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12.16 대책에서 예고한 것처럼 보유세 인상의 첫 단계인 공시가격 현실화가 본격 적용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2일 단독주택의 개별 주택의 공시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올해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공개했다. 공시가격이 상승한 만큼 일부 고가 단독주택의 보유세도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일부 고가주택이 밀집한 지역은 주택 매물이 꾸준히 증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권 침체·세부담으로 북촌 일대 매물 적체

보유세 인상이 올해 현실화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북촌 한옥 마을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가회동 일대 고가 주택 매물은 꾸준히 늘어났다.

▲ 종로구 계동내 골목.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지역 내 부동산 중개업자에 따르면 주택 매물이 급증하고 있지는 않지만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매물이 소폭 증가하는 상황이다.

재동의 한 중개업자는 “보유세 인상으로 매물이 대폭으로 증가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규제가 예고된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매물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중개업자는 “매물이 나오기는 하지만 지역 특성상 실소유자가 많아 매물을 내놓더라도 결국은 다시 거둬들이는 경우도 많다”고 답했다.

종로구 가회동과 재동 일대의 주택과 한옥들은 대부분 작은 규모보다는 대형 평수의 고가 단독주택 등의 비중이 큰 편이다. 꾸준히 증가하는 매물 역시 대형 고가 단독주택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현지 부동산을 방문했을 때 가회동 일원에 나온 급매물도 역시 구 50평대의 고가 한옥들이었다.

한 중개업자는 “큰 주택의 매물은 현재도 많다. 8억원 아래 구 26평 규모의 단독주택이나 한옥의 소형 평수도 나와있지만 대다수 매물은 주로 큰 평수의 주택이다”라고 설명했다.

가회동 내 중개업자들은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한 매물은 많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이 나뉘었다.

고가 주택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로 “주택이나 한옥 등에서 거주하던 지역의 주민들이 정릉 지역 등 인근의 아파트로 옮겨가기 위해 내놓는다는 것”이 가회동 내 한 중개업자의 지적이었다. 

그는 “보유세 영향은 현재는 크지 않을 것 같다. 공시지가가 높은 곳도 아니고 대부분이 거주민들로 1주택자들이 많다”면서도 “다만 금년부터 각종 보유 관련 세금 등이 오른다고 하니까 아무래도 영향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앞으로 주택공시가격 등의 영향을 직접 받으면, 가뜩이나 상권도 죽은 상황에서 매물이 누적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가회동의 다른 중개업자는 북촌 일대에 “고가주택이 매물이 많은 건 자체적으로 소형 평수의 단독주택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이라고 지적하면서도 “80평에서 100평을 상회하는 큰 평형대의 매물은 다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업자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나오는 고가 주택 매물 중 일부는 보유세 등의 세제 개편으로 인한 영향이 분명 있다고 답했다.

그는 “15억원을 넘는 규모의 고가주택이나 대형 평수의 주택은 보유세가 늘어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고가 단독주택 소유주들에게 종합부동산세 등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종로구 가회동 내 공실.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부동산 공시가격 알리미’에 따르면 실제 종로구의 한 고급주택가의 표준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2019년에는 21억8000만원에서 올해는 23억1300만원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그 역시 현재는 매물이 급증한다기보다는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가깝다고 이야기했다. 해당 업자는 “올해도 많이 오르겠지만 이미 지난해 말부터 예고된 내용이다. 절세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매물을 내놓기 위해 문의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만 싼 가격에 내놓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거래는 안되고 매물이 조금씩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승에, 단독주택 보유세 인상될 듯”

국토교통부가 지난 22일 공시한 바에 따르면 2020년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은 전국 4.47%다. 전년의 변동률인 9.13%와 비교하면 기저효과로 상승폭은 축소됐지만 서울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전국보다 높은 6.82%의 변동률을 보였다.

▲ 시세구간별 표준주택가격 변동률. 출처=국토교통부

시세구간별로는 9억원 이상의 주택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높고, 9억원 미만 주택의 변동률은 낮았다. 특히 9억원 초과 12억원 이하 표준단독주택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7.9%, 12억원 초과 15억원 이하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10.1%로 9억원에서 15억원 사이의 주택이 모든 시세구간 중 가장 높은 변동률을 보였다.

박진규 세무사는 “기준 시가 자체를 올려 증세를 시도하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표준공시가격은 개별공시가격을 결정하고 이런 공시가격이 보유세 등 각종 과세의 기준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 지역의 9억원 이상 단독주택에 대한 세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박 세무사가 향후 단독주택의 보유세가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는 한 이유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반영률로 현재 표준단독주택의 경우 시세에 비해 공시가격의 반영률이 너무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는 꾸준히 나온다.

▲ 단독주택 현실화율. 출처=국토교통부

실제 지난해 기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68.1%, 표준지 역시 64.8%인데 비해 표준단독주택만 53%에 그치고 있다.

박진규 세무사는 “형평의 문제도 이외에도 이미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많이 오른 아파트와 비교할 때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더욱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그로 인해 세부담으로 보유를 피하려고 하면서 매물이 늘면 주택가격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투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대체제인 아파트로 수요도 이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