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기승을 부리며 현지 공장에 거점을 둔 글로벌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실상 당국의 강제휴무 지침이 내려진 가운데 글로벌 제조업계의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나아가 소비대국 중국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멈춰선 세계의 공장

우한 폐렴 사태로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피해는 상당히 커지고 있다. 2일 중국 환구망에 보도에 따르면 당국이 우한을 비롯해 최소 16개 성과 직할시를 대상으로 기업 연휴기간을 대폭 늘리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쑤저우 가전 공장을 8일까지 가동 중단할 방침을 세웠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창저우 배터리 조립공장 가동을 9일까지 중단하는 선에서 우한 정유화학공장은 최소한의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정유화학공장의 경우 한 번 가동을 중단하면 다시 재개하는 것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중국 우한에서 지난해 기준 생산된 자동차만 170만대며 생산액은 67조6000억원을 넘긴다. 그런 이유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는 물론 부품 및 협력업체들도 다수 위치한 가운데 현대차와 쌍용차 등은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장쑤, 충징 등에 생산거점을 마련했으나 이 지역은 우한 폐렴 여파로 노동자들의 춘절 휴가를 연기한 상태며 쌍용차도 현지에서 생산되는 부품 수급 상황에 따라 추후 로드맵을 크게 수정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만 비상이 걸린 것은 아니다. 일본 혼다 자동차는 현지 합작사인 둥펑혼다의 가동을 9일까지 미룰 전망이다. 토요타도 현지 공장을 멈춘 상태에서 9일 재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아예 르노 자동차는 자동차 생산 유예 계획을 발표했으며 테슬라도 현지 공장 재개를 잠정적으로 멈춘 상태다.

나이키 제조공장이 있는 장쑤성 공장도 현재 가동을 멈춘 상태다. 여기에 중국 반도체 굴기의 선봉인 YMTC도 공장 전격중단을 선언하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에 제조 거점을 둔 대부분의 기업들이 현지 공장 가동중단, 나아가 주재원 가족 철수 및 출장 금지령을 통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소비시장 중국, 흔들린다

우한 폐렴이 기승을 부리며 소비시장 중국의 위세도 크게 꺾이고 있다. 글로벌 여행업계의 큰 손으로 불리던 ‘유커’는 각 국에서 입국금지를 당하고 있으며 현지 CGV가 휴업에 돌입하는 등 타격이 상당하다는 분석이다.

중국에 큰 공을 들이는 애플도 현지 매장 철수를 결정했다. 중국 내 모든 매장의 문을 닫는다고 1일 밝혔다. 기한은 9일까지며 현지 모든 매장과 고객센터가 폐쇄 범위에 들어간다. 온라인 영업은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사실상 활동중지에 가까운 결단이다.

이케아도 중국 현지의 모든 매장 영업을 일시 중단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임시 매장폐쇄를 단행한 상태에서 우한 폐렴이 더욱 기승을 부리자 모든 매장의 문을 걸어잠궜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특히 스타벅스의 경우 3일 전 전체 매장의 절반을 닫은 상태에서 우한 폐렴 판데믹 현상이 보이자 ‘모든 매장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중국 내부에서 40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가운데 먼저 2300여개 매장을 닫고, 이제는 모든 매장을 닫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