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투자업체 크레딧스위스에 따르면 2010년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50억달러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5300억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고무적인 성과를 거둔 아마존도 AWS라는 클라우드 플랫폼과 아마존 프라임이라는 구독경제 기반 배송 플랫폼의 저력으로 승승장구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자연스럽게 구독경제에 뛰어드는 기업들도 많아지는 가운데, 무작정 시장에 진입할 경우 오히려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와 눈길을 끈다. 이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구독경제 플랫폼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팽창일로 구독경제
최근 많은 구독경제 서비스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글로벌 OTT 강자 넷플릭스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4분기 매출 54억6700만달러, 영업이익 4억59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6%, 8.4%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전 세계 유료 가입자는 전년 대비 876만명 증가한 1억670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아마존도 구독경제를 영리하게 가동하는 편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 874억4000만달러, 영업이익 39억달러, 순이익은 32억7000만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AWS와 더불어 아마존 프라임이 호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아마존 프라임 유료 구독자는 1억5000만명”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토요타, 기린맥주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도 속속 구독경제에 뛰어들고 있다. 스태디아를 내세운 구글과 애플TV 및 애플 아케이드를 전면에 건 애플도 클라우드 기반의 구독경제 생태계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도 구독경제에 기반한 플랫폼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현대 셀렉션은 월 72만을 내면 주행거리 제한없이 쏘나타 및 투싼, 벨로스터 중 월 최대 세 차종을 교체해 사용할 수 있다. 쏘카도 차량구독 서비스인 쏘카패스를 통해 600만명의 회원을 모았다.
유통업계도 구독경제에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베이커리 정기구독 서비스를 단행하고 있으며 배상면주가도 온라인 쇼핑몰 가동과 함께 구독경제에 시동을 걸었다. 라이브오랄스는 구강제품을 정기배송하며 호평을 받고 있으며 뷰티 스타트업 미미박스는 화장품 샘플 정기배송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쿠팡도 와우클럽을 통해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구독경제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 구독경제가 고객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의 가성비를 보장한다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강우성 동국대 경영학 교수는 <이코노믹리뷰>의 인터뷰에서 “구독경제 서비스는 고객 입장에서 계속 구매가 예상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한 번만 지불하고 계속 구매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있고, 상대적으로 비싼 제품들을 여러 기간에 나누어서 지불하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소비시장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시장이 성숙되며 높은 수준의 성장을 단기적으로 꾀하기 어려워지자, 기업들은 기존 고객과의 밀착을 통한 구독경제로 안정적인 수익을 노리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불황이 시작된 가운데 고객의 지갑이 ‘익숙한 곳’에서 열리는 현상에 착안한 것이다.
소위 ‘끼워팔기’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독경제 플랫폼을 가동해 미끼상품에 대한 자연스러운 고객 유인효과를 누리는 방식이다. 미국 버거킹이 월 5달러를 내면 매일 커피 한 잔을 제공하는 구독경제 서비스를 시작하자, 덩달아 디저트 매출이 올라간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독경제 플랫폼에 진입한 고객들에게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며 매출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이다.
기업이 구독경제를 가동할 경우 판매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구독 생태계 내부에서 수요와 공급을 미리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객들이 같은 비용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누리기를 원하는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다. 구독경제 자체가 일종의 소비 측면의 공유경제 방법론을 따라가기 때문이며, 소비의 공유경제는 곧 확보할 수 있는 자원을 아낄 수 있고 다양성까지 덤으로 보장한다.
문제는 이러한 공유경제 플랫폼들이 모두 성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극장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던 무비패스가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외 많은 플랫폼들도 회원 이탈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의 한 사케 구독경제 플랫폼은 매달 비용을 내면 사케를 일정하게 제공했으나, 시간이 흘러 고객들이 자기의 취향을 알게되자 플랫폼을 이탈하는 현상까지 보여준 바 있다.
구독경제 자체가 ‘규모의 경제’와 필연적인 관련이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당장 고객들이 구독경제 플랫폼에 매력을 느끼려면 생태계 구축에 가까운 방대하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채워야 하며 이 자체가 상당한 금전적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 나아가 구독경제의 기반인 ‘공유’에 대한 근원적인 리스크도 있다.
주도와 수익 구조, 가성비
구독경제를 올바르게 활용하고 접목하려면 다양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먼저 구독경제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구독경제의 패턴을 보면 크게 정기 배송형 구독과 무제한 이용 구독으로 나눌 수 있다. 정기 배송형 구독은 기존 렌탈 비즈니스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무기로 삼는다는 특징이 있다. 주로 유통업계가 집중하는 지점이다. 그리고 무제한 이용 구독은 기술적으로 무제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를 매개로 하며 넷플릭스 및 디즈니 플러스, 웨이브, 멜론 등이 주인공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독경제 플랫폼은 어떤 방식을 택하든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하며 탄탄한 수익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생태계를 주도하려면 막대한 자본을 들여 풍부한 콘텐츠를 보여줘야 하고, 생태계 내부에 들어온 고객들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의 사케 구독경제 플랫폼이 보여준 한계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회원 고객들 입장에서 일정한 주기로 플랫폼의 다양성을 체감해 생태계 일원으로 남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는 탄탄한 수익 구조로 이어지며, 최근 대기업들이 구독경제 생태계로 자신있게 진입하는 이유다. 이러한 전략은 고객에게 지불한 비용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당위성으로 이어진다. 쿠팡 와우클럽의 경우 월 2900원이면 빠른 배송을 약속하며, 이는 고객 입장에서 합리적인 소비의 이유가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대규모 자본이다. 결국 생태계를 주도하고 수익 구조를 탄탄하게 가져가며 고객에게 지불한 비용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려면 막대한 자본도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쩐의 전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냉정하게 분석하면 약간의 ‘틈’도 보인다.
먼저 생태계 주도라는 역량은 막강한 자본이 필수적이지만, 이는 넓은 스펙트럼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여기서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넓음’이 아니라 ‘깊은’ 스펙트럼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 해당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세탁 스타트업 런드리고 행보가 대표적이다. 전문적인 영역 하나에 집중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독경제 2.0 전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당장 규모의 경제를 일으킬 수 없지만 맞춤형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즉각적인 서비스 가동은 가능하다. 물론 이는 단기적 관점의 방법론이고 장기적으로는 막대한 자본으로 무장한 비슷한 서비스의 등장에 대비해야 하지만, 넓은 생태계를 지향하면서 자기만의 로드맵을 그리는 것도 구독경제의 좋은 방식임은 분명하다.
모든 것을 품어낼 수 없다면 맞춤형, 전문적인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가동하며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서비스 구조를 새롭게 그리는 방식이다. 고객들을 잡아둘 수 있는 방식에는 ‘융단폭격’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속 정밀타격’도 존재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탄탄한 수익 구조도 잡아낼 수 있다.
고객에게 지불한 비용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도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지만, 이는 콘텐츠 서비스의 시너지로 일정정도 받아낼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나아가 큐레이션도 좋은 선택지다. 역시 맞춤형이라는 구독경제 특징이 필수인 가운데 톤28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톤28은 28일 주기로 개인 피부에 최적화된 바를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고객 입장에서 원가 이상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기술이 탑재되면 더욱 강력한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 CES 2020 당시 화장품 회사 로레알은 고객의 피부를 스마트폰으로 체크해 즉석에서 DIY로 화장품을 만들 수 있는 키트를 공개한 바 있다. 큰 틀에서 구독경제 솔루션이자, 모든 기업이 기술기업인 이유다.
시장 이해도와 소유의 개념
구독경제 플랫폼이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또 다른 포인트는 시장 이해도다. 젊은 2030 세대들에게 비디오 테이프 구독경제를 가동하면 몇몇 매니아를 제외하고는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낮다. 시장의 확실한 타깃층을 설정하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결국 구독경제는 맞춤형, 큐레이션의 전략을 바탕으로 대규모 자본을 통해 생태계를 키워 고객들이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들거나 혹은 독특한 콘텐트로 고객을 장기적으로 묶어둘 수 있는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유형의 가성비는 물론 무형의 가성비까지 동원해야 하며 시장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 다양한 기술의 체화도 절실하다.
무엇보다 소비의 공유경제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소유를 하고싶지만 여러 가지 상황에 맞춰 공유를 택하고 있을 뿐이며, 주머니 사정이 얇아지거나 낮은 가격에 높은 서비스를 얻고 싶어 택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결코 사람들이 소유하는 것보다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1개를 소유하는 것보다 10개를 공유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저렴하게 즐기고 싶을 뿐이며, 제일 좋은 것은 100개를 소유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심리에 집중하며 결국 매력적인 서비스를 만들어야 진짜 구독경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