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전 세계에 확산하는 가운데 이 질병이 글로벌 경제에 미칠 타격이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 사태보다 4배 심각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증상 시기에도 사람 간에 전염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에서는 해당 감염증에 대해 여성보다 남성이 더 감염에 취약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우한 폐렴, 글로벌 경제 191조원 타격

2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워릭 매키빈 호주국립대학교 교수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세계 경제 충격이 사스 사태 당시 400억달러의 4배인 16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릭 매키빈 교수는 “사스 사례에서 목격한 국내총생산(GDP) 손실의 대부분은 사실 중국의 경기둔화였다”면서 “중국의 둔화가 더 크다면 손실이 수십억달러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스 사태에 비해 더 크게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의 근거는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세계경제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스가 유행하던 2003년의 4배인 17%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자동차와 반도체의 글로벌 최대 시장이다. 여행, 의류, 직물 부문에서 최대 소비국이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이번 사태로 중국의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은 1992년 분기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4.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또 중국에 이어 홍콩, 한국, 일본 등의 순으로 성장률이 둔화하고 독일, 미국, 영국 등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우한 페렴이 쇼핑 성수기인 춘절 연휴 직전에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올해 1분기 중국의 소비 성장률이 지난해 말의 절반 가량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신종 코로나, 잠복기에도 전염 가능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 알러지 및 감염병 연구소(NIAID)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증상이 없는 잠복기에도 해당 바이러스가 전염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앤서니 포시 NIAID 소장은 독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 발생 사례를 근거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우한 폐렴 확산은 독일로 출장을 온 중국 상하이 출신 여성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독일 자동차 부품기업 베바스토 상하이 지사 직원이다. 이 여성은 지난달 중순 후베이성 우한에서 온 부모와 식사를 했다. 부모는 당시 우한 폐렴 증상이 없었지만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우한 폐렴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직원은 독일에서 열리는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베바스토 본사가 있는 바이에른주 뮌헨을 방문해 베바스토 직원 1명과 함께 식사를 했다. 그가 확진 판정을 받은 날은 다시 상하이로 돌아간 지난달 26일이다. 이 여성과 함께 식사를 한 베바스토 직원은 앞서 24일부터 감염 증세가 나타났다.

동일 당국은 베바스토 직원들을 추적 조사했다. 첫 조사 결과 확진자는 3명으로 중국인 직원과 식사를 하지 않은 직원 2명이 역시 증상이 없었던 독일 첫 번째 확진자에게 전염됐다. 지난달 30일 베바스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는 7명으로 늘었다. 31일에는 확진 판정을 받은 베바스토 직원의 아이가 해당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앤서니 포시 소장은 “잠복기 환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의 원인이라는 사실은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새로운 역학조사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발표됐다.

▲ 서울대학교 병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2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신종 코로나, 여성보다 남성이 잘 걸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진인탄병원 연구진, 상하이교통대, 루이진병원이 여성보다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더 잘 감염된다는 내용을 담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우한 최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한 최대 의료기관인 진인탄 병원에서 지난 1~20일 사이 우한 폐렴 확진 진단을 받은 환자 99명 전원을 대상으로 했다. 확진자 중에는 남성이 67명, 여성이 32명으로 약 2대 1의 비율이었다. 지난주 란셋에 발표됐던 또 다른 논문에서도 한 병원 내에서 초기 확진환자 41명 가운데 30명(73%)이 남성으로 나타났다.

연구진 관계자는 “우한 폐렴처럼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과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사례에서도 남성 감염자가 여성보다 많았다”면서 “여성이 바이러스 감염에 덜 취약한 것은 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X염색체와 성호르몬의 보호 덕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확진자 평균 나이는 55.5세였으며 심장병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던 환자는 51%였다. 확진자 가운데 11%는 사망했다. 환자에게 나타난 증세는 발열 83%, 기침 82%, 숨가쁨 31%, 근육통 11% 등이다. 정신혼란 9%, 두통 8%, 인후염 5%, 콧물 4%, 흉통 2%, 설사 2%, 메스꺼움 1%이 나타나는 사례도 있었다.

연구진은 환자의 3분의 1(1/3) 정도가 합병증이나 장기부전 등을 앓은 만큼 폐렴 유사 증세가 있을 시 초기에 발견해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연구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더 완벽한 그림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성과는 의학전문지 ‘란셋(The Lancet)’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