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기업에서 인도 출신 CEO가 많은 것은 ‘혈통’ 때문이 아니라 명실공히 기업이 이끄는 나라 미국(state of corporate America), 세계화된 직장 문화, 기술 혁신, 그리고 널리 입증된 리더십 같은 외부적인 요인들 때문이다.    출처= Indian CEO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난 주 IBM은 인도 출신의 아르빈드 크리슈나가 장수 CEO 지니 로메티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발표했고, 이번 주에는 위워크가 차기 CEO로 역시 인도 출신의 샌딥 매스라니를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소셜 미디어, 뉴스 보도, 온라인 검색에 따르면, 인도 출신 글로벌 CEO들은 이들 만이 아니다.

물론 이 목록은 완벽하지는 않다. 이 중 몇몇은 인도 이민자들의 자녀들(2세대)이지만 그들도 부모 세대로부터 습관과 경험을 물려받았을 것이기 때문에 목록에 포함시키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에서 인도 출신 CEO가 많은 것은 ‘혈통’ 때문이 아니라 명실공히 기업이 이끄는 나라 미국(state of corporate America), 세계화된 직장 문화, 기술 혁신, 그리고 널리 입증된 리더십 같은 외부적인 요인들 때문이라고 CNN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기사를 쓴 ‘CNN 디지털’의 뉴스 오피니언 담당 부사장 S. 미트라 칼리타(그도 인도계 여성임)는 이 과정에서의 교훈들이 우리 모두에게 적용될 수도 있다는 관점으로 그 이유를 분석했다.

변화와 불확실성의 수용: 모든 회사는 어떤 형태로든 혁신과 씨름하고 있다. 이제 10억이 넘는 인구, 수십 개의 언어, 불평등한 인프라의 나라 인도를 생각해 보라. 아침에 양치질을 하고 수도 꼭지에서 물이 나올지 부터 불확실성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런 상황은 인도인들이 통제할 수 없는 힘에 대한 수용과 인내를 요구하며 그것을 기르도록 훈련시킨다. 그로 인해 기업 관료주의에서 공존하면서 혁신과 인내심을 기를 수 있었을 것이다.

가까운 미래를 보는 능력: 가까운 미래에 무엇이 우리 시장을 좌우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은 리더에게 꼭 필요한 특성이다. 인도인들은 특히 데이터의 포용력과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끊임없이 플랜 B를 생각하는 덕분에(예를 들면 물이 나오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는 것) 이런 능력에 익숙해 있다.

2일(현지시간) 위워크의 차기 CEO로 발탁된 부동산 베테랑 매스라니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쇼핑몰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의 쇼핑 몰 산업이 장기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이시나요? 내 눈에는 좋은 쇼핑몰은 계속해서 더 잘 될 것이고 질이 낮은 쇼핑몰은 시간이 갈수록 더 나빠질 것이라는 것이 빤히 보입니다.”

이것은 혁명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것을 무작정 예상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의 말의 의미는, 최상의 전략은 현재의 시장 상황과 데이터를 결합해 미래에 대한 비전을 추진한다는 의미다.

메트릭스의 모든 것에 정통: 인도인들이 수학을 잘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인구 10억의 나라에서 자라다 보면 모든 것이 가능성으로 귀결된다. 보육원, 중고등학교, 그 다음 대학교에 입학할 가능성, 각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 진학을 위해 점수를 최대화할 가능성,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가능성, 해외로 나가기 위한 비자 복권에 당첨될 가능성 등. 인도 어린이들은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자신이 이룰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한 통계를 거리낌 없이 쏟아낸다.

오늘날 그런 습관이 기발하게도 ‘데이터 인텔리전스’(data intelligence)와 맞아 떨어져 현대 CEO들에게 요구되는 기술은 물론,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해 주었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위 목록에서 적어도 구글의 피차이, 팔로 알토의 아로라, IBM의 크리슈나등 세 명은 합격률 2% 미만인 명문 인디안 공과대학의 졸업생들이다.

풍부한 STEM 자원: 인도 이민자들은 미국에서 가장 높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 중 하나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에 인도 이민자들 중 77.5%가 학사 이상의 학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본토 태생 미국인의 31.6%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대학원에서 컴퓨터 과학과 공학을 공부하는 미국인들이 줄어든 반면 그 갭을 외국 태생의 학생들이 메웠다. 이 분야 전공자들은 반드시 기술 대기업들만이 이 분야 전공자들은 탐내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가구를 팔면 이 회사는 소매회사 라기보다는 기술 회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 지난 주 IBM은 인도 출신의 아르빈드 크리슈나(위)가 장수 CEO 지니 로메티의 뒤를 이을 것이라고 발표했고, 이번 주에는 위워크가 차기 CEO로 역시 인도 출신의 샌딥 매스라니(아래)를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출처= Indian Express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s, 자녀에게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며 모든 일에 관여하는 부모) 슬하에서 자라다: 지금은 펩시코(PepsiCo) 회장인 인드라 누이가 2006년 팹시코의 CEO가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인도에 사는 그의 어머니 집을 방문하여 축하의 뜻을 표했다. 2018년에 CEO에서 물러난 누이는 직원들의 부모들이야말로 펩시의 스타였다며 직원들의 부모에게 쓴 감사 카드를 보냈다.

"나의 경우, 나는 전적으로 양육의 산물이었습니다. 나는 재직 중에 우리 회사 직원들의 부모들에게 ‘자식들을 펩시코에 선물해 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이 편지를 받은 부모들이 느낌이 어땠을지 그저 상상에 맡길 뿐이지만 분명한 건 자식들의 성공을 부모가 공유할 수 있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다양성: 인종과 종교를 불문하고 다양한 인력과 리더십이 오늘날보다 기업에 더 중요했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회계컨설팅회사 딜로이트(역시 인도인이 CEO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회사 리더십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는 회사의 경우 직원의 69%가 자신의 근무 환경이 동기 부여 및 자극적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리더십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지 않은 회사는 43%만이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이 목록에 오른 인도인들은 정상적이라기 보다는 예외적인 사람들이다. 적어도 5개 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아시아인들이 기술 회사에서 대표로 활약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일반 임원진에서는 심각하게 저평가되어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최근의 연구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성공이, 백인 미국인들이 그들에 대한 차별적인 관행을 끝내고 존경심을 가지고 대우하는 것과 더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1965년 이민자 및 국적법, 시민권 시대에 쿼터와 사실상의 인종 차별을 없앤 법 덕분에 미국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의 기업의 CEO로 일하게 되면서 또 다른 소수 민족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시간은 소중하면서도 무한하다: 미국인들은 일과 삶을 순차적이고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인도인들에게는 시간에 대한 더 깊은 정의가 있다.

"시간 인식은 우리가 시간의 흐름을 보는 방식을 의미한다. 시간은 우리에게 일련의 지나가는 순차적인 것인가, 아니면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모두 상호 연관되어 있는 동시적인 것인가?"

이 이론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야 나델라 CEO가 균형을 재정의하는 접근법과 비슷하다. 그는 호주 파이낸셜 리뷰(Australian Financial Review)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내가 깊이 마음 쓰고 있는 것, 즉 나의 깊은 관심을 나의 일과 조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나의 열정을 추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보고 있습니다. 회사는 내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만, 동시에 궁극적인 휴식의 형태가 되기도 합니다.”

실력주의에 대한 믿음: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까지 오르는 이민자는 드물고 주목할 만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미국이 일하는 방식에서 어긋나서는 안 된다. 굳이 단순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시장, 투자자들, 그리고 직원들은 따르기 어렵고, 오직 CEO들만이 구체화하고 포용할 수 있는 자본주의의 교리다. 매스라니는 지난 해 그를 후원하는 한 비영리 인권단체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매우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많은 기회와 행운이 따랐으니까요. 그것은 미국의 정신은 계속살아나서 번창했기 대문입니다.”

과연 인도의 CEO들은 미국을 구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