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최근 상승세를 보여왔던 수익증권(펀드)에서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익률이 부진한 가운데 최근 중국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 폐렴) 이슈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이벤트성으로 보면서 대규모 펀드런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3일 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30일 기준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85조4769억원으로 한달전인 12월 30일(87조6680억원) 대비 2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채권형은 117조7459억원에서 117조9947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앞서 주식형펀드는 이전 3개월간(9월 30일~12월30일) 8조원 넘게 순유입되며 순항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순유출로 돌아섰다.

최근 수익률이 부진한 가운데 증시 상승으로 펀드 수익률이 개선되면서 대거 환매 수요가 발생한 탓으로 보인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우려도 환매를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시 하락으로 주식형펀드 수익률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전체 국내 주식형 펀드는 지난주 4.8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4.37% 하락했고, 코스닥 지수는 4.26%의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단기간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대규모 펀드 환매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공모형 중국펀드의 순자산은 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우려대로 이날 중국 증시는 춘제(설날) 연휴 이후 11거래일 만에 개장하자마자 8.73% 폭락하며 장을 시작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에서는 오전에만 3700억달러(약442조원)가 증발했다.

▲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 추이.

우한 폐렴으로 인한 피해가 과거 사스 대비 3~4배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워릭 매키빈 호주 국립대 교수는 "중국의 경제 규모가 훨씬 커진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의 피해는 사스의 3∼4배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5.9%에서 5.5%로 하향할 것이라며 발병 기간이 더 길어질 경우 5% 이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이번 충격은 일종의 이벤트성에 불과해 펀더멘털 측면에 주는 훼손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 투자자들은 과거 악재 자체보다 막연한 불안감을 더 싫어했다"며 "중국 주식시장 개장은 그 자체로 불확실성을 덜어낼 수 있는 재료"라고 말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펀드 전문 연구원은 "2009년 조류독감(신종플루) 발생 시기 전후로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신흥국 펀드에 자금 유입이 빠르게 증가했다"면서 "2013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생 시기에도 자금 유출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1차 타결로 신흥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면서 신흥국 관련 주식펀드로는 자금 유입이 재개됐다"며 "수년 간 강세를 보여온 선진국주식시장과 비
교해 신흥국 주식시장은 전반적으로 저평가 매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점도 신흥국 펀드로의 자금유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유안타증권

올해 경기 반등을 위한 각국의 적극적 재정정책과 기업 실적 반등도 펀드 자금 유입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지난달 29일 '2020년 자본시장 전망과 정책방향 세미나'에서 "미국 성장률이 완만하게 레벌다운되더라도 주요 선진국들의 경기하강 탈출을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 등이 시장의 방향성 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주식형 자금은 경기순환보다 추세요인으로 인식돼 견조한 증가세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