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여 동안 ‘오각진이 화요일에 보내는 통신’, 줄여서 ‘오화통’이라는 이름으로,

또 2017년부터는 주간지 이코노믹리뷰에 ‘뒤돌아보는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한편씩 썼던 글 일부를 묶어 최근 산문집을 하나 냈습니다.

뭐 대단할 것은 없지만, 그간 직선으로만 살았던 삶을 돌아보고,

그간 소홀해왔던 주변을 살피며 찬찬히 살게 되니

주변의 소중함, 일상의 재미를 더 알게 되고,

내 스스로도 제철 인생에 감사하며, 나름 더 성숙이 있었던 세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책을 내는 과정에서 출판사 젊은 편집자와 여러 얘기를 나누고, 상의해가는

과정에서 실체적으로 껍질을 하나 벗는 기분도 느꼈습니다.

딸뻘되는 젊은 편집자를 만나 젊은 감각으로 책을 만들기로 쉽게 동의를 했지요.

다만 내 글이 가진 문체의 특성,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컨셉은

훼손이 안 되었으면 하는 게 내 원칙이었습니다.

책 크기, 분량, 책 제목, 표지 디자인, 목차 구성 등은 순조롭게 의견 일치를 보았습니다만,

내 생각이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책 서문과

외부 PR을 위한 소개 글, 추천사를 써줄 분들을 정하는 데는 시각차가 선명히 났습니다.

그녀는 내 글에서 교훈적인 메시지를 걷어내려 열심이었고,

소개 글에서도 주제에 맞게 직선으로 결론까지 가자는 주장이었던바,

내 자신은 살아온 세월로 인해 할 얘기가 많았지요.

또 추천사도 가급적 젊은 사람으로 하자는 의견이었습니다.

막판에 만만치 않은 대립도 있었습니다만, 다행히 잘 타협해서

고맙게도 중년의 글을 젊은 감각으로 잘 담아낸 책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마치고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젊은이들과 시각차의 핵심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어른들의 교훈적인 결론, 무언가 얘기 시에 기승전결식 뻔한 전개,

그걸 위한 장광설 등의 단호한 사절이었습니다.

우리가 경계해야하는 꼰대, 딱 그 지점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살아왔고, 훈련받아온 나로서 앞으로도 그 대목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겠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심각히 부딪쳤던 그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려합니다.

당장 설 명절 때 젊은 자녀, 조카들에게 잔소리를 하려다가도

입을 막게 되는 거울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애씀이 젊게 살기의 한 방편이 되리라 기대해봅니다.

치매에 걸린 어르신이 약을 넘겨야 하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걸 보며,

그게 본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아픈 얘기를 들었습니다.

즉 약 먹는 훈련을 다시 해야 한다고 하면서 말이죠.

우리가 살아온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젊게 살기위해 애쓰는 이런 마음관리는

휠씬 더 많은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나를 다듬어 더 성숙으로 나아가고자 계속 몸부림쳐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