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유통업체들이 마스크 재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일부 품목들은 추가 재고 확보가 어려워졌고, 특가 마스크들은 출고와 동시에 판매가 완료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31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예방에 적합한 KF94, KF80 마스크 재고가 평소보다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각 업체들은 새로운 제조사를 찾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감염자 수가 늘고, 확산 우려가 높아지면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명동 거리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산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덕호 기자

이마트24의 경우 PB상품으로 판매하는 '민생마스크’는 일부 매장에서 품절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슈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주에는 직전 주 대비 10배 가까운 물량이 소진되는 등 빠른 속도로 재고가 줄었다.

이마트24는 매장에서 판매중인 마스크들의 품목이 바이러스 유행 전보다 줄었다. 기존 재고분은 물류센터를 통해 조달하고 있지만 특가에 내놓은 상품은 진열과 동시에 매진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PB상품으로 출시한 '민생마스크'의 경우 수도권 일부 매장에서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KF94 마스크 550원, KF80 규격 마스크 490원에 판매되는 이 제품은 시중 판매되는 제품들과 크기나 기능 차이가 없지만 가격은 경쟁품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미세먼지 마스크 판매량이 전주 대비 10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3~4일 이후의 재고 수준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발주량을 늘린다고 해도 제조업체에서 물건 들여올 수 있을지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현 상황이 이어진다면 수급이 빡빡해 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 서울 중구지역 편의점의 KF인증 마스크 진열대가 비어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덕호 기자

GS25, CU, 미니스탑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는 30일부터 마스크 9개 품목에 대해 가맹점의 발주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일부 제조사에서 생산되는 4개 품목은 가맹점 발주를 받지 않는 상황이다.

CU 관계자는 “KF 규격 마스크의 재고 수준을 밝힐 수 없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수급 상황이 변한 것은 맞다”라며 “대체 거래처를 찾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GS25와 미니스톱도 적정 재고보다 낮은 수준의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GS25는 연합뉴스를 통해 마스크 7~10일 분량, 손 소독체 4~5일분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고, 미니스톱도 평시 재고보다 낮은 수준의 물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양사 관계자는 “판매 속도가 빨라지면서 물류센터 재고도 줄어들고 있고, 거래처에서는 보급량을 맞춰주지 못하고 있다”라며 “중국 또는 일본 제품의 수입이 어려워진 만큼 한국 거래처에서 대체제를 찾아야 하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역시 일부매장을 중심으로 '1인당 구매 수량 10개' '1인당 구매 수량 한 상자'로 제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 중국어 설명을 적어놓은 서울 중구지역 약국. 사진=이코노믹리뷰 김덕호 기자

장기화땐 마스크 공급 대란 가능성

전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제조업체들은 공장 야간 가동에 들어가는 등 생산량을 크게 늘리고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수준이다.

기자와 통화한 KF94 규격 마스크 제조사 2곳은 신규 거래처를 늘리지 않고 있다며 주문을 받지 않는 상태였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현재 저희 회사에 마스크 재고가 없으며, 발주를 희망 한다면 7~8월까지 대기 해주셔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마스크 제조 설비는 갖추고 있지만 설비 용량, 부자재 수급에 한계가 있어 더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중국과 홍콩 상인들의 대량 구매도 마스크 수급에 영향을 주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중국 중개상들이 한국의 공장을 찾아 생산 물량을 대량 매입하는 현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KF 인증 마스크가 아닌 일반 제품의 경우 단가가 낮고 마진이 적어 중국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마저도 중국수요가 늘면서 한국에 들어오는 양이 크게 줄었다”라며 “중국, 홍콩에서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면서 상인들이 한국 제조사로 눈길을 돌렸고, 일부 제품들의 품귀 현상을 초래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