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3일 중국 주식 시장이 춘절 연휴로 11일만에 열리자마자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는 8.73% 폭락하며 장을 시작했다. 춘제 연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휴장이 길어지면서, 그 동안 증시에 반영되지 못 했던 감염 사태가 개장과 동시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급락은 예상됐던 결과다.

반면, 급락장세로 출발했던 국내증시는 중국 증시 개장 이후 낙폭을 줄여나가고 있다. 이날 전장 대비 32.40p(1.53%) 급락한 2086.61로 출발한 지수는 초반 약세를 이어가다가 한 때 상승 전환하며 2126.73을 터치했다. 그러다 다시 오름폭을 반납하면서 오후 2시 5분 기준 2116.97을 기록했다. 국내증시가 중국 증시 폭락에 따른 2차충격을 예상했지만 막상 중국증시 개장으로 오히려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예상했던 수준의 중국증시 급락폭이 우선 안도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고 있다. 중국증시 휴장기간 동안 중국관련 ETF(상장지수펀드) 등의 하락폭을 그대로 반영된 것이 투자심리를 안정시켰다는 판단이다.

두번째 요인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완치자수가 사망자수를 앞지른 것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태국에서의 독감과 에이즈 치료제의 복합 치료 가능성도 타진되면서 투자심리를 완화시켰다.

무엇보다 중국 인민은행의 즉각적인 경기부양책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 중국 인민은행 이날 즉시 역환매조건부약정 방식 시중에 1조2,000억 위안(약 205조 2240억원) 규모 유동성을 긴급 투입하면서 우한 폐렴에 따른 시장 유동성 위축을 적극적으로 부양할려는 의지를 보였다. 대출금리도 추가로 인하하면서 향후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 의지를 시장에 보여줬다.

"국내 증시, 우한폐렴 여파 이미 반영돼 있어"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중국 증시 개장 쇼크에도 국내 증시가 비교적 괜찮은 이유는 중국 증시가 예상보다 덜 빠졌기 때문"이라며 "다들 1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의 경우 우한 폐렴 사태가 이미 반영돼 있기 때문에 이 효과를 얻은 것"이라며 "환자 수 증가율이 줄어들면서 지수가 반등했다"고 덧붙였다. 서 팀장은 실제 우한 폐렴 환자 수가 어제 2600명 증가한 데 이어 만일 오늘 4000명가량 증가했다면 지수는 빠졌을 것인데, 2800명밖에 증가하지 않은 것도 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어 중국 경기 둔화 이슈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음에 대해서는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 팀장은 3일 투자자들의 투자 현황과 관련해서는 "투자자별로 성향을 볼 때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가 돋보이는데 이는 저가 매수가 들어오기 때문"이라며 "외국인들의 경우 적극적인 매도를 하지 않고, 현물만 매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 중요…다음주까지 충격지속여부 주목"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는 운명의 1주"라며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한 주가 될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2, 3차 감염 파동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한을 중심으로 후베이성에서 유행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는 지난 2일까지 1만7238명이다. 사망자는 361명이다. 이는 사스 감염 수준 이상의 충격이다.

다만 지난 주말부터 의심환자 증가수보다 확진환자 증가수가 많고, 사망자수에 비해 완치자수가 많다는 것은 긍정적인 지표로 여겨진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시가 폭락한 것과 관련해 다음주까지 단기적으로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먼저 개장한 홍콩과 대만의 증시가 들어간 종합권 증시는 평균 3.94% 하락했다"고 말했다.

춘제 연휴 기간 동안 중국 상장 대표 ETF의 수익률은 평균 하락율 7.5%를 기록했다.

문 연구원은 "지난달 23일 증시가 급락한 것을 감안해서 오늘 4%가량 하락할 줄 알았는데 8% 가까이 하락했다"며 "춘제 동안 미 증시에서 거래됐던 ETF의 평균 하락율이 그대로 반영된 듯하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대체로 전염질환의 peak out 시점이 확진자수의 감소부터 나타난다"며 "31개 성시 중 16개 주요성이 2주간 경제 활동 정지를 선언했기에 이번 주 후반으로 가면서 우한을 봉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주 홍콩시장의 경우 6% 수준의 조정이 나타났다"며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가파른 속도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상해증시는 2800p 전후의 지지력 테스트가 이어질 것"이라고 중국 증시를 진단했다. 고점 대비 조정 수준은 10%정도로 봤다.

그러나 변수는 후베이성을 제외한 지역의 2, 3차 감염 파동에 대한 차단 여부다. 만일 이번 주 중에 확진자수의 peak out과 사망자, 완치자의 골든 크로스가 이어질 경우 주식 시장은 가격의 바닥을 타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중국 정부는 연휴 기간에 북경, 상해 대도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태 진정을 시도하는 국면이었다.

"2분기부터 금융 증시 상승 예상"

전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소비, 생산지표의 급락으로 2월 연휴 이후 정부가 인민은행 추가 통화정책을 포함한 강력한 부양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까지 정책부양 대기로 경기와 지수의 지지선을 구축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연구원은 "우한 폐렴이 사스보다 위험 수위가 높아 올해 1분기에는 이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며 "한동안은 글로벌 증시 변동성을 갖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분기부터는 우한 폐렴이 확산되는 게 진정되면서 금융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며 "선행해서 움직일 듯하다"고 말했다.

또 국내 증시의 경우 중국 증시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많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를 비롯해 중국 주변 대만 등의 아사아 쪽은 당분간 충격이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문 연구원은 "다음 주까지는 단기적인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그 이후부턴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