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권유승 기자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치솟는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에 보험사들의 골칫덩이 상품으로 전락한 실손의료보험의 정상화를 위해 보험연구원이 집중 연구에 돌입할 전망이다. 요율정상화, 계약전환 유도 등 중장기적 관점으로 실손보험제도의 개선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보험연구원은 4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중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보험산업 현황 및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올해 4대 연구목표를 발표했다. 4대 연구목표는 크게 △소비자 신뢰 제고를 위한 보험생태계 건전화 △재무건전성 및 리스크관리 강화 △보험상품 혁신 및 제도 개선 △보험산업의 지속성장 등으로 구성됐다.

보험연구원은 우선 '보험상품 혁신 및 제도 개선' 목표 중 하나로 실손보험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 국민 3800만명 이상이 가입한 실손보험은 실제 지불한 의료비를 보장하는 상품으로 손해율 악화 이슈가 지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보험연구원은 실손보험의 개인별 보험금(의료 이용량)과 연계한 보험료 차등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험료 차등제란 자동차보험처럼 손해율이 높은 고객일수록 더 많은 보험료를 지불하도록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현재 실손보험은 가입자의 실제 의료 이용량과 상관없이 동일한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

또 일부 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을 보장하는 실손보험의 포괄적인 보장구조를 급여와 비급여 상품으로 구분해, 비급여 보장영역 관리도 강화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보유계약에 대한 계약전환도 유도할 예정이다. 새로운 계약에 대한 상품구조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손보험 보유계약의 80%가 20년 이상의 잔여 보험기간을 가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실손보험 전문심사 기관 설립도 추진해 실손보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비급여 가격의 적정성 심사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 연구실장은 "이번 실손보험 연구 과제는 정부와 별도로 보험연구원 자체적으로 하는 연구로서 별도로 실손보험제도 TF 등을 구성할 예정"이라며 "실손보험료차등제는 올해 도입된다고 해도 한 번에 정교한 모습으로 자리잡히진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중장기 관점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요율 정상화다. 실손보험이 요율정상화가 이뤄지면 보험료 차등제 역시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준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실손보험 차등제는 옳고 그름의 논리적 문제라기 보다는 제도의 현실화가 얼마나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골자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에 달하고 있으며, 지난해 실손보험 연간 적자규모만 1조700억원에 다를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 보는 적정 손해율은 76~78%수준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을 급여 항목으로 확대 적용하는 일명 '문 케어'로 인해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반사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험료 인하 압박을 간접적으로 가하기도 했다. 이에 보험료 인상이 보험사들의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보험사들도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높은 손해율이 지속되고 있는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에서 보험사는 소비자 위험을 보험료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불만이고, 소비자는 보험료가 공정하게 매겨진 것인지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장래손실이 예상되는 신상품이 여전히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며 "보험산업과 보험시장에 널리 퍼져있는 관행은 보험사, 보험감독, 보험소비자가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있어서 부분적 개혁으로는 기존 관행을 고쳐 새로운 관행을 세우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