부평’의 웃돈(프리미엄)은 교통호재에 힘입어 가파르게 올랐다. 84㎡의 분양가는 4억7000만원이었지만 현재는 일부 고층 세대의 경우 웃돈이 1억원 가까이 형성됐다. 실제 가격 상승에 교통호재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는 것이 인근 업자들의 전언이다. 실제 산곡역이 들어서는 지역과 가장 인접할수록 웃돈 역시 형성 폭이 컸다. 향후 산곡역이 들어서면 역세권이 되는 ‘부평아이파크’의 경우 웃돈이 일부 세대의 경우 약 2억원에 가깝게 올랐다.

산곡역 인근 지역의 분양 단지의 청약경쟁률은 말 그대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12월 분양한 ‘부평 두산위브 더파크’에는 308가구 모집에 9501명의 청약대기자가 청약을 접수, 평균 경쟁률만 30.8대 1을 기록했다. 송도신도시를 제외하면 부평구는 물론 인천의 역대 청약경쟁률을 갱신한 수치다. 이어진 무순위 청약접수에도 4가구에 4만7626건의 청약신청이 접수돼 1만1907대 1이라는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송파 주춤...하남, 호재 힘입어 상승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구간은 현재 5호선 상일동역에서 올해 6월까지 미사 신도시를 거쳐 하남풍산역까지 개통될 예정이다. 이어 12월에 검단산구간까지 연결되면 모든 공정이 마무리된다. 2020년 4월 개통이 예정인 하남풍산역 인근은 5호선 연장구간의 개통이 다가오면서 이전의 호재 선반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새롭게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하남풍산역 인근 한 중개업자는 “12.16 대책으로 주춤한 송파구와는 상관없이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중개업자는 “미사 지구는 강동권이라는 인식때문에 선호도가 높지만 저평가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풍산역이 들어서는 지역까지는 확인하고 간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하남풍산센트레빌” 같은 비교적 신축 아파트들은 84㎡의 매매가격은 6억원 후반대에서 7억원 사이 수준이다.

하남풍산역 인근에 있는 ‘하남 아이파크5단지’의 한 중개업자는 “84㎡기준으로 이미 저층이 7억2000만원을 넘었다. 역이 들어선다고 하니 반년새 7000만원은 호가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실수요자들이 많았지만 최근 문의의 절반은 투자 수요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사지구의 한 중개업자는 “하남시에는 당분간 아파트 신규 공급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개통을 둔 교통망이 깔리는 지역에 투자가 몰리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교통망 끝쪽의 하남 구시가지에는 투자 수요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건축을 생각해야 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문의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교통망 갖춘 오목천, 개통 앞두고 1억 상승

▲ 수원시 권선구 일대 한 아파트.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수원시의 전체적인 매매 상승세도 철길을 따라 번져나가고 있다. 특히 그 동안 상승을 주도한 영통구 뿐만 아니라 교통이 열악하고 저평가된 지역도 신설 교통망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수원시 권선구 오목천동의 오목천역 인근이 대표적인 예다. 해당 역이 개통되면 수원역과 서울 지하철 4호선 한대앞역을 잇는 수인선 열차가 운행된다.

수인선 3구간에서 가장 대표적인 신축 아파트인 ‘오목천서희스타힐스’는 올해 입주 4년차를 맞았다. 현지 중개업자에 의하면 현재 이 단지의 84㎡은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매매가격이 1억원 이상 올라 현재 5억5000만원에서 6억원에 호가를 형성 중이다. 입주 13년이 넘은 ‘오목천푸르지오’도 84㎡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000여만원 가량 상승했다.

한 중개업자는 앞으로 수인선 개통이 4월로 다가오면서 향후 두 번 정도 상승 패턴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일부 매물을 회수한 주인들이 개통이 가까워지는 봄에 호가를 올려 내놓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이 2월말 인근에서 분양하는 시점에도 추가적인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는 것이 지역 중개업자들의 예측이다.

특히 오목천동의 경우 다른 수인선 연결 구간과 비교해서 신축 아파트와 구축아파트 등이 자리한데다가 교통이 크게 개선되면서 수인선 3구간 연장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적용받고 있다.

수원역 인근의 한 업자는 “같은 수인선 구간으로 연결되는 고색동의 경우 신축 아파트가 없어 가격이 별로 오르지 않았고 어천역이 개통되는 화성시 매송면 일대 역시 아파트 단지가 많지 않은 지역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수원의 팔달구와 영통구 등의 가격이 너무 상승했다고 생각하는 일부 호사가들이 저평가된 수원 일부 지역에 대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수인선이 지나는 오목천동도 그런 곳 중 하나이다. 서울과 경기지역 투자자들의 문의도 많다”라고 말했다.

“최근엔 개통도 새로운 호재처럼 작용”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과거와는 달리 착공 후 실제 개통까지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잦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개통 사실 자체가 마치 새로운 호재처럼 다시 작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최근 5년새 실제 개통 시점의 집값 상승폭도 상당해졌다.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개통 전 가격을 올리고 개통 이후에도 상승폭이 유지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또 “교통 인프라가 잘 구촉된 지역은 호재의 영향이 반감될 수 밖에 없지만 상대적으로 교통 여건이 낙후된 지역은 노선 하나의 편의성에 대한 장점이 크다. 따라서 시장 상승폭이 계속 유지되는 경향이 커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서울과 일부 규제지역의 경우 가격 상승에 매수인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고 정부의 대출·세제 규제 허들도 상당히 높다. 경기권내에서 가격 상승이 적었으면서 교통 호재나 택지개발 호재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가격대 상승이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