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프란시스코의 빈 쇼핑몰에 들어선 주방.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유령 주방’(ghost kitchens)이라고 부르는 회사들이 빈 쇼핑몰과 창고 공간에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출처= The Spoon Tech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부동산 개발회사들이 빈 상가 공간과 주차장에 음식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공유 주방'을 만들며 부동산임대의 새로운 접근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이전에 소매업체들이 있던 공간에 배달 전문 주방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전자상거래가 탄생시킨 두 업종의 혼합물이다. 식당들은 온라인 음식 주문 배달 수요의 증가를 충족시키기 위한 비용 효과적인 공식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고, 부동산 업계는 빠져나간 소매업 공간을 메워야 한다.

부동산 개발회사들은 이런 ‘유령 주방’(손님이 없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 전자 상거래와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빠져나간 소매업체들이 비워 놓은 공간에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한다.

소매 부동산 회사 사이먼 프로퍼티그룹(Simon Property Group)과 호텔운영회사 아코르(Accor)는 2일(현지시간), SBE 엔터테인먼트 그룹(SBE Entertainment Group)과 제휴해 쇼핑몰과 호텔 고객들 뿐 아니라 주변의 음식 주문 고객들을 대상으로 고급 레스토랑 수준의 음식을 만들기 위한 주방 200개를 만들고 있다고 발표했다. SBE의 샘 나자리안 CEO는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마이애미 등이 1차 계획에 들어있는 도시들이라고 밝혔다.

SBE는 브룩필드에 있는 5000 평방피트(140평)의 유령 주방에서 인근 허드슨 야드(Hudson Yards) 와 맨하탄 주변 지역에 음식을 배달하게 될 것이며, 쇼핑몰 주차장, 창고, 사용하지 않는 소매공간에도 배달 전문 주방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우버의 전 CEO인 트래비스 칼라닉이 창업한 배달전문주방 벤처기업 클라우드키친(CloudKitchen)과 로스앤젤레스 일대에 4곳에 주방 임대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나자리안 CEO는 "사용하지 않고 비어 있는 부동산의 다시 살리고 있다”고 흥분했다.

자산운용사 번스타인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현재 2820억 달러(337조원)에 이르는 미국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배달이 약 9%를 차지하고 있으며, 직접 음식을 먹는 식당이나 및 드라이브인 스루 식당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음식 배달이 식당의 운영 효율과 수익을 깎아 먹는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식당들은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음식 배달을 확장하고 있고, 이에 따라 임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이른 바 원격 주방도 그 범위를 넓혀 나가고 있다.

▲ 자신이 창업한 우버를 떠난 트래비스 칼라닉이 배달전문주방 벤처기업 클라우드키친(CloudKitchen)을 창업하고 로스앤젤레스 일대에 4곳에 주방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출처= Tech Startups

웬디스(Wendy’s), 칙필레(Chick-fil-A), 스위트그린(Sweetgreen) 같은 기존 식당들도 고객을 직접 상대하지 않는 배달 주문 원격 주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스위트그린의 조나단 네만 CEO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추가 수요를 창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 개발회사들과 스타트업들은 ‘유령 주방’을 만들어 임대할 기회를 찾고 있다.

SBE 컨소시엄은 미국 최대 쇼핑센터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의 킹 오브 프러시아 몰(King of Prussia Mall) 같은 부동산의 빈 공간에도 주방을 지을 계획이다.

SBE 컨소시엄은 올해 85개의 주방을 열고 2021년 말까지 최소한 100개의 주방을 더 열 계획이다. 그들은 이 주방들이 하루에 평균 30달러짜리 음식 주문 125개를 소화한다면, 미리 지급한 임대 비용 6만 달러를 회수하고 6개월 후에는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SBE는 주방에서 만드는 음식을 우버이츠, 도어대쉬(DoorDash), 포스트메이트(Postmates) 같은 기존 배달회사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칼라닉의 클라우드키친(CloudKitchen), 키친 유나이티드(Kitchen United) 등 벤처자금 지원을 받은 회사들도 배달전문 주방을 만들어 식당들에게 대여한다. 그러나 배달 회사들, 특히 우버와 도어대시는 자신들만의 전용 임대 부엌이나 온라인 전용 레스토랑을 만들고 있다.

WSJ은, 클라우드키친스가 투자설명회에서 3500 평방피트(100평)의 일반 식당을 차리려면 100만달러(12억원)가 들지만, 230 평방피트(6.50평) 정도의 주방은 3만 달러의 비용으로 2주 안에 만들어 제공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데이터 회사 피치북(PitchBook)의 분석에 따르면,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2018년부터 주방운영 회사에 쏟아 부은 돈은 거의 50억 달러(6조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대형투자회사 세쿼이아 캐피털 (Sequoia Capital)과 소프트뱅크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두 회사는 모두 음식배달회사에도 거액을 투자했다.

외식업계 일각에서는 유령 주방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레스토랑 투자그룹 키친펀드 (Kitchen Fund)는 끼니 시간 이외에도 많은 주문을 받을 수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에나 이 모델이 수익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개발 및 인수 전문 회사인 팻 브랜드(Fat Brands)는 기존 식당에서 배달 전용 영업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 회사는 기존의 팻버거(Fatburger) 식당 몇 곳에서 허리케인 그릴 앤 윙스(Hurricane Grill & Wings)라는 메뉴만을 준비해 배달하고 있는데, "매주 평균 1000달러의 추가 매출을 올리며 매장 매출의 5%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고 이 회사의 앤디 위더혼 CEO는 말했다.

“배달은 바쁜 점심 시간과 저녁 시간 때 이외의 시간 동안 매출 창출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끼니 때가 아니라도 하루 종일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