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나 아버지가 권해서 그 아들이나 딸이 돌출입수술을 받는 경우가 간혹 있다. 드문 경우다. 이상하게 이런 경우는, 정작 돌출입을 가진 아들, 딸들은 수술에 별로 적극적이지 않다. 등떠밀려서 수술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그 반대이다. 아직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10대후반,  20대, 혹은 30대의 돌출입 환자들이 부모님의 경제적인 도움을 받아 돌출입수술을 하게 된다. 당연히 부모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것이고, 우리 아들 우리 딸이 과연 돌출입수술을 해야할 정도인지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니, 혹여 수술하다 잘못되면 어쩌나 걱정하고 만류하기 십상이다.

이런 경우 환자의 보호자, 즉 부모는 의사에게도 호의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공부나 더 잘 하지, 직장이나 제대로 구하지, 결혼이나 하지, 무슨 멀쩡한 얼굴에 손을 댄다고, 쯔쯧' 이런 자기 자식에 대한 속상한 마음과 꾹 눌러 담은 화를 의사에게 투사하곤 한다.

 

- 우리 아들이 비정상인가요?

이 질문은, 우리 아들이 과연 얼굴에 손을 대야만 할 정도로 비정상인가? 그렇게 이상해서 꼭 수술까지 해야만 하느냐는 것인데, 결국 그 속마음은 '수술 안해도 되잖아요?' 에 다름 아니다. (물론 드물게 자책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부모도 있다)

물론 필자는 그 집 아들이 아주 심한 돌출입이라고 하더라도, "네, 댁의 아드님의 입은 비정상입니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세상에 비정상적인 돌출입은 없다.

정상, 비정상은 옳고 그르냐의 개념이다.

사실 입의 모양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더 심한 돌출입과 그렇지 않은 돌출입, 더 아름답거나 그렇지 않은 입매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사실 돌출입이 기능적으로는 더 뛰어난 면이 있다. 무를 윗니로 슥슥 갈아내는 한 개그맨의 놀라운 묘기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강하고 큰 상악 전치부다. 이전 칼럼에서도 인용한 적이 있지만, 미국의 유전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애덤 윌킨스의 연구에 의하면, 동물 중 인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포유류는 앞으로 튀어나온 '주둥이'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침팬지, 사자, 말, 토끼, 쥐 모두 안구의 위치보다 입와 치아의 위치가 훨씬 앞이다. 날고기나 풀과 같은 야생의 음식을 뜯어 먹기에 유리한 입이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마, 눈, 코, 그리고 입의 위치가 평면[수직]에 가깝다. 날 것을 뜯어먹는 능력이 불필요해진 인간은 주둥이의 기능 대신 표정과 언어가 가능한 입을 얻은 것이다.

돌출입수술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드는 수술이 아니고, 평균적이고 정상적인 입을 평균보다 더 나은 입매로 만들어주는 미용수술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정상교합이 아닌 부정교합을 가진 돌출입에서는 수술로 교합을 ‘정상’에 보다 가깝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 우리 딸 돌출입이 심각한가요?

이런 질문도 자주 받는다. 돌출입 정도가 심한지 무심코 이렇게 묻기도 하지만, 종종 심각할 정도로 나쁜 모양도 아닌데 수술까지 해야 하겠냐는 속마음의 표현인 경우가 많다.

세상에 심각한 돌출입은 없다. 반면에 심각한 질환은 존재한다. 생명을 위협하는 암이나, 뇌출혈, 급성심근경색과 같은 질환은 확실히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돌출입이 심각할 이유는 없다. 돌출입이 만드는 심리적인 면에서의 위축감, 자신감 상실, 특이한 별명, 평소 표정에 대한 오해, 활짝 못 웃는 고민, 마음 속의 컴플렉스 등의 스트레스를 누구보다도 많이 접하고 잘 이해하고 있지만, 그래도 돌출입이 생명을 위협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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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성형외과 학회에서는 구순열, 구개열과 같은 얼굴의 선천성 기형(deformity)을 선천성 모양의 차이(difference)라고 부르자는 주장이 있었다. 다르게 태어난 것이지, 기형으로, 비정상적으로 잘못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매우 사려 깊은 주장이다.

돌출입도 그렇다. 광대뼈나 사각턱이 큰 고민도 마찬가지다.

돌출입이나 윤곽 돌출이 아무리 심하다고 해도, 그것이 비정상도 아니고, 심각한 일도 아니다. 그냥 다르게 생긴 차이(difference)가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돌출입을 가진 사람에게 당신의 돌출입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비정상이거나 심각한 상태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돌출입을 가지고 평생 잘 사는 사람도 있다. 돌출입으로 살 것인가, 그렇지 않은가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일뿐이며, 돌출입과 작별하고 싶은 사람이 필자를 찾아오면 정성껏 도와드릴 수 있을 뿐이다.

요시모토바나나는 <하드보일드 하드럭>라는 소설에서 이별은 의지가 아니라 운명적이라는 이야기를 이렇게 썼다.

 

'계절이 바뀌듯, 만남의 시기가 끝나는 것이다. 그저 그 뿐이다.

(중략)

그러니까 뒤집어 말하면, 마지막이 오는 그 날까지 재미있게 지내는 것도 가능하다'

 

필자를 만나 돌출입과 이별할 운명이 정해져 있는 분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 날까지 즐겁게, 재미있게 지내시길 바란다.

당신의 돌출입은 비정상도 아니고 심각하지도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