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회 개인전 2012 CSP111 아트스페이스 전시전경/Full Scene of 20th Solo Exhibition-2012 CSP111 Artspace, Seoul

허진의 작품세계는 우선 고유의 질감이 살아있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진 그로테스크한 세계를 특징으로 한다. 전통산수, 지도, 민화, 서예 등 전통 장르와 기법 뿐 아니라, 도안적인 형상과 음영이나 연속된 점의 면 처리, 형광색의 색채 사용 등 다양한 표현기법들을 총체적으로 동원한다.

뿐만 아니라 여러 폭의 개별화면을 다각적으로 결합하는 독특한 조형어법을 구사한다. 이러한 조형방식은 작가의 현실 인식을 엿보게 하는 동시에, 문제해결을 향한 독자적인 서사구조와 서사의 깊이를 더해왔다.

말하자면, 이질요소들을 대비적 관계로 맞대응시키는 다중복합체로서 허 진의 개별화면들은 역사와 철학, 과학기술, 전통과 현대, 자연과 문명의 관계망이 복잡하게 뒤얽힌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부조화의 간극, 즉 경계지점에 자신을 위치시키고 그 위치를 수직, 수평으로 이동시키며, 관계 내 존재라는 유한성과 자율적 주체로서 인간에 대한 반성적 문제의식을 제기해왔다. 동시에 개별화면들의 연쇄적 결합은 다양한 개(성)체들의 조화로운 공존과 상생을 그리는 작가적 시도들을 엿보게 한다.

이와 관련하여, 허 진의 독특한 형상 서술은 다성성(多聲性), 원심력과 구심력, 해체와 복원, 구축과 해체, 일탈과 회귀, 여백과 응화 등 길항관계의 역학적 구조, 비종결적 대화 혹은 미완의 장으로 이야기되어 왔다.

그는(ARTIST HUR JIN,許塡,허진 작가,한국화가 허진,HUR JIN,허진 교수,허진 화백,A Painter HUR JIN) 화면에 그려낸 다양한 문제적 현실의 일원으로서, 화면 밖 그림의 행위자로서, 미래적 비전과 예술적 욕망의 전달체로서 다양한 상상력들을 발동시킨다.

분석적 탐구, 갈등요소의 노출, 비판적 거리두기, 이질적인 것들 간의 결합, 화해의 시도, 개체들을 하나의 전체로 감싸안기 등 이질적인 영역들의 관계망 위에서 시점위치와 거리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태도와 방식의 상상력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는 점이다.

이러한 그의 유목적 상상은 섣부른 결론 맺음 보다는 화면 위에서 긴장의 완급을 유지하며 권위와 권위로부터의 일탈을 반복하거나, 혹은 다양한 양상과 방식의 권위들에 균형추 역할을 해왔다.

△조성지(예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