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금융당국의 마이데이터 사업은 핀테크 업체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낮은 진입장벽으로 다양한 업체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그중에서 간편결제·송금서비스 1, 2위인 카카오 페이와 토스의 서비스 확대가 눈에 띈다. 이런 핀테크 기업의 사업확장에 기존 은행의 영업환경도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 카카오 페이 화면 출처=카카오 페이 홈페이지

마이데이터 날개 얻은 핀테크, 금융 서비스 플랫폼으로 변화

마이데이터란 본인 정보에 대한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정보 주체인 개인의 동의에 따라 본인 데이터를 개방ㆍ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금융위원회의 자본요건, 인적요건, 물적 요건 등을 심사를 통과해 사업허가를 받아야 한다. 최소 자본은 5억원, 신용정보 관리·보호인 외 전문인력 요건도 없으며 금융회사 50% 출자의무도 없는 등 진입장벽이 낮아 다양한 사업자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핀테크 업체를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 중장기적으로는 핀테크 업체들이 주도권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개인의 금융 정보는 금융 기관들이 분산·폐쇄적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대출을 받기 위해선 은행을 방문해 창구 직원이 권유해주는 대출 상품을 수동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은행 상품이 이자율은 더 낮은지 역시 직접 방문하지 않고는 알 수 없었다.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개인의 금융 정보를 통합 조회할 수 있고 부수 업무로 데이터를 분석하여 제3자 제공이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투자자문업, 투자일임업 및 금융상품자문업도 겸영할 수 있다. 개인 금융 정보를 기반으로 금융 상품의 맞춤 판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금융 상품 정보를 통합적으로 추천받고 비교까지 가능한 플랫폼이 등장한다면 점차 금융 기관의 판매 채널을 대체할 것이다. 더 많은 이용자가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수록 금융 기관 역시 마이데이터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하게 될 것이다.

카카오페이, 토스, 페이코 등 간편송금·결제 서비스는 이미 금융 서비스 플랫폼으로 변모 중이다. 이들은 은행, 보험사, 신용카드사 등과 제휴를 맺고 금융 상품을 추천하거나 비교해주고 신용점수 조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어 대출상품 비교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금융 상품을 추천하는 것에서 나아가 직접 판매하기도 한다. 카카오페이와 토스는 P2P 금융 상품을 판매하고 중개 수수료를 수취하고 있으며, 여행 보험, 휴대전화 보험 등과 같이 미니보험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이제 다음 단계는 금융업 직접 진출이다. 카카오페이는 ‘피플펀드’, ‘투게더펀딩’ 등 P2P 금융 상품 업체에 지분을 일부 투자했고, 삼성화재와 손을 잡고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바로 투자증권 인수로 증권업에도 진출한다. 최근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 인수 절차가 빠르게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카카오페이는 바로투자증권을 통해 CMA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 가상계좌를 CMA 계좌로 연결해 펌뱅킹 수수료를 절감하고, 충전금을 실명 계좌 기반의 CMA로 운용해 유사수신 논란 없이 합법적으로 이자를 지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주식거래, 자산운용상품 판매 등도 기대된다. 기존에는 P2P 금융 상품 판매로 중개 수수료만 수취했으나 자체 금융 상품 판매로 이익률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토스 역시 증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현재 신규 증권업 예비인가를 신청한 상태이며 빠르면 3~4월 내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 특화 증권사를 설립한다는 복안이며 카카오페이와 유사하게 송금 수수료 축소, 합법적/간접적인 이자 지급 시스템 구축, 자체 금융 상품 판매 등으로 사업 방향을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 카카오 페이에 이어 토스도 사업을 확장한다 출처=비바리퍼블리카

정규봉 금융결제원 금융결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선두인 카카오 페이, 토스가 금융 서비스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아직 신용카드나 은행업무까지 일부 수행하는 종합지급결제업자로 성장하기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시점을 논의하기에 이른다”고 일축했다.

이어 “오픈뱅킹이 확대된 이후에는 기존 핀테크 업체들이 강조한 ‘수수료 없음’과 같은 장점들이 더는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은행들은 상품 제공에 권역별(시중은행·지방은행·특수은행 등) 한계가 있지만, 핀테크 업체는 모든 금융정보를 다룰 수 있어 맞춤형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기존 은행 영업은 어떻게 변할까?

오픈뱅킹 확산으로 기존 은행의 영업환경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우선 고객의 이동성이 증대되어 은행 간 우량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은행들은 이제 고객의 동의만 있으면 다른 은행 계좌를 조회해 출금이체를 통해 자행의 금융상품 가입을 유도하는 영업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흩어져 있는 저금리 예금들을 한 계좌에 모으거나, 장기상품 가입 등을 통해 고정 고객화(lock-in)에 집중할 것이다.

고객들과 간접적인 접촉도 늘어날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고객정보를 외부의 마이 데이터 사업자가 이용할 수 있게 되면 마이 데이터 사용자는 은행의 다양한 금융 상품을 파는 창구기능과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예시로 모바일 가계부로 서비스로 출발한 뱅크샐러드의 경우 현재 은행, 증권, 보험 등 다양한 금융 정보를 비교하여 보여주고 대출상품, 신용카드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이후 개인 맞춤형 예·적금 포트폴리오 추천 서비스도 추가할 계획이다. 이런 서비스가 늘어난다면 은행은 외부 판매채널이 추가되는 장점도 있지만 은행 간 상품 및 서비스가 직접 비교되면서 일부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외부 파트너와 협력이 강화할 것이다. 데이터 개방성 확대로 은행이 보유한 자료를 분석해 다시 은행에 영업전략을 제시하는 신사업과 외부정보를 전담하는 부서가 생길 수도 있다.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가가 오픈뱅킹 시대에 은행의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픈뱅킹으로 은행의 규모 보다는 어떤 상품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토스나 뱅크샐러드에서도 상위권에 있는 상품들은 소규모 은행이더라도 이율 등 제일 조건이 좋은 상품을 노출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대형은행에 계좌를 가지고 있는 50·60대까지 핀테크를 통한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라며 “하지만 은행에서는 고객들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나설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