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특목고 없앤다는 소문에 가격이 꾸준히 올랐다가 최근에는 거래가 별로 없어요. 매도자는 규제로 망설이고 매수자는 저렴한 급매물만 기다립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 공인중개사 A씨)

설 연휴가 지나고 개학을 앞둔 목동 지역은 매물을 찾기 힘들고 전세 시장은 잠잠했다. 정시 확대와 특목고·자사고 축소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12·16 등 부동산 정책이 휩쓸고 가면서, 목동 지역의 1월 전세 계약 건수는 지난해 동기대비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전세 물건이 품귀되는 현상이 목동을 포함한 주요 학군에서 서울권 전역으로 퍼지는 양상이다.

▲ 이사 시기를 앞둔 목동은 최근 1월 전세 계약 건수가 절반으로 줄어들며 물건이 품귀되고 있다.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목동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수요가 많은 편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소현 기자

물량 없고, 매도ㆍ매수 모두 관망

KB부동산 리브온이 23일 발표한 주간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의 전셋값은 지난달 14일 대비 0.18% 오르며 2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성수기인 12월에 0.64%까지 상승세를 보였다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같은 기간 0.10% 상승한 것보다는 높은 수치이지만, 양천구 전세가는 소폭 상승에 멈추며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매도, 매수 모두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업자들은 올해 들어 매물과 매수자가 모두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양천구 목동 단지 내 상가의 공인중개사 B씨는 “9월 이후 전세 가격이 계속 상승했는데 지금은 물건도 잘 나오지 않고 매수자도 줄었다”며 “부동산 정책이 계속 변해 매도자도 매수자도 망설이고 있다”고 전했다.

▲ 7단지 아파트는 역세권으로 교통이 편리하고 목운초·중학교와도 인접해 목동 내에서도 주요 학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인근에 학원가도 새롭게 조성되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이소현 기자

전세 대출 규제 관심 높아

올해 들어 전세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전세 가격이 크게 상승한 여파로 시장이 관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목동역 인근 공인중개사는 "가격은 올랐는데 부동산 정책이 계속 변하니 기다리자는 분위기다"며 "27평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에만 전셋값이 4억6000만원에서 현재 5억9000만~6억원 선으로 1억 가까이 상승해서 그런지 올해 설 연휴 지나서는 아직까지는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고 설명다.

목동 영도초등학교와 인접한 부동산 중개업소는 정부 정책에 대해 “수요도 좋고 가격도 있다 보니 보유세는 보다는 (9억 원 초과) 전세 대출 규제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공교롭게도 지금은 수요와 공급이 서로 균형을 맞춘 시기인 것 같다"며 "몇 년 전보다 전세 거래가 줄었다. 지금 나와 있는 건 대여섯 개 정도다"고 전했다.

다른 공인중개사도 "시장내에서 전세 공급이 줄어들었다"며 “목동 내에서도 학부모가 특히 선호하는 7단지의 경우 2550세대 중 전세 매물은 10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세 계약 지난해 대비 절반 불구

▲ 서울 양천구의 1월 전세 계약 건수는 지난 5년 동안의 1월 평균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전세 실거래가는 확정일자를 기준으로 집계되어 당일 오후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양천구 목동의 1월 아파트 전세 계약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저번 달 3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목동의 1월 계약 건수는 123건으로 지난 5년간 1월 평균 거래 건수인 268건보다 절반가량 감소했다.

개학이 다가온 비수기임을 고려해도 높은 수치다. 목동 지역의 성수기는 해마다 다소의 차이가 있지만 보통 10~12월이다. 5년 동안 목동에서 아파트 전세 거래가 200건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2016년 4월 두 번에 불과하며 각각 196건과 191건으로 나타났다. 양천구 신정동과 신월동도 각각 128건, 41건을 기록하며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시를 확대하고 특목고·자사고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 방향이 변경된 영향으로 풀이하고 있다. 학군 수요가 높아져 목동 지역의 기존 세입자들이 계약을 연장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를 포함해 서울의 주요 학군이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전세 물건이 품귀하는 현상이 서울 전역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목동 지역의 전세 수요는 대부분 학군 수요로 전세 거래가 줄어든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정시 확대로 보인다”며 “기존 계약자들이 전세금을 올려서라도 그 자리에 거주하려는 상황이며 전세 물건이 시중에 풀리지 않고 전셋값도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114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목동 등 학군 지역에서 수요가 충족이 안 되자 서울 전역으로 퍼지면서 전세 물건이 부족해지고 있다”며 “정부의 규제 영향으로 내놓을 수 있는 물건이 일부 줄었을 수 있으나 계약이 체결되면서 시장 내 물건이 줄어드는 것이 원인이다”고 밝혔다.